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위력이 덜한 시즌을 보냈지만 결국 살아남을 줄 아는 최후의 생존자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아슬아슬한 국면들이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긴 후의 골든스테이트에겐 탄탄대로가 열렸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NBA 파이널 4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108-85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파이널 시리즈 4연승을 거둔 골든스테이트는 NBA 역사에서 9번째로 파이널 스윕을 거둔 우승팀이 됐다.

또한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 우승을 거두게 됐다. BAA 리그 시절 포함 1946~47시즌부터 시작된 NBA 역사에서 2연속 우승은 올시즌 골든스테이트 포함 총 13회 나왔다. 또 한편 최근 4시즌 중에는 골든스테이트의 3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각자 굴곡이 있었지만 골든스테이트 핵심 인원들의 위력은 다시금 무섭다는 것이 증명됐다. ⓒAFPBBNews = News1
이런 결과는 시즌 전의 예상과 별 다름이 없다. 당시에는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이 거의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은 그렇게까지 당연할 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는 어떤 부족한 과정을 보였던 것일까. 어떤 위기들을 거쳤을까.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에서의 골든스테이트는 달라진 팀이 된 것일까.

▶지난 시즌과 차이가 있던 핵심 라인업의 위력

구단 역사 2번째 우승이자 1974~75시즌 이후 첫 우승을 거뒀던 2014~15시즌부터 골든스테이트는 정규 시즌 기준으로 최강의 위력을 발휘했다. 73승을 일구며 NBA 최다승 신기록을 달성했던 2015~16시즌은 이런 모습을 상징화시킨 시기였다.

2014~15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2위와 매번 6승 이상의 차이를 둔 리그 1위로서 마감했다. 물론 리그 1위가 우승팀의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번 입증됐다. 73승을 거뒀지만 준우승에 그쳤던 2015~16시즌 골든스테이트가 그 증거 1호다.

그런데 이번 골든스테이트는 정규 시즌 동안 이전의 그 대단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67승 두 번, 73승 한 번을 거뒀던 때와는 달리 58승으로 마감했다. 순위는 리그 3위이자 서부 컨퍼런스 2위로 떨어졌다.

여기엔 핵심 인원들의 위력에서 차이가 났던 것이 크다. 스테픈 커리-클레이 탐슨-케빈 듀란트-드레이먼드 그린으로 이뤄진 4인조의 성과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다. 우선 동시에 출전한 경기 수에서 차이가 컸다. 지난 시즌에 53경기였다면 이번 시즌은 41경기에 그쳤다.

그리고 같이 뛴 경기들 안에서 비교했을 때도 성과가 떨어졌다. 지난 시즌 이 4인조가 함께 뛴 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가 44승9패(승률 83.0%))였다면 이번 시즌은 31승10패(승률 75.8%)다.

차이는 득점력이 아닌 수비력에서 났다. NBA닷컴에 따르면 지난 시즌 이 4인조가 함께 뛰는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20.8득점 및 98.2실점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시즌은 120.9득점 및 107.6실점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선 다시 위력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핵심 4인조가 뛴 15경기 388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16.2실점 및 100.2실점을 기록했다.

▶우승팀의 기본 조건 수비 위력을 제대로 입증

팀 전체로서도 시즌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득점 성과보다 실점 성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진 면이 컸다. 올시즌 82경기 동안 100포제션 112.3득점은 리그 1위의 성과이기도 하며 지난 시즌들의 자체 성과에 비해 떨어질 것도 없다.

대신 100포제션 당 104.2실점은 리그 9위의 성과로써, 최하 리그 4위 안에 들었던 지난 3시즌과는 다른 성과였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던 그린의 수비 위력에서 차이가 났던 것이 크기도 했다.

그래도 리그가 29개 팀으로 늘어난 1995~96시즌부터 우승팀의 조건으로 거의 들어맞았던 공수 양 지표 리그 10위 안에 드는 성과에는 부족함이 없다. 파이널 상대방 클리블랜드의 경우 시즌 공격지표는 리그 5위(110.6)였지만 수비지표는 29위(109.5)에 그쳤다.

이런 차이는 파이널 동안 고스란히 반영됐다. 골든스테이트는 클리블랜드에게 197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4.0실점을 기록한 반면 클리블랜드는 120.1실점이나 허용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모든 라운드마다 골든스테이트는 상대방에게 100포제션 당 100실점 근처의 숫자만 기록했다. 라운드마다 참여 팀들 중 가장 좋은 실점 성과였다.

▶부상 불운 뛰어 넘다

앞서 핵심 인원들이 뭉친 경기가 적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올시즌 골든스테이트는 꽤 큰 인원 공백들을 겪었다. 주요 인원들의 결장 경기 수에서 커리(31경기), 안드레 이궈달라(18경기), 듀란트(14경기), 그린(12경기), 탐슨(9경기)이 각각 많은 숫자를 보이며 성적 하락에 원인을 제공했다.

한편 플레이오프도 순탄치 않았다. 시즌 말에 당한 부상으로 커리는 팀의 첫 플레이오프 6경기 내리 결장했다. 이궈달라는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부터 파이널 2차전까지 마찬가지로 6경기 연속 결장했다.

올시즌 유난히 많은 부상 고비들을 겪었지만 커리는 다시 모두가 기억하는 그 커리로 돌아왔다. ⓒAFPBBNews = News1
다행인 것은 골든스테이트의 상대방들도 부상 불운을 겪었다는 점이다. 1라운드 상대방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선 카와이 레너드가, 2라운드 상대방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선 드마커스 커즌스가,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방 휴스턴 로켓츠에선 크리스 폴이 부상으로 빠져야 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이궈달라의 연속 결장은 골든스테이트에게 큰 타격을 줬지만 6차전부터 폴이 빠진 것은 매우 결정적인 휴스턴의 피해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무패로 컨퍼런스를 통과했던 골든스테이트가 5패를 기록하며 통과하게 된 데에는 자신들의 부상들과 상대방의 부상들이 맞물린 영향이 컸다.

게다가 파이널 상대방 클리블랜드에서는 르브론 제임스가 1차전 직후 스스로 오른손을 다치며 나머지 3경기 동안 제 컨디션이 아닌 채로 뛰었다. 1차전에서 51득점 8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뒤로 제임스가 엄청난 위력을 뿜어낸 경기는 없었다.

▶제때에 나타난 슈퍼스타들

슈퍼스타가 슈퍼스타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골든스테이트의 스타들은 자신들이 왜 슈퍼스타인지 증명해냈다.

커리는 아쉽게도 투표에서 밀리며 올시즌에도 파이널 MVP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매운맛일 때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넣을 수 있는 상황과 모습이 아님에도 넣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3차전 18.8% 야투율에 그쳤던 극심한 부진이 파이널 MVP 투표에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나머지 경기들에선 팀의 득점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최근 네 시즌 중 커리의 플레이오프 평균 25.5득점은 3번째에 그치지만 파이널 기준으로는 이번의 평균 27.5득점이 가장 높다. 2차전 파이널 단일 경기 3점슛 신기록 9개를 포함 경기 당 3점슛 성공 5.5개도 이번 파이널이 가장 많다.

플레이오프 평균 19.6득점, 파이널 평균 16득점의 탐슨은 지원 사격에 있어 만점의 활약을 펼쳤다. 파이널 3차전에서 2점 야투율이 33.3%에 그치긴 했지만 파이널 네 경기마다 37.5% 이상의 3점슛 성공률을 보여줬다.

그리고 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에서 64.3%의 성공률로 9개의 3점슛을 넣었던 탐슨의 활약은 2015~16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61.1% 성공률로 3점슛 11개를 성공시키며 기적의 역전승을 이루게 했던 때를 연상케 했다.

플레이오프 평균 29득점, 파이널 평균 28.8득점의 듀란트는 다시 영웅으로서 나타났다. 3차전 밀리던 경기를 뒤집은 데에는 듀란트의 무서운 득점력이 가장 큰 힘이 됐다. 2회 연속 파이널 MVP 트로피를 차지한 데에도 65.2% 야투율로 43득점 맹활약을 펼쳤던 3차전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4차전 20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트리플더블을 포함해 파이널 평균 28.8득점 10.8리바운드 7.5어시스트 0.8스틸 2.3블록의 숫자도 듀란트의 공수 양면 기여도를 말해주는 요소다.

파이널 MVP 듀란트는 이번 여름 골든스테이트의 팀 운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AFPBBNews = News1
▶2연속 우승을 넘어 3연속 우승으로 갈 수 있을까

4시즌에 걸쳐 3회의 우승이면 충분히 왕조(Dynasty)로 부를 만한 위업이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구단 입장에선 여기에 만족하진 않을 공산이 크다. 더욱 확고한 왕조의 위치를 위한 3연속 우승을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핵심 라인업의 유지 여부다. 여기에서 다가올 여름 가장 큰 화두는 듀란트의 행보다. 플레이어 옵션이 있는 듀란트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골든스테이트는 인원 구성에 있어 큰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의 1억3761만 달러(약 1482억원)는 클리블랜드에 이어 2번째로 높은 팀 샐러리다. 때문에 뭔가 획기적인 인원 영입은 불가능하다. 큰 기여도는 아니었지만 여러 선수들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현재 듀란트가 계속 같이한다면 나머지 인원 채우기에 있어 큰 지렛대 역할을 한다. 일단 현재 듀란트의 발언으로는 같이 가는 쪽으로 기울고 있긴 하다.

즉 만약 듀란트가 계속 같이 한다면 골든스테이트가 3연속 우승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다른 팀들의 판도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골든스테이트 나름으로서는 최선의 준비가 마련되는 셈이다.

1950년대에 3연속 우승의 미네아폴리스 레이커스, 1960년대에 8연속 우승의 보스턴 셀틱스, 1990년대에 두 번의 3연속 우승을 일궜던 시카고 불스, 2000년대에 3연속 우승의 LA 레이커스 등 3연속 이상 우승은 정말 드문 사례다. 골든스테이트가 이 대열에 속할지 여부는 다음 시즌의 가장 큰 화두들 중 하나로 삼을 만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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