[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한체육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츠계 현장의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후 약 6시간이 지나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행 건이 보도됐다.

대한체육회가 자신있게 내놓은 '성폭력 줄었다'고 발표한 날, 하필이면 엘리트 체육의 정점에 서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봐야할까.

연합뉴스 제공
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심석희는 지난해 12월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일 조 전 코치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소장에 심석희는 2014년 여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은 심석희가 고작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 보도는 대한체육회의 8일 보도자료가 나온 지 6시간 뒤쯤 나왔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했다. 체육회는 "스포츠계 현장의 (성)폭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일반 등록선수 및 지도자 (성)폭력 경험 비율은 지난 2010년도 조사 결과(폭력 51.6%, 성폭력 26.6%)에 비하면 현격하게 감소하였으며, 2016년도 조사 결과(폭력 26.9%, 성폭력 3.0%)와 비교해도 각각 0.8%포인트와 0.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라고 했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인권교육을 받은 경우 폭력 가해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인권교육을 받은 경우 평균 0.06회의 폭력 가해를 한 것으로 응답하였으나, 교육을 받지 않은 선수, 지도자는 평균 0.162회의 폭력 가해를 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인권 교육이 가해 행동 예방에 유의미하고, 인권 교육의 확대가 (성)폭력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스포츠 인권 교육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심석희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2014년, 성폭력은 7.4%였다. 심석희는 조사에 임했었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 알수 없지만 7.4%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물론 대한체육회는 2018년까지 성폭력이 줄었고 갈수록 나아지고 있음을 말하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하필 그날 엘리트 체육의 정점에 있는 심석희와 조재범 전 코치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대한체육회의 주장은 공허한 울림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체육회의 8일 보도자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