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큰 별이었지만 워낙 휘황찬란하게 빛난 별들이 옆에 있었기에 그 위업이 가려진 NBA 전설이 도미니크 윌킨스다.

1980년대 NBA는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고 1990년대는 마이클 조던의 시대였다. 그리고 저 시대들을 고스란히 모두 보낸 선수가 윌킨스였다.

1982~83시즌부터 1998~99시즌까지, 외국 리그 생활 2시즌을 뺀 15시즌을 보냈다. 그 동안 윌킨스는 같은 동부 컨퍼런스에서 버드도 봤었고 조던도 봤었다. 그리고 같은 시대 3시즌 연속 파이널 진출에 2회 우승까지 거뒀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봤다.

이런 배경 속에서 가장 높이 올라갔던 플레이오프 무대가 2라운드였던 윌킨스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간과하기엔 윌킨스의 개인 커리어는 너무나 컸다.

특히 69시즌이라는 긴 구단 역사를 가진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있어 윌킨스의 위치는 정말 높다. 구단이 홈구장에 세운 유일한 선수 동상의 주인공이 윌킨스이기도 하다.

애틀랜타에게 윌킨스의 의미를 이 동상의 존재만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휴먼 하이라이트 필름의 커리어 평균 24.83득점

휴먼 하이라이트 필름은 윌킨스의 별명이다. 실전 경기들에서 멋진 하이라이트들을 많이 뽑아냈기 때문이다. 윌킨스의 야투 성공들 상당수가 드리블 돌파 후의 레이업이나 덩크들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윌킨스의 득점이 그렇게 풍성하진 못할 듯하다. 하지만 윌킨스는 NBA 역사에서도 정상권에 드는 대량 득점원이었다. 윌킨스의 커리어 통산 2만6668득점도, 커리어 평균 24.83득점도, 모두 NBA 역대 13위의 숫자다.

통산 득점 순위에서 윌킨스 앞에 있는 3위 코비 브라이언트(3만3643득점), 6위 덕 노비츠키(3만1187득점), 7위 르브론 제임스(3만1038득점) 모두 윌킨스의 시대 뒤에 등장한 스타들이다. 즉 은퇴 시점에서 윌킨스는 역대 10위 안에 드는 대량 득점원이었다.

전성기를 모두 보낸 애틀랜타에서는 12시즌 동안 평균 26.41득점을 남겼다. 현재 한창 때의 NBA 현역들 중 2017~18시즌까지의 커리어 평균 득점에서 윌킨스보다 높은 숫자를 기록 중인 선수는 단 2명이다. 제임스(27.15득점)와 케빈 듀란트(27.12득점)다.

애틀랜타에서 3년차 1984~85시즌부터 10년차 1992~93시즌까지 9시즌 연속 평균 25득점을 넘겼다. 트레이드로 넘어갔던 LA 클리퍼스도 포함시킨다면 10시즌 연속 평균 25득점 이상이다. 평균 30득점은 두 번 넘겨봤으며 1985~86시즌 리그 득점왕(30.3득점)에 오르기도 했다.

1970년 이후 평균 25득점 이상을 10시즌 연속 기록해본 선수들은 윌킨스 외에 마이클 조던, 칼 말론,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 제임스, 듀란트가 전부다.

놀라운 점은 1991~92시즌 아킬레스 건 파열이란 치명적 부상을 당했음에도 1992~93시즌 71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29.9득점 6.8리바운드 3.2어시스트 1스틸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여전히 예후가 좋지 못한 아킬레스 부상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복귀 사례로 꼽힌다.

▶덩크 챔피언을 넘어선 득점 기량

NBA 올스타 슬램덩크 대회의 챔피언들 중 운동능력에 비해 실전 농구 기량이 따르지 못한 선수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아니면 뛰어난 슈퍼스타들 중 덩크 대회 참여를 피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덩크 챔피언이자 대량 득점원인 선수가 윌킨스였다. 1984~85시즌과 1989~90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이런 윌킨스와 덩크 컨테스트 경쟁구도를 가진 선수가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라 부를 만한 조던이었다.

윌킨스와 조던이 맞붙은 대회는 1984~85시즌과 1987~88시즌이었다. 조던은 1986~87시즌 및 1987~88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2004~05시즌 올스타 슬램덩크 대회에서 조쉬 스미스가 윌킨스의 유니폼까지 입고 헌정 덩크를 성공시키며 챔피언에 올랐었다. ⓒAFPBBNews = News1
1990년대에 3점슛을 제법 던지는 등 패스 받은 직후 점프슛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한창 때의 윌킨스는 주로 본인의 드리블 후 득점 기회를 노렸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풋워크는 상대 선수들을 따돌리는 큰 원동력이었다.

▶최고의 하이라이트 경기, 조던과의 맞대결 57득점

윌킨스의 커리어 최고 경기 득점은 두 번의 57득점이었다. 한 번은 1985~86시즌 4월10일(이하 현지시각) 뉴저지 넷츠 상대로, 한 번은 1986~87시즌 12월10일 시카고 불스 상대였다.

이 중 시카고 상대 경기에서는 해당 시즌 본인의 커리어 최고 기록인 평균 37.1득점을 올렸던 조던을 상대했었다. 당시 조던은 41득점을 올렸었다.

경기는 57득점을 올린 윌킨스와 19득점 13어시스트를 올린 닥 리버스의 활약을 바탕으로 애틀랜타가 123-95로 승리했다. 실제 1986~87시즌 애틀랜타는 57승25패(승률 69.5%)로 동부 컨퍼런스 2위이자 리그 3위의 좋은 성적을 냈었다.

반면 당시 시카고는 조던이 평균 37.1득점을 올렸음에도 40승42패(승률 48.8%), 컨퍼런스 8위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윌킨스는 시카고의 수비를 계속해서 뚫어냈다. 속공 득점들에 더해 드리블 돌파를 동원하며 레이업과 덩크들이 연이어졌다.

당시 경기에서 윌킨스는 야투도 19개, 자유투도 19구 성공시켰다. 그 19개의 야투 성공 중 4개만 점프슛과 훅을 통한 과정을 거쳤고 나머진 모두 레이업과 덩크들이었다.

윌킨스 커리어에서 50득점 이상은 7경기에 걸쳐 나왔고 53득점 이상의 최고 득점 4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왔다. 대신 나머지 3경기에선 전패다. 현역 중 50득점 이상 경기를 7경기 이상 가졌던 선수들에는 제임스 하든(9경기)과 제임스(11경기)가 있다.

초창기와 달리 조던은 윌킨스에게 넘기 힘든 벽이 되는 거물로 성장했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오프 장벽

윌킨스가 가장 많이 출전한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수는 12경기였다. 그 외에는 모두 한 자릿수의 플레이오프 경기들만 치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윌킨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10시즌 중 7시즌에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나머지 3시즌에서도 2라운드가 끝이었다.

윌킨스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기회는 역시 12경기를 치렀던 1987~88시즌이었다. 당시 애틀랜타는 1라운드에서 밀워키 벅스를 3승2패로 꺾고 올라와 보스턴 셀틱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다.

당시 보스턴에는 버드-케빈 맥헤일-로버트 패리쉬의 올스타 트리오가 있었다. 7차전 버드가 3쿼터까지 14득점에 그치기도 했지만 4쿼터에만 20득점을 올리면서 보스턴이 계속된 접전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윌킨스는 47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뒤집지는 못했다.

윌킨스의 애틀랜타를 플레이오프에서 막아섰던 팀들에는 3시즌의 보스턴, 2시즌의 밀워키 벅스와 디트로이트, 1시즌의 시카고가 있었다. 팀의 공수 균형에 있어서 1986~87시즌 및 1987~88시즌이 가장 좋았지만 기회를 살리진 못했다.

▶애틀랜타에서 손꼽히는 큰 별

1996년 NBA는 리그 50주년을 맞이해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50명의 선수들을 선정했었다. 50년에 걸쳐 단 50명을 뽑는 것이기에 그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윌킨스가 빠졌다.

공교롭게도 1995~96시즌 윌킨스는 NBA가 아닌 그리스 리그에서 활동했었다. 35세에 마친 1994~95시즌 급격히 하락세를 맞이하며 외국 리그에 눈을 돌렸다. 이 때문이었는지 윌킨스는 위대한 50인 선정에서 빠졌고 여기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매체들이 뽑은 아쉬운 탈락 선수에 윌킨스가 가장 먼저 꼽히기도 했다.

2009년 NBA 아시아 챌린지 행사에 방문했던 NBA 전선들 중 한 명이 윌킨스였다. KBL 제공
그래도 9회의 올스타 선정, 7시즌에 걸친 올NBA 팀 선정 등의 업적과 더불어 윌킨스는 역사적인 선수로 인정하기에 충분한 숫자들을 남겼다. 강력한 숫자를 늦은 나이까지 꾸준히 보여줬다.

윌킨스는 34세 1993~94시즌을 평균 26득점으로 마감했다. 34세 이상 시즌에서 평균 25득점을 넘긴 선수는 역대 단 6명이다. 알렉스 잉글리시, 버나드 킹, 윌킨스, 말론, 조던, 브라이언트다.

그리고 애틀랜타에게 있어 윌킨스는 정말 큰 존재다. 애틀랜타를 거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2시즌 882경기 3만2545분 출전을 남겼고 통산 최고인 2만3292득점도 남겼다. 통산 6119리바운드는 4위, 2321어시스트는 8위, 1245스틸은 2위, 588블록은 7위다.

물론 역대 구단 선수들 중 2번째로 높은 통산 2만880득점을 남긴 19950,60년대 전설 밥 페팃이 구단 역사 최고의 선수로 꼽힐 자격이 충분하다. 69시즌 구단 역사에서 유일한 우승을 거뒀을 때의 주역이다.

그래도 세인트루이스에서 애틀랜타로 연고지를 옮긴 1968~69시즌 이후로 보자면 확실히 윌킨스는 애틀랜타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볼 수 있다. 버드와도 경쟁했고 조던과도 경쟁했던 윌킨스는 화려함과 실력을 동시에 보여준 큰 별이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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