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에만 8블록. 하산 화이트사이드(29·마이애미 히트)가 구단 신기록을 작성하며 경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홈에서 치른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 마이애미는 저득점 경기 양상 가운데 95-88 승리를 건져냈다. 3연속 원정길에서 1승2패를 기록하고 홈으로 돌아와 따낸 꿀 같은 승리이며 3연패 뒤의 2연승으로 5승5패 5할 승률을 회복했다.

화이트사이드는 32분13초 동안 55.6% 야투율로 29득점 20리바운드 9블록이라는 대형 숫자를 기록지에 남겼다. 본인의 커리어 280경기 중 5번째로 높은 득점, 11번째로 높은 리바운드, 5번째로 높은 블록을 한 경기 안에서 동시에 이뤘다.

홈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등 화이트사이드는 잔뜩 고무된 표정과 플레이들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마이애미는 고란 드라기치와 드웨인 웨이드 등 스타들이 빠지며 고전이 예상됐고 실제 야투율도 38.7%에 그치며 공격 진영에서 경기가 잘 풀리진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더 깊은 늪에 빠진 쪽은 샌안토니오였다. 이따금씩 터진 3점슛들이 있었지만 결국 전체 야투율 33.0%에 그친 85득점이 나왔다.

여기엔 화이트사이드의 존재감이 컸다. 페인트 구역 위주로 순찰하며 샌안토니오의 골밑 공략들을 저지했다.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된 적은 없지만 후보로서 거론되던 2015~16시즌과 2016~17시즌의 모습을 되찾은 듯 보였다.

시즌이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화이트사이드 입장에서 올시즌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망스러웠던 지난 시즌을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샌안토니오전 활약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느린 페이스의 샌안토니오에게 장벽이 되다

올시즌 10경기 동안 페인트 구역에서 52.7% 야투율을 기록 중인 샌안토니오는 8일 경기에서 37.5%라는 극악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앞선 9경기 동안 제한구역에서 60.7% 정확도를 보여주다가 마이애미전에서는 22회 시도 중 9개(40.9%)만 성공시켰다.

여기엔 화이트사이드가 때마다 골밑에 나타나며 방해한 공적이 컸다. 특히 신장 213cm의 이점을 앞세운 화이트사이드의 블록들은 굳이 높이 도약하지 않더라도 상대 선수들이 슛한 볼들을 쳐냈다. 큰 동작의 블록들은 도리어 상대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경우들이 제법 되지만 높이 뜨지 않은 블록들은 상대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만드는 빈도가 높다.

샌안토니오는 현재 리그에서 대표적으로 느린 팀들 중 하나다. NBA닷컴에 따르면 48분 당 포제션 수의 페이스에서 8일 현재 샌안토니오는 리그 26번째(98.99)다. 리그 14번째 페이스(102.14)의 마이애미를 상대한 이번 경기의 페이스는 평소보다도 낮은 96.50 페이스가 나왔다.

게다가 샌안토니오는 속공에서 가장 적은 6.8득점을 기록 중인 팀이다. 즉 하프코트 공격 의존도가 어느 팀보다 높은 샌안토니오는 화이트사이드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센터 화이트사이드의 주요 대결 상대였던 라마커스 알드리지는 시즌 초 커리어 최저 42.7%의 야투율을 기록 중이기도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12개 야투 실패의 14.3% 야투율에 그치며 바닥을 찍었다.

▶이전 경기들에서도 회복세였던 화이트사이드

샌안토니오의 팀 특성이 화이트사이드에게 좋은 활약의 지렛대가 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유독 샌안토니오전에서만 활약을 보인 것은 아니다. 앞선 8경기의 기록만을 봐도 이미 화이트사이드는 전 시즌의 부진에서 회복한 분위기였다.

2010년 NBA 드래프트 출신으로서 2010~11시즌 NBA에 데뷔한 화이트사이드지만 실질적으로 화이트사이드의 경력은 마이애미가 재발견한 2014~15시즌부터 봐야 한다. 그리고 지난 4시즌 동안 마이애미에서의 커리어 중 전 시즌은 화이트사이드에게 제법 흠집을 남겼다.

무릎 부상으로 28경기를 빠졌던 화이트사이드는 부상의 여파인지 코트 위에서 큰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54경기 모두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경기 승부처에서는 동료에게 시간을 내주는 경우들이 많았다. 특히 플레이오프 1라운드 5경기 동안 평균 15.4분 출전 5.2득점 6리바운드 1.2블록은 기대치에 전혀 닿지 못했다.

이같은 시즌을 뒤로 하고 돌아온 화이트사이드는 초반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샌안토니오와 만나기 전까지의 8경기 동안에도 평균 27.8분 출전 12.4득점 14.6리바운드 2.8블록으로 센터로서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9번째 경기의 대활약을 통해 8일 현재 리그 전체 선수들 중 평균 리바운드 2위(15.2리바운드) 및 블록 1위(3.4블록)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득점 재능은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리바운드와 골밑 사수 능력은 분명 다른 팀들이 탐낼 만한 위력이다.

개인 리바운드 숫자의 크기뿐만 아니라 화이트사이드가 코트 위에 있을 때 마이애미는 가장 리바운드를 잘했다. ⓒAFPBBNews = News1
▶2번째 대형 계약을 향해 중요한 올시즌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서 새크라멘토 킹스에서의 첫 두 시즌 동안 1경기 및 18경기 출전에 그쳤던 화이트사이드에게 백만장자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마이애미에서의 2번째 시즌인 2015~16시즌까지 화이트사이드는 시즌 샐러리 100만 달러(약 11억원) 넘게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 후 활약을 인정받아 2016년 여름 4년 9800만 달러(약 1094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화이트사이드의 샐러리 2443만 달러(약 273억원)는 리그 27위에 달하는 높은 액수다.

올시즌이 끝나면 화이트사이드는 플레이어 옵션을 사용할지 안 할지 결정해 프리 에이전트로서 계약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안전하게 플레이어 옵션을 수락해 다음 시즌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커리어 2번째 대형 계약을 원한다면 올시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8일 55.6% 야투율 29득점을 올리기도 했지만 상대 수비를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화이트사이드가 대량 득점을 꾸준하게 올리기는 힘들다. 더욱이 8일 2어시스트와 3일 1어시스트를 기록하기 전까지 7경기 동안 어시스트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야가 매우 좁은 선수다.

즉 공격 진영 재능과 소질은 30세에 가까워진 현재 시점에서 더 향상되기를 바라기가 무리일 수 있다. 결국 보여줘야 할 것은 이번 샌안토니오전에서 보여줬던 골밑 수비 존재감과 에너지다. 이번의 9블록 안에는 페인트 구역뿐만 아니라 외곽에서도 나왔을 정도로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화이트사이드가 이번 시즌 제대로 활약한다는 것은 개인 측면의 이익을 위한 부분도 있지만 마이애미 팀 차원의 시즌 성적에도 도움이 된다. 또는 현재의 높은 샐러리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줘야 마이애미가 화이트사이드를 통한 선수단 운영 전략을 짜는 데에 힘이 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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