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열리는 드래프트는 참여한 유망주들의 깊이에 대해 평가를 받곤 한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깊은 선수층이 있는가 하면 유능한 선수가 드물게 보이는 얕은 선수층의 드래프트도 있다.

그런데 이런 평가를 너무 일찍 내리면 결국 틀릴 수 있다. 선수들의 성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대에 비해 높은 쪽으로든 낮은 쪽으로든 얼마든지 큰 폭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BA현미경]은 일정 연차가 쌓인 선수들의 성장 곡선을 보는 측면에서 각 연도 별 드래프트를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순서로 최다 5년차의 경험을 보낸 2013년 드래프트 인원들을 보기로 한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드래프트 평가는 오랜 시간을 두며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이 1년차를 보낸 2013~14시즌 마감 무렵에는 정말 초라한 드래프트 연도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역대 최악의 1순위 논의에 언제나 들어가게 될 선수가 나온 동시에 딱히 스타로서 떠오를 기대주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 큰 성장을 보인 선수들이 잇따라 나왔다. 여기에 대한 가장 명징한 그림으로 2015~1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기량발전상을 받은 선수들이 모두 2013년 드래프트 출신이란 사실이 있다.

MIP에서 MVP 후보로 올라선 아데토쿤보 외에도 2013년 드래프트의 풍성함을 말할 선수들이 많이 있다. ⓒAFPBBNews = News1
▶깜짝 선택의 1순위는 결국 실패한 도박으로

2013년 드래프트 당일 첫 번째 선택권을 가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앤써니 베넷을 호명했을 때 NBA 매체와 팬들 모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예상을 벗어난 선택이었고 의문을 품기에 충분했다.

결국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2013~14시즌 파워 포워드로서 평균 12.8분 출전에 4.2득점 3리바운드를 남긴 베넷은 결국 1년차 시즌이 끝나마자마자 트레이드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넘겨졌다. 그리고 4시즌의 짧은 커리어 동안 시즌마다 소속팀이 다 달랐다.

현재까지 4시즌 151경기 평균 12.6분 출전에 4.4득점 3.1리바운드 NBA 이력을 남긴 베넷은 가장 초라한 실적을 남긴 1순위로 꼽힐 만하다. 기간도 짧을뿐더러 코트에 나온 시간 동안에도 좋은 모습이 잘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17시즌이 끝난 후 터키 리그로 건너가기도 했던 베넷은 다시 미국 G리그로 돌아와 뛰었다.

▶신인 때는 누가 돋보였나

숫자 측면에서 2013 드래프트 인원들의 2013~14시즌은 썩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들로서 11순위 마이클 카터윌리엄스(16.7득점), 2순위 빅터 올라디포(13.8득점), 9순위 트레이 버크(12.8득점), 24순위 팀 하더웨이 주니어(10.2득점), 4명이 있었지만 모두 야투율 40% 근처의 불안정한 과정 속에서 나왔다.

이 중에 가장 많은 34.5분을 뛰며 평균 16.7득점 6.3어시스트 6.2리바운드 1.9스틸을 기록한 카터윌리엄스가 신인상을 차지했다.

카터윌리엄스를 포함해 2013~14시즌 올루키 퍼스트 팀에 올라디포, 버크, 22순위 메이슨 플럼리, 하더웨이가 선정됐다. 그리고 세컨드 팀에는 4순위 코디 젤러, 12순위 스티븐 아담스, 13순위 켈리 올리닉, 15순위 야니스 아데토쿤보, 21순위 고르귀 젱이 선정됐다.

한편 드래프트 무렵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혔다가 무릎 인대 부상 전력에 대한 우려로 6순위까지 밀렸던 너렌스 노엘은 한 시즌을 쉬고 2014~15시즌에 데뷔했다. 당시 평균 9.9득점 8.1리바운드 1.8스틸 1.9블록의 신인 빅맨으로서 좋은 기록을 남기며 올루키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아쉬운 성장의 선수들

신인 시즌 좋은 기록을 남겼던 선수들 중 현재에 와서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기대주라면 카터윌리엄스와 노엘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신인상을 수상했던 카터윌리엄스는 당시의 기록이 내실이 받쳐주지 못한 면이 있긴 했다. 소속팀이 승리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 타진에 초점을 맞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기에 기량 이상의 기회를 받은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198cm의 장신 포인트 가드 이점을 통해 다재다능함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지만 갈수록 팀에서의 비중이 떨어져갔다. 2년차 중반에 첫 트레이드를 거친 후 이번 시즌 휴스턴 로켓츠가 5번째 소속팀이 됐다. 특히 지난 시즌 기록했던 2점 야투율 36.5%는 매우 안 좋은 신호다.

카터윌리엄스처럼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했던 노엘도 이제 3번째 소속팀에 있게 됐다. 현재까지 커리어 평균 1.6스틸 및 1.4블록의 수비 진영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경기 참여에 지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은 30경기만 출전했다.

지난 시즌 올라디포의 맹활약은 큰 반전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AFPBBNews = News1
▶3시즌 연속 MIP 배출

대신 초라한 신인 시즌을 뒤로하고 급격한 기록 성장을 보인 선수들이 나왔다. 지난 3시즌 동안 가장 향상된 선수, MIP에 오른 선수들이 모두 2013년 드래프트 출신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순위 CJ 맥컬럼은 2013~14시즌 평균 12.5분 출전 5.3득점에 그쳤고 2년차에도 6.8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3년차 2015~16시즌 평균 34.8분 출전 20.8득점으로 치솟았다. 이런 향상을 통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대미안 릴라드와 함께 팀의 주력 득점원이자 볼 핸들러를 맡아 이끌고 있다.

아데토쿤보는 신인 시절 다방면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평균 24.6분 동안 6.8득점에 그치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 뒤로 점차 자신의 장기를 살리는 과정을 거치며 2016~17시즌에는 야투율 56.3%로 평균 22.9득점을 올리는 에이스로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볼 핸들러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아데토쿤보는 2016~17시즌 평균 22.9득점 5.4어시스트 8.8리바운드 1.6스틸 1.9블록이라는 전 방위 활약의 기록을 남겼다. 이를 통해 생애 첫 올스타전을 선발로서 나서는 영예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평균 26.9득점으로 상승하는 등 MVP 후보로서의 위상도 보여줬다.

올라디포는 신인 때도 평균 31.1분 출전에 13.8득점으로 기록이 초라하진 않았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기엔 불안정한 모습을 계속 보여줬고 2016~17시즌에는 보조자 역할에 있음에도 실패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지난 시즌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에이스로서 나섰을 때의 올라디포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볼을 다루면서 해결하는 과정이 한껏 듬직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수 양 진영에서 한껏 헌신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이로써 야투율 47.7%에 평균 23.1득점 4.3어시스트 2.4스틸이란 커리어 중 한 차원 다른 기록이 나왔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 루디 고베어는 유타 재즈의 확실한 중심축으로서 자리 잡게 됐다. ⓒAFPBBNews = News1
▶팀의 중추로 올라선 선수들

앞에 언급한 MIP 3명 모두 각자 팀의 단독 또는 공동의 에이스 위치에 올라섰다. 한편 이들 외에도 득점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2013년 드래프트 인원들이 있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 27순위 루디 고베어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유타 재즈에게 216cm 신장 고베어의 존재는 상대팀이 골밑으로 돌파하는 전술을 쉽게 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진다. 신인 시즌 평균 9.6분 출전에 그쳤지만 이제 고베어의 존재는 유타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택한 아담스와 26순위 안드레 로버슨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가 상대방보다 낮은 야투율을 기록했음에도 많은 승리를 챙긴 데에는 아담스의 공격 리바운드 기여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로버슨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39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코트 위에 있을 때 훌륭한 대인 수비로 기여했다.

3순위 오토 포터도 신인 시즌 평균 8.6분 출전 2.1득점의 초라함을 완전히 뒤로 하고 지난 시즌 31.6분 출전 14.7득점을 기록하며 워싱턴 위저즈의 주요 인원으로서 성장했다.

일단 현재까지 보면 아데토쿤보가 단연 가장 큰 선수로 볼 수 있다. MIP, 최근 2시즌 연속 올NBA 세컨드 팀 선정, 2시즌 연속 올스타 선발을 넘어 향후 시즌 MVP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선수를 뽑은 밀워키에겐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탄탄한 전력 구축이 과제다.

그리고 이제 많아봤자 6년차가 되는 이들 중 누군가로부터 또 성장의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아직 25세 이하인 선수들이 제법 있다. 때문에 2013년 드래프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과정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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