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개인 선수로서의 영예와 팀 성적과는 그렇게 썩 밀접한 관계가 나오지 않는다. 스타 선수 한 명의 존재감이 비교적 큰 NBA에서도 개인의 영예가 팀의 우승으로 직결되진 않는 경향이다.

가령 21세기에 나온 19시즌 MVP들 중 팀의 우승을 본 경우는 5번에 그친다. 득점왕은 더욱 관계가 약하다. 21세기 시즌 득점왕 중엔 1999~00시즌 샤킬 오닐이 유일하다. 이렇게 보면 개인의 영광과 팀의 영광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로 시간을 돌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89~90시즌부터 1998~99시즌까지 10시즌의 MVP들 중 5시즌의 MVP가 팀의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도 됐다. 그리고 6시즌의 득점왕이 우승을 보기도 했다.

여기에서 1993~94시즌 MVP 하킴 올라주원을 제외한다면 모두 마이클 조던 한 명의 사례들이다. 득점왕, 시즌 MVP,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등 개인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영예들을 누리면서 우승도 차지한 파이널 MVP가 조던이었다.

이전까지 [NBA현미경]에서는 우승 전의 조던이 남겼던 숫자들에 대해 조명했었다. 그리고 이번 차례는 첫 우승을 거두면서 첫 3연속 우승까지 잇던 시절 조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993년 1차 은퇴를 발표하기 전까지 챔피언 시절 조던은 어떤 숫자들을 남겼을까.

1993년 조던의 NBA 은퇴 발표는 NBA 팬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아쉬움을 전했다. ⓒAFPBBNews = News1
▶디트로이트의 벽을 넘어서다

조던의 농구가 NBA 팬들에게 감동을 준 한 부분이 계속해서 자신을 좌절시켰던 대상을 끝내 버티며 이겨냈다는 점일 것이다. 1987~88시즌부터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조던과 시카고를 집으로 돌려보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바로 그 벽이었다.

디트로이트 상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각각 1승4패, 2승4패, 3승4패 순으로 패했던 시카고는 1990~91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또 만났다. 3시즌 연속 동일 팀들끼리의 컨퍼런스 파이널 대결이었다.

그 전까지 조던은 디트로이트를 상대할 때마다 득점 숫자는 물론이고 야투율도 평소에 비해 떨어졌다. 1987~88시즌부터 1989~90시즌까지 조던의 플레이오프 평균이 야투율 51.7%에 35.8득점이라면 디트로이트 상대 시리즈 18경기에서는 47.1% 야투율에 30득점이었다.

물론 이 숫자도 훌륭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아직 성장 중에 있던 시카고였기 때문에 조던이 집중 수비를 당하는 동안 디트로이트의 수비에 큰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반면 1990~91시즌 시카고는 성장을 해냈다. 바스켓 레퍼런스에 따르면 1989~90시즌 100포제션 당 112.3득점으로 리그 공격지표 5위였던 시카고는 1990~91시즌에 리그 1위(114.6)에 올라섰다. 리그 2위(112.8)와도, 리그 평균(107.9)과도 제법 차이를 둔 확실한 최고 득점력의 팀이었다.

주력 인원들인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가 각자 4년차로서 성장을 거뒀고 필 잭슨 감독의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다 강조한 공격 전술을 심어놓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1990~91시즌 디트로이트와의 시리즈에서 조던은 평균 29.8득점이라는 평소보다 적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53.5%의 훌륭한 야투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머지 시카고 선수들의 성과가 전 시즌들에 비해 확연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4연승 스윕을 이룰 수 있었다.

▶통상의 전성기 나이에 접어든 시기에 거둔 생애 첫 우승

구단 역사 처음으로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하고 NBA 파이널에 올라간 1990~91시즌 시카고는 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를 만나 1차전을 내줬지만 내리 4연승을 이루며 우승을 차지했다. 홈에서 1승1패로 시작했지만 원정에서 3연승을 이룬 쾌거였다.

여기에서 조던은 야투율 55.8%로 평균 31.2득점 6.6리바운드 11.4어시스트 2.8스틸 1.4블록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 논의에 들어가는 존슨을 상대로 4경기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뽑아낸 평균 11.4어시스트가 인상적이다.

1963년 2월생으로 조던은 생후 28년115일만에 NBA 커리어 첫 우승을 맛봤다. 이 시기는 통상의 NBA 스타들이 한창 완숙의 기량에 접어들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때다. 물론 조던의 숫자 자체는 우승 전에 더 큰 경우들이 많았지만 팀의 지휘자로서 보여준 견인력은 확실히 달랐다.

NBA 데뷔 전부터 조던과의 비교에 많이 올랐던 1984년 12월생 르브론 제임스는 2011~12시즌 생후 27년174일 만에 생애 첫 NBA 우승을 거뒀다. 조던보다도 빠른 나이에 거둔 셈이지만 그 뒤의 연속성에서는 조던을 따라잡지 못했다. 리그의 지배자로서 조던이 보여준 연속성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뜻이다.

2011년 시카고는 1990~91시즌 구단 첫 우승을 기념하는 20주년 행사를 열었고 당시 우승 멤버들이 모여 자리를 빛냈다 . ⓒAFPBBNews = News1
▶뒤로 갈수록 커진 숫자

첫 우승의 1990~91시즌을 시작으로 시카고는 우승에 부족함이 없는 숫자를 3시즌 연속 보여줬다. 공격지표 2년 연속 1위에다 1992~93시즌은 2위(112.9)에 올랐고, 수비지표도 7위 이상에 오르는 우승후보에 접합한 숫자를 기록했다.

1992~93시즌은 1991~92시즌의 67승15패(승률 81.7%)보다 제법 떨어진 55승27패(승률 57.3%)를 기록하긴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의 2패만을 기록하며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하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조던도 1990~91시즌 및 1991~92시즌 2연속 MVP에 올랐지만 1992~93시즌에는 찰스 바클리에게 내줘야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간 조던은 더욱 매서워진 선수가 됐다.

시즌별 플레이오프 득점 기록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안에서도 파이널 때의 기록이 또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1~92시즌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상대했던 NBA 파이널 1차전에서 조던은 당시 기준 NBA 공동 최고 기록이었던 6개의 3점 야투를 성공시켰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통틀어 본인 커리어 중 7개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한 경기 3점슛을 파이널에서 꽂아 넣었다.

1992~93시즌 NBA 파이널 시리즈에서는 시즌 MVP 바클리가 있는 피닉스 선즈를 상대로 최소 31득점, 최대 55득점에 달하는 뜨거운 화력을 보여줬다. 이런 조던의 활약에 힘입어 시카고는 처음으로 원정에서 시작하는 NBA 파이널을 2연승으로 시작했고 4승2패로 마무리 지었다.

▶20년 만에 챔피언이 된 득점왕

조던은 3년차 1986~87시즌부터 1차 3연속 우승을 이룬 1992~93시즌까지 줄곧 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7시즌 연속 득점왕은 NBA 역사에서 윌트 체임벌린과 조던만이 달성해 봤다. 게다가 조던은 1차 은퇴에서 돌아온 후 1995~96시즌부터 다시 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즉 조던은 우승을 거뒀던 시즌들에서 매번 득점왕에 올랐던 진기록을 갖고 있다. 사실 NBA 역사에서 득점왕과 우승은 그렇게 연관성이 깊지 않다. 조던 이전에 마지막으로 우승을 맛본 득점왕을 찾기 위해선 1970~71시즌 카림 압둘자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농구 기록 5가지 주요 항목들 중 득점은 단연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준다. NBA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선수들은 높은 득점을 올릴 줄 아는 선수들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조던은 가장 인기 있는 선수로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로서도, 가장 잘 승리할 줄 아는 선수로서도 존재했던 시대의 지배자였다.

또한 1987~88시즌 리그 평균 스틸 1위(3.7스틸)와 블록 18위(1.6블록)로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되기도 했던 조던은 동일 시즌부터 줄곧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강력한 수비수였다.

이렇게 동시에 이루기 힘든 위업을 계속해서 이룬 조던은 이미 1992~93시즌 시점에서도 역대 최고의 선수 논의에 들어가 있었다.

1992~93시즌까지 10시즌의 NBA 커리어만으로도 조던은 시카고를 넘어 세계 농구 팬들에게 최고의 전설로 남을 위업을 쌓았다. ⓒAFPBBNews = News1
▶너무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내려오기로 한 조던

1992~93시즌 조던과 시카고는 1950년대 3시즌 연속 우승의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 1960년대 8시즌 연속 우승의 보스턴 셀틱스 이후 처음으로 3연속 우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가 각 컨퍼런스 당 8개 팀으로 시작하는 현재의 제도가 시행된 1983~84시즌부터 보자면 최초의 3연속 우승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으로서도, 팀으로서도 조던은 이룰 것은 다 이룬 상황으로 볼 수 있었다. 1998년에 나온 조던의 자서전에는 이미 드림팀으로서 올림픽에 출전했던 1992년 여름부터 은퇴를 생각에 놓고 있었다고 나와 있다.

물론 결정적 은퇴 계기는 3연속 우승을 달성한 지 얼마 안 된 1993년 7월 아버지의 사망 사건이었다. 범죄자들에 의해 살해된 아버지로 인해 조던은 큰 충격과 실의에 빠졌고 같은 해 10월에 은퇴를 발표했다.

이미 충격에 빠진 NBA 팬들을 더 놀라게 만든 사건은 1994년 2월 조던이 야구 팀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마이너 리그 계약을 맺었던 일이었다. 조던을 매체에서 볼 수 있기는 했지만 농구하는 조던을 보고 싶어 한 팬들에겐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그렇게 오래가지만은 않았다. 1995년에 조던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다음 [NBA현미경]에서는 1994~95시즌 3월에 돌아와 1995~96시즌부터 다시 3연속 우승을 거둔 조던에 대해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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