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세돌의 팀 신안천일염과 전기 4위 SK엔크린. 시즌 초반 나란히 3연패의 부진을 겪고 있는 두 팀이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마주쳤다.

둘 중 어느 한 쪽은 4연패의 나락을 피할 수 없으니 얄궂은 대결이었다. 중계가 시작되자마자 송태곤 해설자는 두 팀의 처지를 설명하며“절대 약팀이 아니라 강팀에 가까운 팀들인데…”라고 얘기했고, 거기에 ‘배수진’ ‘낭떠러지’ ‘외나무다리’ 같은 단어들이 오버랩 되면서 승부의 비장감이 더해졌다.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1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이 SK엔크린을 3-2로 물리쳤다. 5지명 한상훈 8단과 1지명 이세돌 9단, 4지명 한태희 6단이 3승을 합작하며 절박했던 4시간의 승부에서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시작하자마자 단명국이 나왔다. 한상훈 8단이 이동훈 9단을 146수만에 꺾었다. 저녁 8시, 예상에 없던 빠른 종국이었다. 동시에 시작한 이영구-이지현 대국도 오래가지 않았다. 앞선 대국 15분 뒤 이영구 9단이 불계승을 거두면서 저녁 8시 15분에 전반 속기전 두 판이 줄달음치듯 막을 내리는 양상이 펼쳐졌다. 스코어는 1-1.

오후 8시 30분. 후반 속기전이 시작돼서도 이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신안천일염의 4국 주자로 나서 이세돌 9단이 3집반차로 홍성지 9단을 돌려세운 것이 오후 10시 10분. 거의 동시에 끝난 장고대국에서 한태희 6단이 류민형 6단을 반집차로 꺾으면서 신안천일염의 3-1 팀 승리가 결정됐다.

마지막에 SK엔크린 박민규 6단이 한 판을 만회한 것을 감안해도 오후 10시 20분. 양 팀에게 너무나 중요했던 경기의 결말치고는 조금은 허탈한, 이례적으로 빠른 종국이었다.

올 시즌 이세돌 9단과 한상훈 8단만 제외하고 주전 전원을 교체한 신안천일염은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 주장 이세돌 9단과 4지명 한태희 6단에게서 바라던 첫 승이 터졌고, 지난해 부진했던 한상훈 8단이 3승 1패로 약진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보였다. 반면 SK엔크린은 4경기 연속 2-3 패배라는 답답한 흐름 속에 순위표의 맨 밑바닥으로 밀려났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금요일 Kixx와 정관장 황진단의 4라운드 2경기로 이어진다. 1승 2패로 초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Kixx가 난적 정관장 황진단을 맞아 주전 두 명을 퓨처스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 주목할 대목. 여기에 양 팀 주장 김지석-신진서의 빅매치가 후반 4국에 예정돼 있어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총규모 34억원(KB리그 31억, 퓨처스리그 3억)인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준우승은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대국료가 지급되는데 각자 1시간(초읽기 1분 1회)씩의 제한시간이 주어지는 장고 1경기는 승자 400만원, 패자 80만원의 대국료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지는 속기 대국은 승자 360만원, 패자 70만원의 대국료가 각각 별도로 책정됐다. 단일기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리그는 매주 목∼일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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