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2패.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트레이드를 통해 지미 버틀러(29)를 들인 이후 성적이다. 그 전까지의 9승6패 전적보다 확실히 나아진 결과다.

특히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브루클린 넷츠전에서 거둔 127-125 승리는 버틀러 영입이 왜 필요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팀 내 최고 34득점을 올린 선수이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볼을 맡길 선수, 그가 버틀러였다.

경기 종료 0.4초 남았을 때 그물을 가른 버틀러의 3점슛은 역전 결승득점이 됐다. 4연승을 달리다가 24일 하위 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유일한 홈 패배를 당한 팀 입장에서 이 경기마저 패했더라면 분위기가 꽤 가라앉을 뻔 했다. 버틀러가 그런 위기에서 팀을 건져준 영웅이 됐다.

그렇다면 아직 단 7경기만 치렀지만 필라델피아에게 버틀러는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버틀러는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뒤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을까.

버틀러의 아이솔레이션 3점슛 위력이 막판 승부처에서 벌써 두 번이나 필라델피아를 구원해 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제2옵션으로서 묵직한 펀치

26일 현재 경기 당 개인 득점 리그 순위에서 필라델피아의 센터 조엘 엠비드가 6위(28.1득점)에 올라 있다. 버틀러가 동료가 되기 직전까지의 2위(28.2득점)에서 4계단 내려오긴 했지만 엠비드의 숫자가 떨어진 것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약진이 컸다.

버틀러가 들어온 이후 7경기 동안에도 엠비드는 평균 27.9득점의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숫자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평균 20.3득점의 버틀러다.

26일 경기에서 본인의 시즌 최고 기록 34득점을 올린 버틀러는 앞선 필라델피아 소속 6경기 동안 평균 18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 소속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기록하던 평균 21.3득점보다는 확실히 하락한 숫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회의 변화일 뿐이지 버틀러의 득점 위력에는 변화가 없다. 위력이 더 커졌다면 커졌을 뿐이다.

필라델피아 소속 버틀러는 경기 당 13.9회 야투 및 5.1회 자유투 시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올시즌 미네소타에서는 경기 당 15.7회 야투 및 6.1회 자유투 시도를 가지며 팀 내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가졌다.

이렇게 공격 기회의 크기와 서열이 내려온 가운데 버틀러의 효율성은 더 올랐다. 미네소타에서 야투율 47.1%였다면 필라델피아에선 51.5%다. 특히 3점슛 적중률이 37.8%에서 55.0%로 상승했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득점 효율성이 미네소타 시절보다 좋아졌다.

버틀러의 지난 7시즌 커리어 중 야투율 50%를 넘긴 시즌은 없었다. 가장 높았던 적이 바로 전 시즌의 47.4%였다. 현재의 높은 효율성 대역을 유지한다면 최고의 득점 효율성을 남긴 시즌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승부처에서는 제1옵션

버틀러가 필라델피아의 경기 마지막 결승득점을 올린 것이 이번 브루클린전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쩌면 보다 극적인 장면이 18일 샬럿 호넷츠전에서 나왔다.

26일 브루클린전에서는 상대 가드들인 디앤젤로 러셀과 스펜서 딘위디가 각자 38득점 및 31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보여줬다. 그리고 18일 샬럿전에서는 가드 켐바 워커가 60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4쿼터 5분여 남았을 때 10점차 뒤진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폭풍 같은 워커의 활약이었다.

그 경기에서 버틀러는 클러치 시간 동안 크게 나서지는 않았다. 공격 진영에서 버틀러가 볼을 손에 쥔 시간도 몇 초 되지 않았고 다른 동료들이 주로 슈팅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연장 종료 10초를 남겼을 때 동점 상황의 마지막 타임아웃 후 볼을 손에 쥔 선수가 버틀러였다.

아예 처음부터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203cm의 신장 버틀러는 201cm의 드웨인 베이컨을 앞에 두고 드리블을 치며 아이솔레이션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시간이 다해갈 무렵 3점 라인 바로 앞에서 떠올라 슛했고 0.3초를 남기고 122-119로 팀이 승리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브루클린전도 경기 막판 장면이 비슷하다. 경기 종료 5분 전부터 버틀러의 공격 가담은 크게 없었다. 엠비드와 슈팅 가드 JJ 레딕이 주로 슈팅 기회를 가지며 4쿼터 중반 10점차까지 뒤졌던 경기를 좁혔다.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1점차 뒤진 종료 10초 전 타임아웃 후 볼을 손에 쥐고 시작한 선수가 버틀러였다. 샬럿전 때처럼 201cm 신장 론대 할리스-제퍼슨을 앞에 두고 3점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포인트 가드가 바스켓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오른쪽 윙에서 던진 것도 같다.

벤 시먼스-엠비드-버틀러-레딕 주요 공격수 4명 가운데 버틀러는 클러치 상황에서 특히 빛을 내줄 수 있는 승부사다. ⓒAFPBBNews = News1
버틀러 합류 후 7경기 동안 필라델피아는 경기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을 6경기에 걸쳐 겪었다. 그 중 5승1패를 거둔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많은 클러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역시 총 23득점의 엠비드다. 그리고 그 다음이 55.6% 야투율 14득점의 버틀러다.

특히 채 몇 초를 남기지 않은 시간에는 외곽에서 승부해야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때 강심장을 지닌 한편 정교한 외곽 슈팅을 보여줄 선수로서 버틀러의 존재는 크다. 앞으로도 마지막 승부를 가르는 슈팅은 버틀러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팀으로서 수비력을 다져야할 필요성이 있는 필라델피아

버틀러 트레이드 때 필라델피아는 윙 수비수 로버트 카빙턴과 빅맨 다리오 샤리치를 미네소타에 보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수비 진영에서의 성과는 트레이드 전보다 떨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버틀러가 뛰기 시작하기 전인 13일까지 필라델피아는 100포제션 당 106.7실점으로 리그 9위의 수비지표를 기록했다. 하지만 26일 현재는 17위(108.7)로 하락했다. 버틀러 합류 후 7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13.2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아쉽게도 버틀러의 수비 쪽 영향력은 좋지 못했다. 버틀러가 뛴 245분 동안 필라델피아는 100포제션 당 115.0실점을 허용했다. 엠비드와 뛰는 시간을 달리하며 윙 포지션으로서 든든한 센터가 없는 시간에 뛴다는 불리함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라델피아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이런 수비 쪽 선수층 깊이다. 클러치 상황에서 많이 이기는 것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넉넉하게 이기는 것이 시즌 운영에 있어 더 좋다. 때문에 버틀러를 통한 승부처 활약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가운데 경기 전체적 튼튼함에도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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