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투 10회 시도 중 9개 성공. 이를 통해 18득점을 올린 이비차 주바치(21·LA 레이커스)는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렸다.

크리스마스 매치로 열린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경기에서 레이커스는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해 127-101로 크게 이겼다. 팀의 중심인 르브론 제임스(34)가 3쿼터에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하며 코트를 떠났음에도 거둬낸 값진 승리였다.

제임스가 빠졌을 때 14점차 앞서고 있던 레이커스는 그 뒤로 2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결국 다시 승기를 잡아내며 점수 차를 벌렸다. 여기에서의 주인공은 13년차 베테랑 포인트 가드 라존 론도(32)였다. 후배 팀원들을 다독이고 본인이 직접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렇게 레이커스가 분위기를 탔을 때 불을 더욱 지핀 선수가 216cm 크로아티아인 장신 센터 주바치였다. 18득점 중 8득점을 4쿼터에 올렸는데 풋백 두 번과 함께 좋은 자리 잡기를 통해 동료의 패스들을 깨끗하게 연결시키기도 했다.

NBA 입성 3년차 만에 주바치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AFPBBNews = News1
이런 18득점 활약이 놀라울 수밖에 없는 것이 올시즌 주바치는 거의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25일 현재까지 레이커스의 총 34경기 중 주바치는 단 14경기에만 코트를 밟아 봤다. 그중 10분 아래로 받았던 적이 8경기다.

이랬던 선수가 최근 3경기 연속 30분 이상 출전에 매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다. 정규 주전 센터로 뛰던 자베일 맥기(30)가 병치레를 하며 5경기 연속 빠지고 있는 가운데 기회를 잡아 제대로 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주바치는 맥기가 돌아왔을 때도 자신의 시간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일까. 주바치는 최근 3경기 동안 어떤 신호를 보여줬을까.

▶3경기 야투율 78.1%

청소년기인 2013~14시즌부터 이미 크로아티아 프로 리그 팀에서 뛰었던 주바치는 드래프트 전에 장점으로 꼽혔던 면모들을 현재 보여주고 있다. 장신과 함께 좋은 덩치, 부드러운 손, 체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들을 상대로 골밑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 등 전통적인 포스트 득점원의 장점들을 이미 NBA에 오기 전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슈팅이 페인트 구역 안, 바스켓으로부터 8피트(약 2.4m) 안에서 이뤄진 25일 경기를 포함 최근 3경기에서 주바치는 거의 모든 슈팅을 페인트 구역에서 시도했다. 실패로 끝난 페인트 구역 밖의 슈팅 한 번도 페인트 구역 경계선 바로 바깥에서 던진 시도였다.

이 3경기 동안의 야투 시도 총 32회 중 주바치는 25개(78.1%)를 성공시켰다. 제한구역에선 22회 중 19개(86.4%), 제한구역 밖에서는 9회 중 6개(66.7%) 성공이다.

골밑에 있을 경우 주바치는 자신보다 체격이 작은 선수가 본인을 맡고 있다면 확실히 좋은 자리싸움을 벌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패스를 받은 다음 안정적인 자세로 슈팅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수비를 밀어내지 않은 상황에서도 훅 등을 통해 수비를 앞에 두고도 슈팅을 성공시키곤 했다. 이런 모습은 포스트 득점원으로서 분명 합격점이며 기록이 뒷받침해준다.

다만 그 전까지는 이런 모습이 나오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별달리 설계되지 않은 상황들에서 시도했던 총 21회의 야투 시도에서 10개(47.6%)를 성공시켰는데 페인트 구역 시도들임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는 아니었다.

▶좀처럼 받지 못했던 기회

주바치는 최근 3경기를 제외하고 커리어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받았다고 보기엔 어렵다. 1년차 평균 16분도, 2년차 9.5분도 시즌 말쯤 팀이 성적과 관계없이 홀가분하게 적은 년차의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면서 늘어난 시간이었을 뿐이다.

올시즌에도 레이커스는 백업 센터 타이슨 챈들러(36)가 뛰기 시작한 11월7일 경기 전까지도 맥기 외에는 정통 센터를 유의미한 승부 시간에 잘 기용하지 않았다. 주바치도 챈들러가 들어오기 전까지 받은 시간이 4경기에 걸친 38분이 전부였다.

우선 주바치가 최근 경기들처럼 유의미한 승부의 시간 동안 이렇게 좋은 포스트 득점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진 못했던 것이 크다. 그리고 수비 쪽에서의 약점이 주바치의 시간을 제한시키기도 했다.

빼어난 운동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장신임에도 바스켓 사수에 있어 큰 역량을 발휘지 못하고 리바운드에서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하지만 최근 3경기를 보면 수비 진영에서의 주바치는 충분히 센터로서 기여하고 있다.

23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의 4블록 포함 최근 3경기 동안 총 8개의 블록을 기록했다. 또한 리바운드도 두 경기에서 각각 11개씩 잡아내며 평균 8.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후 바로 풋백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눈여겨볼 만하다.

결정적으로 레이커스는 최근 3경기 동안 주바치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적은 실점을 허용했다. NBA닷컴에 따르면 레이커스는 최근 3경기 144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0.6실점을 내줬다. 이에 비해 주바치가 뛴 96분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89.4실점, 팀원들 중 가장 좋은 수비지표를 기록했다.

이는 어느 한 경기의 치우친 숫자가 아닌 경기마다 나온 경향이 합쳐진 숫자다. 때문에 주바치 기용을 통해 레이커스가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의 자리 잡기에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능한 가드와 함께 뛴다면 주바치는 리그에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다. ⓒAFPBBNews = News1
▶기회가 될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

2016 NBA 드래프트에서 32순위로 뽑힌 주바치는 2016~17시즌부터 3년 계약을 맺었다. 즉 올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때문에 어쩌면 리그에서 밀려날 수도 있던 시점에서도 주바치는 확실한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레이커스 입장에서도 맥기와 챈들러는 안정성과 나이라는 안 좋은 쪽의 변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바치의 현재 분전은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물론 맥기가 돌아올 경우 주바치의 시간이 또 없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모습이라면 애써 그 시간을 없앨 이유가 없다. 충분히 자신의 시간 동안 공수 양 진영에서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제임스의 부상으로 당장 레이커스는 불안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주바치의 활약이 단지 깜짝 활약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띨 수 있다면 제법 힘이 될 수 있다. 올시즌보다는 그 이후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레이커스이기에 어린 주바치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있기도 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