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3패,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구석에 몰렸다. 3시즌 연속 NBA 파이널에서 만났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2승3패에 빠진 현재 새로운 구도의 NBA 파이널이 나올지도 모르는 현재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2번 시드 골든스테이트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1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에게 94-98로 패했다. 2연속 클러치 대결 패배다.

이제 휴스턴은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이제껏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역사에서 2승2패에 있다가 5차전을 승리한 141개 팀들 중 119개(84.4%) 팀들이 시리즈를 승리했다. 2승3패에 몰린 팀은 2연승을 올려야 하는 동시에 한 번 지면 끝이다.

그런데 현재 이 시리즈는 이런 단순한 그림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5차전 휴스턴 승리의 1등 공신 크리스 폴이 경기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보이는 문제를 겪으며 코트를 떠났기 때문이다. 폴은 전에도 플레이오프 포함 햄스트링 부상들을 겪은 병력이 있다.

만약 폴이 앞으로 남은 경기들 동안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큰 타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마냥 골든스테이트의 2연승을 장담할 수만도 없는 상태다. 4차전도, 5차전도 스타 선수들의 부진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정상을 향한 야심을 품고 영입한 폴을 이제 기용하지 못할 위기를 휴스턴이 맞이했다. ⓒAFPBBNews = News1
▶폴의 커다란 영향력

5차전 휴스턴의 승리에는 후반전 폴의 반등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전반전 야투 7개 모두 실패하고 자유투로 총 2득점에 그쳤던 폴은 후반전에 4개의 3점슛 포함 5할 야투율로 18득점을 올렸다.

3쿼터 6분29초 남았을 때는 본인의 3연속 3점슛 성공에 대해 어깨춤을 추며 4차전 3쿼터 때 어깨춤을 췄던 커리에게 강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폴의 활약에 힘입어 어렵게 경기를 푸는 와중에도 4쿼터에 근소한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다.

볼의 흐름에 비해 극심한 야투 부진을 겪은 휴스턴은 야투율에서 37.2%로 44.4%의 골든스테이트에게 크게 밀렸다. 3점슛 11개 모두 실패한 제임스 하든을 비롯해 에릭 고든도 7개를 실패하는 등 휴스턴의 3점슛 성공률은 30.2%에 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료들을 다독이는 한편으로 본인이 적극적인 공격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플레이오프 커리어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의 열망이 담겨 있었다. 다음 경기들에서 이런 폴이 없는 상황이라면 휴스턴 선수들 사이에 어떤 분위기가 감돌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규 시즌 7.9어시스트를 기록했던 폴은 플레이오프 동안 5.8어시스트로 하락했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선 4.6어시스트로 더 떨어졌다. 폴이 더 본인의 단독 공격에 집중한 면도 있고 폴의 패스를 받은 선수들의 야투가 잘 들어가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럼에도 폴은 하든이 없을 때, 또는 하든이 부진 할 때 팀의 공격을 풀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폴이 없을 경우 현재 하든이나 에릭 고든과 같은 볼 핸들러들이 현재보다 나은 공격 전개를 보여줘야 한다.

▶하든의 슈팅은 회복 불가인가

컨퍼런스 파이널 들어와서 하든의 3점슛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1차전에서 55.6% 성공률로 5개를 성공시킨 뒤로는 계속해서 빗나가기 일쑤다. 5차전 11회 시도 모두 실패 포함 2차전부터 44회 시도 중 8개(18.2%))만 성공시켰다.

2연승을 거두고 있음에도 휴스턴이 계속해 100득점을 넘기지 못한 데에는 하든의 슈팅 부진이 한몫하고 있다. 이번 시즌 하든에게 아이솔레이션 3점슛은 큰 중요성을 가졌지만 지금 당장으로써는 매우 불안한 요소로 남게 됐다.

잘 들어가지 않음에도 두 경기 연속 열 번을 넘게 던졌음을 보면 6차전에서도 적게 던질 공산은 크지 않다. 이것이 단순한 컨디션의 문제인지 아니면 어떤 신체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다음 경기에서 반등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다.

이와 함께 5차전에 하든이 범한 6턴오버는 부주의에 기인한 면이 컸다. 폴이 나오지 못한다면 하든에게 요구되는 움직임은 더 많아질 것이고 상대방의 압박도 더해질 것이다. 휴스턴의 다음 두 경기는 하든이 이런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달렸다.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휴스턴은 하든이 40% 미만 야투율의 부진을 보였던 6경기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승을 거뒀다. 폴과 다른 동료들의 분전이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이 없다면 이제 하든의 부진은 용납될 가능성이 적다.

▶골든스테이트 스타들의 부진

시리즈 초반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였던 케빈 듀란트가 이제는 막히고 있다. 5차전 동안 바스켓 바로 옆에서 시도한 슈팅 7회 중 4개를 실패했던 장면들은 이런 듀란트를 요약해주는 모습이었다.

듀란트가 거의 매번 수비를 곁에 둔 난이도 높은 슈팅을 거친다는 것을 감안해도 3차전까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5차전 29득점을 올렸지만 시리즈 중 가장 낮은 36.4% 야투율이 나왔다. 3점슛은 50% 성공률로 3개를 성공시켰지만 2점 야투율은 고작 31.3%였다.

두 경기 연속 야투율 40%를 밑돌고 있는 모습이 동료 안드레 이궈달라의 공백으로 더해진 수비 부담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6차전 이궈달라가 복귀할 경우에도 부진이 이어진다면 골든스테이트는 계속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양 팀 에이스들이 오히려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기고 있다. ⓒAFPBBNews = News1
스테픈 커리도 계속해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5차전 47.1%의 괜찮은 야투율을 보였지만 3점 라인 밖에서는 8회 시도 중 2개만 성공시켰다. 그리고 나름 뜨거웠던 2쿼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쿼터들에선 연속성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4차전 3쿼터 반짝 활약에 그쳤던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다행이라면 클레이 탐슨이 침체에서 벗어났다. 4차전 30.8% 야투율에 그쳤던 탐슨은 5차전 57.1% 야투율로 23득점을 올렸다. 3경기 연속 10득점 안팎에 그쳤던 탐슨이 모처럼 활약한 경기였다.

이런 스타들의 슈팅 부진과 더불어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진영에서 실수들을 많이 범했다. 5차전 마지막 10초 남았을 때에도 2점차의 기회가 있던 골든스테이트지만 민망한 턴오버로 날렸다. 5차전 16턴오버를 범한 골든스테이트는 16턴오버 이상 플레이오프 경기들에서 1승3패를 남겼다.

▶계속해서 수비 위주 양상이 될 것인가

골든스테이트가 16턴오버를 범했음에도, 휴스턴이 10스틸을 기록했음에도, 휴스턴은 속공에서 불과 2득점만 뽑아냈다. 7스틸을 기록한 골든스테이트의 속공 12득점도 높은 것은 아니지만 휴스턴의 역습은 영 통하지 않았다.

반대로 보자면 공수 전환 시 양 팀의 수비가 훌륭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시즌 동안 평균 득점 리그 1,2위에 올랐던 두 팀의 시리즈에서 100득점 미만이 두 경기 연속 나왔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실망을 남길 수도 있다. 물론 계속된 접전으로 인해 현재까지는 흥미 측면에서 만점을 받고는 있다.

그런데 이런 저득점 양상이 단지 상대 수비가 훌륭해서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 휴스턴의 3점슛 난조는 오픈 상황들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자체 슈팅 문제로 볼 수 있다.

5차전 휴스턴은 가장 가까운 수비수와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 던진 3점슛 12회 시도 중 2개(16.7%)만 성공시켰다. 수비수와 4피트(약 1.2m)에서 6피트 사이의 거리를 둔 오픈 상태에서는 무려 21회를 시도했지만 7개(33.3%)만 성공시켰다.

물론 골든스테이트의 슈팅도 썩 좋진 않았다. 골든스테이트는 수비수와 6피트 이상 떨어진 상태의 3점슛 시도 15회 중 3개(20.0%)만 성공시켰다.

6차전 골든스테이트의 홈에서는 이런 양상들이 바뀔 수 있을까. 폴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 휴스턴은 계속해 공격에서 힘들어 할 수 있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워낙 바닥을 친 직후라 심기일전을 거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스티브 커 감독은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좋아하고 있다”란 경기 후 인터뷰를 남겼다.

휴스턴은 이제 1승만 따내면 된다. 반대로 골든스테이트는 1패만 당해도 집에 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휴스턴에게 닥친 부상 불행은 매우 큰 변수를 갖게 됐다. 누가 전 경기들에서 나왔던 평소 실적 대비 부진을 털 수 있을지가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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