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시카고의 젊은 선수 영입 성향은 우연의 일치치고는 꽤 묘하다. 원 소속이었던 잭 라빈(23) 재계약에 더해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 병력을 지닌 선수와 또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시카고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에서 비제한 프리 에이전트로 신분이 바뀐 자바리 파커(23)와 2년 4000만 달러(약 453억원) 규모의 계약에 사인했다. 파커의 원 소속팀이었던 밀워키 벅스가 당일 완전하게 풀어주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95년생 동갑 라빈과 파커는 동일하게 2016~17시즌에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었다. 이 탓에 각자 장기 공백에 빠졌고 라빈은 지난 시즌 24경기, 파커는 31경기에 그치는 출전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카고는 이 두 선수에게 각각 시즌 당 약 2000만 달러(약 227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안겼다.

시즌 당 2000만 달러가량은 현재 리그에서도 팀 당 두 명꼴도 안 되는 적은 수의 선수들만이 받는 금액이다. 이런 큼 금액을 받을 만큼 파커에게 큰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혹여 큰 스타를 얻기도 전에 빠져나오기 힘든 굴레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파커의 합류는 시카고가 가진 젊은 가능성의 변수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AFPBBNews = News1
▶밀워키는 왜 파커를 그냥 보냈을까

2014년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 파커는 1라운드 출신 선수들이 으레 그렇듯 4년차 시즌을 마치며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수순을 밟을 참이었다. 하지만 밀워키는 이 단계를 위한 퀄리파잉 오퍼를 없애면서 파커를 계약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신분으로 만들어줬다.

즉 밀워키가 파커와 깔끔하게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뜻이다. 밀워키는 이 젊은 파커로부터 회의적인 미래를 본 것일까. 일단 파커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맞다. 라빈과 달리 파커는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NBA 커리어 중 두 번이나 겪었다. 첫 번째가 신인 시즌 때였다.

이런 불안한 신호와 더불어 밀워키는 자체적으로 샐러리캡에 있어 빡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직 공식 사인하지 않았지만 밀워키는 에르산 일리아소바와 3년 2100만 달러(약 238억원) 규모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었다. 이는 팀 샐러리가 사치세 에이프런, 즉 1억2800만 달러(약 1450억원) 아래에 있을 때에나 맺을 수 있는 계약 조건이다.

만약 시카고의 계약 제시에 밀워키가 대응했더라면 일리아소바와의 계약은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로워진다. 때문에 밀워키의 선택은 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파커에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이란

파커가 드래프트 2순위에 뽑힐 수 있었던 이유에는 공격 진영 경기력이 큰 몫을 했다. NBA 스타 선수에게 필요한 슈팅 기회 창출 능력이 파커에게 보였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준비된 신인이라는 기대까지 안고 있었다.

하지만 1년차부터 벌써 통할 득점 능력은 아니었다. 슈팅 기회는 만들 줄 알지만 마무리가 안 되곤 했다. 가장 많은 시도를 가진 점프슛 성공률이 31.4%에 그쳤고 3점 라인 밖에서는 25.0%에 그쳤다.

반면 3년차부터는 파커의 슈팅 감각이 실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 점프슛 성공률이 2016~17시즌 35.3%로 올라왔고 4년차엔 40.6%로 마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마냥 장밋빛 미래를 볼 수만은 없다. 우선 파커는 지난 시즌 동안 거의 벤치 멤버로서 나왔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7경기 동안 페인트 구역 밖에서 던진 모든 야투 중 31.3%만 성공시켰다.

물론 시카고도 파커를 벤치 멤버로서 기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치 선수에게 2000만 달러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 맞다. 주전 포워드로서 파커가 큰 짐의 무게를 버틸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이라면 페인트 구역 안에서의 마무리는 꽤 좋다. 특히 제한 구역을 제외한 페인트 구역에서의 마무리가 통상적으로 어려움에도 파커는 곧잘 성공시켰다. 이 구역 성공률이 정규 시즌 44.1%, 플레이오프 42.9%였는데 리그 평균보다 꽤 높은 편이다.

장신과 부드러운 손 터치를 통해 파커는 근거리 슈팅에 대해 장점을 가진다. ⓒAFPBBNews = News1
▶수비에서 많은 의문부호가 붙게 될 시카고

만약 파커의 공격 진영 경기력이 통할 만하다면 시카고로서는 나름의 소득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커의 영입에서 가장 큰 의문부호는 수비 진영에서 나온다. 이미 안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팀이 수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지 못한 선수를 들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시카고의 경기력을 오롯이 숫자로만 판단하기엔 애매하다. 낮은 성적을 위해 고의적으로 선수기용을 변칙적으로 가져가는 모습들이 포착됐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시카고는 100포제션 당 득실점을 의미하는 공격 및 수비 양 지표에서 리그 바닥권에 있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지난 시즌 시카고의 공격지표는 리그 28위(100.8), 수비지표도 28위(108.6)였다. 여기에서 공격지표 순위는 라빈과 파커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비지표는 젊은 팀이라고 성장을 선뜻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너무 어린 팀일수록 수비에 대해 비관론을 갖는 것이 맞다. 그리고 현재 시카고에는 딱히 수비에서 좋은 신호를 보여준 선수들이 없다. 파커 또한 NBA 입성 전부터 수비가 약점이라는 평을 들어온 선수다.

현재 시카고는 파커를 스몰 포워드로 바라보고 있다. 주전 파워 포워드엔 큰 가능성을 보여준 로우리 마카넨(21)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파커의 큰 무릎 부상 병력은 수비 진영에서 더 곤경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시카고는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됐나

수비에서 예상되는 약점, 그리고 공격 진영 경기력 성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파커에게 큰 금액을 안겨준 시카고의 선택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파커의 부상 병력을 떼어놓고 봐도 낙관론을 가지기엔 이르다.

다만 다가오는 시즌 파커가 실망을 안겨줘도 시카고가 계속해서 시름에 잠길 일은 없다. 이번 파커의 계약은 팀에게 매우 유리한 편이기 때문이다. 계약 2년째에 플레이어 옵션이 아닌 팀 옵션이 걸려 있다. 2018~19시즌이 끝나면 파커의 신분은 시카고가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파커의 영입이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그리 크지 않다. 다음 여름 파커의 샐러리가 빠진다면 여전히 시카고는 대형 프리 에이전트를 겨냥할 만큼의 샐러리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도 NBA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한때 높은 기대를 받았던 젊은 유망주가 보다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 긍정적 방향이다. 젊고 가능성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 시카고를 향해 기대의 시선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동부 컨퍼런스 순위 싸움에서 시카고가 재미있는 역할을 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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