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2승2패와 1승3패의 차이는 실로 크다. 1승3패에 몰리면 한 번도 지지 않고 내리 3연승을 거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휴스턴 로켓츠가 이런 위기에 몰릴 국면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 1번 시드 휴스턴이 2번 시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에서 95-92 신승을 거뒀다. 골든스테이트에겐 마지막 0.5초의 작은 희망이 살아 있었지만 끝내 살리지 못했다.

4차전 3쿼터에 세레머니 춤을 췄던 스테픈 커리였지만 결국 승리의 춤은 휴스턴이 췄다. ⓒAFPBBNews = News1
이로써 양 팀은 서로 2승2패를 나눠 갖게 됐다. 1차전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로 시작한 이 시리즈에서 서로 번갈아 승리를 뺏고 뺏기고 있다.

이제 3전2선승제가 된 상황에서 어떤 예상을 가질 수 있을까. 사실 워낙 경기마다 다른 국면과 양상들이 나와서 어떤 특정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어땠는지 참고를 해보도록 한다.

▶처음 가지게 된 막판 접전

23일 전까지 이 시리즈뿐만 아니라 동서 양 컨퍼런스 파이널들에서 막판 접전은 나오지 않았었다. 23일 전까지 가장 적게 마감된 점수 차가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의 9점차였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의 경우 1차전 13점차로 시작해 22점차, 41점차까지 갈수록 더 경기가 싱거워지는 양상이었다. 즉 22점차로 이긴 팀이 바로 다음 경기에서 41점차로 지는 등 예측이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역시 이런 예측 불가의 경향을 따르듯이 이번 시즌 NBA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큰 점수 차가 났던 경기 바로 다음에 한 번의 공격권으로 승패가 갈리는 접전이 나왔다.

경기 종료 5분 이내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을 거친 경기들에서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휴스턴은 3전 전승을 거뒀다. 골든스테이트는 2승2패가 됐다. 정규 시즌에서는 휴스턴이 25승10패(승률 71.4%)로 리그 1위, 골든스테이트가 19승10패(승률 65.5%)로 3위에 올랐었다.

이번 4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막판에 2점차까지 좁혔던 시점이 있었다. 종료 15초 전 휴스턴의 3점슛 실패가 나오며 골든스테이트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타임아웃을 쓰지도 않고 싱거운 공격으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선수들에게도 벤치 코칭스태프에게도 의문이 남는 포제션이었다.

▶아쉬웠던 이궈달라의 존재

플레이오프 동안 평균 27.4분을 뛰며 중요한 시간을 채웠던 안드레 이궈달라가 3차전 때 당했던 다리 타박상으로 인해 4차전을 뛰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윙 포지션이 아닌 빅맨 커본 루니로 채웠다.

이궈달라는 핵심 수비수로서, 그리고 공격에선 보조 볼 핸들러로서 활약해왔다. 사실 플레이오프 평균 107.7득점의 휴스턴이 95득점으로 마친 경기를 두고 골든스테이트의 수비가 무너졌다 평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궈달라 대신 코트에 선 루니는 외곽 수비에 나설 경우 휴스턴 가드들의 돌파 대상으로 공략 당하는 장면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골든스테이트는 18득점에 그쳤던 2쿼터 동안 3파울로 스테픈 커리가 벤치에 들어갔을 때 볼 핸들링에 문제를 보이며 역습을 당하곤 했다. 경기 막판 클러치 상황 동안 공수 양 진영에서 아쉬운 모습들이 나왔을 때도 이궈달라의 부재가 낳은 아쉬움은 컸다.

4차전 출전 가능성도 그렇게 낮진 않았었기에 이궈달라가 5차전에 나올 가능성은 제법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 하지만 만약 또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골든스테이트에게 어려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수비에서 큰 힘을 썼던 탓일까. 4차전 케빈 듀란트의 화력은 꺼져 들어갔다. ⓒAFPBBNews = News1
▶일제히 부진에 빠진 골든스테이트 스타 3인방

골든스테이트의 핵심 득점원 케빈 듀란트-스테픈 커리-클레이 탐슨 3인조는 합쳐서 36.5%에 그치는 야투율을 4차전에 남겼다. 세 명 모두 각자 야투율 40%를 넘기지 못했다.

80-70, 10점차 앞서며 4쿼터를 시작했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마지막 쿼터 동안 12득점만 올렸다.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한 쿼터 12득점 이하에 그친 적은 3월의 두 경기뿐이었다. 이토록 저조한 성과를 낸 데에는 스타 3인방이 13개의 야투를 실패하며 총 9득점에 그쳤던 부진이 컸다.

듀란트는 시리즈 3차전까지 막기 힘든 선수의 위력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4차전에는 15개의 야투를 실패하는 등 막히는 모습들이 나왔다.

커리는 3차전 3쿼터에서 갑자기 살아나며 56.5% 야투율로 35득점을 올렸었다. 마찬가지로 4차전 3쿼터에도 확 뜨거워졌다. 하지만 4쿼터에는 바로 식어버렸다. 3쿼터에 5개의 3점슛 포함 60.0% 야투율로 17득점을 올렸다면 4쿼터에는 7개의 야투를 실패하는 등 12.5% 야투율로 3득점에 그쳤다.

탐슨은 위축된 경향이 보이고 있다. 1차전 15회의 3점슛을 던졌던 탐슨은 그 뒤로 경기마다 5회 이하의 3점슛 시도 기회를 얻고 있다. 그리고 2차전 27.3% 야투율, 4차전 30.8% 등 팀이 질 때 특히 안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이들이 보여준 모습을 돌아본다면 다음 경기에도 모두 저조한 성과를 내리라 단언하긴 어렵다. 다만 홈이 아닌 원정에서 치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완연한 반등을 낙관하기도 힘들다.

▶하든의 원거리 화력 살아날까

정규 시즌 동안 36.7%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던 제임스 하든은 플레이오프 동안 33.3%로 낮아졌다. 그리고 컨퍼런 파이널 동안엔 31.0%로 더 떨어졌다. 1차전에 55.6%를 기록한 뒤로 20.0%, 33.3%, 25.0%를 기록했다.

2차전에는 12개의 3점슛 실패, 4차전에는 9개의 3점슛 실패가 나왔다. 4차전 페인트 구역에서 13회 시도 중 8개(61.5%)를 성공시키는 위력을 보여줬지만 외곽에서는 고전을 치렀다.

하든이 잠잠한 동안 동료 스타 크리스 폴이 휴스턴을 승리로 이끌었다. ⓒAFPBBNews = News1
경기 당 10회 가량의 슈팅을 3점 라인 밖에서 수비와 대치하며 시도하는 하든에게 3점슛 컨디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중요했던 4차전 4쿼터에서도 하든은 3점슛 3개를 모두 실패하며 2득점에 그치는 등 팀이 역전승에 닿는 동안 득점 측면에선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시즌 MVP 투표에서 3명으로 압축된 후보들 가운데 하든은 유력한 수상자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활약에는 하든의 원거리 슈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던 골든스테이트의 아성을 깨트리기 위해선 하든의 MVP급 활약이 필요하다.

▶운명의 5차전

현재까지 1차전을 먼저 승리했던 골든스테이트의 승패가 엇갈려 나오고 있다. 즉 이대로 간다면 25일 5차전은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를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5차전이 펼쳐지는 장소가 휴스턴 홈인 것을 감안하면 휴스턴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현재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양 팀 선수들의 기복이 나오고 있는 양상이라 당장 앞의 경기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느 한쪽의 팀이 꾸준히 우위를 잡고 있는 부문도 딱히 없다.

지난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에서 서부 팀들 상대로 무패를 기록했었다. 그만큼 현재 골든스테이트는 매우 강한 상대방을 만나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 선수들이 평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리즈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휴스턴은 자신들의 이번 플레이오프 최다 기록인 127득점을 올린 뒤로 2경기 연속 100득점 미만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2경기 연속 1쿼터에 9점차로 뒤지며 마감했다. 타이트한 인원 운용으로 인한 큰 그림일 수도 있지만 경기 초반부터 집중된 경기력도 필요해 보인다.

NBA 플레이오프 7전4선승제 시리즈 역사에서 2승2패였다가 5차전을 이긴 141개 팀들 중 119개 팀(84.4%)들이 시리즈를 승리했다. 올시즌의 경우엔 이에 해당하는 세 팀 모두 시리즈를 승리했었다. 마침 24일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2승2패 팀들끼리의 5차전이 열리는 가운데 흥미 넘치는 이틀이 NBA팬들에게 마련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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