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올림픽파크텔=박대웅 기자] “우리가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팀 킴은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김민정 감독 등에게 받아온 부당한 처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팀 킴의 폭로와 장반석 감독의 반박

앞서 팀 킴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게 호소문을 보낸데 이어 SBS ‘뉴스8’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받아온 부당한 처우를 세상에 공개했다.

팀 킴은 김경두 부회장에 의해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훈련은 물론 대회 출전 역시 저지 당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컬링팀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 불화 속에서 선수들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특히 김경두 부회장이 폭언을 했던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며, 김민정 감독이 훈련에 나오지 않거나 인터뷰를 통제한 점, 국제대회 상금 획득 후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 김은정의 성화봉송 참가를 막으려 한 점 등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김경두 부회장의 사위이자 김민정 감독의 남편인 장반석 경북체육회 감독은 팀 킴의 폭로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감독은 먼저 상금과 관련해 “개인에게 배분하거나 선수나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선수들에게 공지한 내용이었다. 2015년 선수들 동의로 김경두 이름으로 개설한 통장으로 상금과 팀 훈련 비용 등을 모두 관리했다”며 상금을 정산 받지 못했다는 선수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한 상금은 참가비나 장비 구입비, 항공비 등을 위해서만 사용했으며, 지난 7월 사용 내용을 확인해준 뒤 서명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김민정 감독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행사에 반 강제적으로 선수들을 불렀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부탁했고 긍정적인 대답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김은정을 훈련에서 제외시킨 것도 “결혼과 임신 계획을 밝혀 지도자로서 새 스킵을 찾아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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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통한 팀 킴의 재반박

상황이 진실공방 논란으로 번지자 팀 킴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 감독의 반박 내용을 보면 우리 호소문이 전부 거짓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왜 호소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감독단의 반박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우리가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다시 한 번 말하고자 한다”며 장 감독의 반박 내용을 하나씩 재반박했다.

먼저 김선영은 “장반석 감독님께서 반박하신 내용 중 어린이집 행사에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은 일방적으로 통보하신 것을 사전에 협의했던 것처럼 말씀하신 것이다”라며 “유치원 행사와 관련해 언급한 5월3일에는 선수들이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5월 중순경 선수들이 어떤 일인지 김 감독님에게 물어봤으나 김 감독은 장 감독의 개인적인 일이라 ‘자신은 모른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루 전날 밤 운동회 일정표를 뒤늦게 보내줬지만 아들 운동회이니 못 가겠다고 말하기 어려웠다”며 당초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음을 밝혔다.

또한 선수들 동의하에 통장을 개설했다고 장 감독이 주장한 점에 대해 “2015년 상금통장으로 사용할 통장을 개설한다고 선수들에게 통보만 했다. 사전에 김경두 교수님 명의로 진행할 것이라는 것은 언급해준 것이 없었고, 선수들에게 요구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언급했다.

장 감독이 내역서를 공개했지만 2015년부터 2018년 올림픽 종료시까지 상금의 입출금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 팀 킴의 주장이다. 이들은 장 감독이 상금 통장 사용의 증거로 제시한 내역서의 경우 전체적인 상금의 사용 내역이 아닌 장비구입 내역과 소정의 교통비, 식비이며,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장 감독의 일방적 통보만 있었을 뿐 그 어떤 사전 동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결혼으로 인해 새 스킵을 준비했다는 장 감독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영은 “올림픽 이전에도 이미 김은정 선수의 입지를 줄이려 하고 있었고, 결혼 뒤에는 다른 선수들이 이해할 수 없는 포지션 변경에 대한 훈련을 강요했다. 팀을 나누고 숙소까지 떨어뜨려놓으며 분리시켜 놓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반문한 뒤 이는 김은정 뿐 아닌 팀 전체의 분열이 목적이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임신 계획이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지부터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팀 킴은 호소문 이외에 또다른 폭로도 이어갔다. 올림픽 이후 팬들에게 받은 선물과 편지는 늘 뜯어진 채로 받아봐야 했다는 것. 팀으로 온 선물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선수 개인에게 온 것까지 모두 감독이 확인한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앞서 보낸 호소문의 많은 내용 중 장 감독이 일부에 대해서만 반박하고 있을 뿐 정작 중요한 폭언과 억압 문제는 전면 부인할 뿐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팀 킴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

팀 킴 선수단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팀 사유화, 인권, 훈련적인 부분들이 더욱 세세히 밝혀지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길 바란다는 대목이다.

팀 킴은 크게 3가지 사항에 대해 요청을 했다.

먼저 팀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감독단과는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를 통해 더욱 진실이 철저하게 밝혀지길 희망했다. 소속팀을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김은정은 “감독님이 잘 챙기지 못해서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보는데 왜 우리가 옮겨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적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또한 컬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훈련장이 있어야 하며, 의성컬링훈련원에서 계속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훈련원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선수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완벽히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팀을 제대로 훈련시켜주고 이끌어줄 감독단과 함께 운동을 계속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은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은정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올림픽 직후에 폭로를 곧장 하지 못했던 것은 교수님의 독식이 워낙 커서 선수 생활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준비를 하기까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낸 만큼 이제 이 용기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부조리가 밝혀지고 컬링이 발전하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 감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경북체육회, 대한체육회와 공동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팀 킴 호소문의 진실 여부를 밝히고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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