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찬성은 너무 착했다. 그 착함으로 인해 정찬성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던 중요한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 중 ‘세 번’의 지나치게 착한 모습을 보인 정찬성은 더 영악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AFPBBNews = News1
정찬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 페더급 로드리게스와의 1년 9개월만의 복귀전에서 5라운드 4분 59초 리버스 TKO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정찬성은 5분 5라운드 내내 대혈투를 펼쳤고 수많은 정타를 날리며 판정을 간다면 승리는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종료 1초를 남긴 4분 59초 시점에서 무리하게 전진하다 상대 로드리게스가 본능적으로 내뻗은 라이트 엘보우에 턱을 맞고 그대로 기절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심판은 곧바로 KO를 선언했고 로드리게스는 행운의 엘보우로 기적적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정찬성은 세 번의 지나치게 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 장면들의 아쉬움을 얘기해본다.

하나. 2라운드 중반 로블로를 당한 정찬성

정찬성은 펀치와 클린치를 활용하려는 근접전, 로드리게스는 킥으로 이를 떨쳐내는 경기가 지속되던 2라운드 2분 30초경 로드리게스의 왼발 니킥이 정찬성의 급소에 맞고 말았다. 로드리게스도, 심판도 단번에 로블로인 것을 알 정도로 명확했고 정찬성도 고통을 호소하자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이때 아쉬운 것은 정찬성은 30초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곧바로 심판에게 경기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경기를 재개했다. 물론 아프지 않은데 괜히 아프다고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좋지 않은 행위다. 하지만 급소를 맞은 부상은 금방 괜찮은 것 같아도 체력적으로나 분명 회복이 필요하다.

정찬성은 빠르고 재밌는 경기를 위해 금방 로블로 부상에도 ‘괜찮다’며 경기를 재개하고자 했을지 모르지만 이럴 때 조금이라도 휴식을 가지고 완벽하게 괜찮을때까지는 쉬는게 필요했다. 이럴 때 조금은 영악하게 쉴 때 확실히 쉬면서 제대로 전열을 가다듬는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AFPBBNews = News1
둘. 4라운드 중반 로드리게스가 당한 로블로를 정찬성이 걱정하다

접전이 지속됐지만 4라운드만큼은 확연히 정찬성이 앞서가던 경기였다. 그러던 4라운드 3분 50초경 정찬성과 로드리게스가 니킥을 주고받다 정찬성의 니킥이 로드리게스의 급소에 닿는듯한 모습이 나온뒤 곧바로 정찬성의 맹공이 이어져 로드리게스는 명백히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공격을 당하면서도 로드리게스는 심판에게 로블로에 의한 휴식을 주장하는 듯 했지만 심판은 받아주지 않았다. 이때 상대가 약해진틈을 타 맹공을 퍼부어 경기를 끝내도 모자랄 정찬성이 도리어 이를 걱정하며 심판에게 로드리게스에게 시간을 줘야하지 않느냐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다. 스포티비 해설진 역시 당시 정찬성 제스처를 이렇게 해석했다. 그러나 심판은 명확하게 속행을 명했다.

그 사이 로드리게스는 불리했던 포지션을 풀고 나왔고 정찬성은 절호의 KO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물론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상대를 걱정할 수 있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기회가 나왔고 심판이 속행을 명한 상황에서는 상대 걱정보다 확실하게 끝장을 내려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이 역시 영악함이 필요했다.

▶셋. 5라운드 종료 직전, 로드리게스의 관종 호응을 다받아주다

5라운드 경기 종료가 눈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로드리게스는 가드를 내리더니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찬성은 함께 멈춰섰다 그의 제스처가 끝내자 자신 역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하지만 종료 10초를 남기고 갑자기 또 로드리게스가 접전 중 관중 호응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정찬성의 경기 흐름을 끊었다. 잘 나가던 흐름이 끊기자 정찬성은 잠시 멈칫했고 다시 공격에 들어가다 ‘럭키 엘보우’를 맞고 실신하고 말았다.

물론 경기 중 퍼포먼스는 물론 관중을 들끓게 만들지만 중요한 경기며 흐름이다. 자신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면 공격해도 무방하다. 물론 그럴 경우 ‘비매너’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패하는것보다 낫다. 실제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도 상대가 인사를 청하자 별반응하지 않은 후 곧바로 KO펀치를 날린 사례도 있다. 괜히 무패 복서가 아니다.

많이 이해해 한번은 그렇게 받아줄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종료 10초를 남기고 또 관중 호응 유도까지 정찬성이 굳이 받아줄 필요는 없었다. 흐름을 뺏고자 하는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걸 다 받아준 정찬성은 종료가 눈앞에 다가오자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들어갔다 1초를 남기고 KO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정찬성은 이날 경기에서 처절한 혈투를 벌이고 앞서는 경기를 펼쳤음에도 지나치게 착한, 영악함이 결여된 세 번의 아쉬운 장면 끝에 패하고 말았다. 실제로 경기 기록 통계에서도 정찬성은 1분 9초동안 컨트롤 타임(우세)을 가져갔지만 로드리게스는 단 7초가 전부였다. 경기 후 공개된 채점표에서도 정찬성이 5라운드에 뒤졌어도 2-1로 판정승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너무 착하고 영악하지 못했던 정찬성은 1년 9개월만의 복귀전에서 통한의 패배에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에선 정직한건 좋지만 필요이상으로 착할 필요는 없다.

정찬성이 당한 끝내기 엘보우.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