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분 동안 46득점, 어떤 부분에서 놀라야 할까. 분 당 1득점을 올린 득점력이 우선 대단하다. 그런데 이 기록 주인공의 나이를 생각하면 46분에 더 눈이 갈 수도 있다.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2승3패에 몰렸던 4번 시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6차전에서 2번 시드 보스턴 셀틱스에게 109-99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승3패 동률이 된 두 팀은 마지막 7차전 보스턴 홈에서 운명을 걸어야 한다.

6차전의 주인공은 단연 르브론 제임스(34)였다. 46분 출전해 51.5% 야투율로 46득점을 올림과 동시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 1블록을 남겼다.

위기에 몰렸지만 그 위기를 뚫어낼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는 6차전 제임스였다. ⓒAFPBBNews = News1
프로 농구 선수로서 꽤 많은 나이지만 제임스에게는 나이가 큰 상관이 없어 보였다. 전반전 동안 제임스는 단 1초도 코트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3,4쿼터 각 1분도 안 된 시간만 쉬며 22분8초를 뛰었다.

그럼에도 제임스는 경기 막판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턱밑까진 아니지만 경기 막판 보스턴이 10점차 안으로 따라붙던 추격의 숨통을 끊어 놓는 2연속 3점슛을 성공시키고 돌파 레이업 앤드원까지 얻어냈다.

5차전 보스턴 홈에서 제임스는 분명 지친 기색이 보였다. 최근 시즌들 중 유독 많은 플레이오프 출전시간을 기록 중인 제임스가 결국 한계에 닥친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6차전 제임스는 이런 의구심을 제대로 반박했다.

▶팀의 모든 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전

플레이오프에서 스타 선수의 출전 여부는 정말 결정적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상대방 보스턴에도 스타 선수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맞은편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부상 공백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과 제임스는 상관이 없었다. 제임스는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13시즌 커리어 동안 총 234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제임스가 속했던 팀들의 플레이오프 경기 수와 일치한다. 완전한 개근을 이뤘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지배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커리어 동안 플레이오프 출전 179경기와 소속팀의 경기 수가 일치했다. 이렇게 팀과 리그에서 결정적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완벽한 커리어 플레이오프 개근을 이룬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전반전 1초도 쉬지 않았던 경기들

6차전 전반전을 본 관중이나 시청자들이라면 왜 제임스를 한 번도 쉬게 하지 않는지 의문을 품을 법했다. 전 경기 막판에 맥이 풀린 모습의 선수였기에 더욱 큰 의아함이 들 만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 들어와 주변 동료들의 기여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제임스의 견인력이 시종일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케빈 러브마저 경기 초반 뇌진탕 의심으로 코트를 떠나 돌아오지 못한 상황에서 제임스가 코트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런데 제임스가 전반전 동안 1초도 쉬지 않는 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만 해도 1라운드에서 제임스는 전반전 24분 모두 뛴 경기가 있었다. 1라운드 7차전에서 제임스는 전반전 24분 모두 다 뛰었고 총 43분25초 동안 코트 위에 있었다. 당시 전반전 24분 동안 68.8% 야투율로 26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다.

이번 6차전에서 제임스는 24분 동안 52.9% 야투율로 25득점 5어시스트 5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1라운드 7차전과 꽤 닮은 기록이다. 팀이 결정적 기여를 필요로 할 때 제임스의 집중력을 볼 수 있는 숫자다.

계속해서 코트 위에 있음에도 경기 막판 제임스의 집중력은 경이로운 수준을 보였다. ⓒAFPBBNews = News1
올시즌 두 번 외에도 다른 시즌의 전반전 24분 경기들이 있었다. 생애 첫 플레이오프였던 2005~06시즌의 경우 제임스는 엄청난 출전시간을 보였다. 무려 6경기에서 전반전 24분을 기록했다. 당시 후반전 24분인 경우는 또 5경기로, 3경기에 걸쳐 제임스는 경기 내내 1초도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중 한 경기는 연장 5분까지 모두 뛰며 53분 출전시간을 기록했다.

그리고 본인의 첫 우승을 맛본 2011~12시즌에 마이애미 히트 소속으로 두 경기에 걸쳐 전반전 24분을 기록해 봤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당시 상대도 보스턴이었다. 2승3패로 몰린 후의 6차전이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 6차전을 승리 후 7차전에서도 전반전 24분을 모두 뛰며 승리를 거뒀다. 2승3패에서 승부를 뒤엎었던 당시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훨씬 더 많은 후반전 24분 출전 PO 경기들

올시즌 2경기를 포함해 제임스가 후반전에 1초도 쉬지 않았던 플레이오프 경기는 커리어에 걸쳐 총 66경기에 달한다.

마이애미로 옮긴 후 처음 맞이했던 플레이오프였던 2010~11시즌의 경우 무려 14경기에 걸쳐 후반전 24분 모두 뛰었다. 커리어 플레이오프 모든 시즌마다 후반전 24분 출전 경기들이 있다.

이번 시즌의 경우 모두 1라운드에서 나왔다. 1라운드 3차전과 4차전이었다. 3차전은 2점차로 패했지만 4차전은 4점차로 승리했다.

▶제임스에게 피로회복제란

5차전의 제임스는 분명 지쳐 보였다. 하지만 6차전의 제임스는 비록 피곤한 기색이 있긴 해도 놀랄 만한 플레이들을 펼쳤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홈 관중의 성원을 들 수 있다. 제임스의 플레이가 나온 후 클리블랜드 홈 관중은 종종 MVP 환호를 외쳤다.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요소가 동료들의 지원 활약이다. 7차전은 원정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동료들의 활약만이 제임스를 지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7차전 제임스와 동료들 사이에 딱딱 아귀가 맞는 플레이가 나올지가 승부의 가장 큰 관건이다. ⓒAFPBBNews = News1
5차전 야투 1개만 성공시키며 7득점에 그쳤던 조지 힐이 6차전에서는 58.3% 야투율로 20득점을 뽑아냈다. 러브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시간을 많이 받은 래리 낸스 주니어는 5개 야투 모두 성공시키는 활약을 보탰다. 그리고 카일 코버가 꾸준히 제임스에게 큰 힘이 돼주고 있다.

뇌진탕 관련 판정을 기다려야 하는 26일 현재 러브가 7차전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나머지 동료들에게 주어진 몫이 더 중요해졌다.

한편 보스턴의 경우 여전히 원정에서의 경기력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 홈경기 10전 전승을 잇고 있는 기세가 있긴 하지만 7차전은 지면 끝장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제임스는 몰라도 나머지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

현재까지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7차전이 총 131경기 있었다. 이 중 홈팀이 105승26패(승률 80.2%)를 남겼다. 올시즌에는 공교롭게도 7차전을 경험해 본 유이한 팀들이 보스턴과 클리블랜드고 모두 홈에서 7차전을 승리했다.

2승3패에서도, 심지어 1승3패에서도 시리즈를 승리해본 경험이 있는 제임스가 이런 불리한 숫자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플레이 모습 측면에서 커리어 중 가장 빛난다 할 수도 있는 현재 28일 7차전에서 제임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크나큰 흥미를 가질 만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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