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달려있던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 왼쪽에서 이영표의 긴 크로스를 이어받은 박지성이 가슴 트래핑 후 왼발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이영표의 도움, 박지성의 골로 진출한 월드컵 16강전, 1-1로 맞선 연장 후반. 모두가 승부차기를 예감하던 그때 이번에도 이영표가 왼쪽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안정환이 거짓말 같은 헤딩 골든골로 당시까지 월드컵 3회 우승국(이후 2006 독일월드컵 우승) 이탈리아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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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에서 도움과 골을 합작해냈던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은 이후에도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박지성, 안정환은 골을 넣었고 이영표는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역시 세 선수는 함께 하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대업을 이뤄냈다.

2002, 2006 2010 월드컵을 함께하며 한국 축구사의 역사를 썼던 이들이 이제 유니폼을 벗고 양복을 입은채 ‘구라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방송 3사에서 KBS의 이영표, MBC의 안정환에 이어 SBS가 박지성을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한국축구사 새로 쓴 전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은 말이 필요 없는 한국축구의 전설들이다. 박지성은 K리그 입단 테스트조차 탈락했던 평발의 대학선수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PSV아인트호벤에서 유럽무대에 충격은 안긴 후 축구 종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첫 한국인 선수로서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세계적인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EPL 우승 4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일궈냈다.

이영표 역시 히딩크 감독과 함께 PSV에서 박지성과 함께 뛴 후 박지성에 이어 지금은 손흥민의 소속팀으로 유명한 토트넘에 입단했고, 독일의 명문클럽 도르트문트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미국까지 다양한 축구경력을 보냈다.

안정환은 K리그 MVP(1999년)부터 시작해 한국인 최초의 이탈리아 세리에A 진출은 물론 이후 일본, 프랑스, 독일, 한국 복귀, 중국 진출 등 입지적인 축구경력을 보냈다.

앞서 언급했듯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16강 진출의 결승골을, 안정환은 8강진출을 결정짓는 결승골을 넣었고 이 골들을 이영표가 모두 어시스트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안정환은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리의 결승골을, 박지성은 당시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에게 유일한 무승부를 안긴 동점골을 넣었다.

박지성과 안정환이 3번의 월드컵에서 기록한 3골은 현재까지도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개인 월드컵 최다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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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박지성의 남다른 인연… 해설위원직 긍정적 고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안방에서 이 세 전설들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BS 이영표, MBC 안정환이 확정된 상황에서 SBS는 차범근 전 감독이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임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았다. SBS에서 꺼내든 카드는 박지성.

박지성과 SBS의 인연은 남다르다.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가 현재의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지 아나운서가 결혼으로 퇴사는 했지만 아내의 전 직장이자 박지성-김민지 부부가 함께할 수 있던 계기를 마련한 곳이 SBS이기에 SBS는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주최하는 JS컵을 단독 중계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동안 박지성은 중계 제의가 있었음에도 고사해왔지만 이번만큼은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축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지성이 합류한다면 월드컵 중계권료만 해도 약 9500만달러(1020억원)에 달하고 제작, 마케팅 비용을 합하면 3사의 각 부담액이 500억원에 달하는 ‘쩐의 전쟁’이 제대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는 정확한 예측, 안정환은 쉽고 재밌는 해설… 박지성은?

약 500억원을 투자하지만 광고 수입만 최소 700억원은 예상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3사가 승리하는 방법은 결국 유명 해설자를 이용한 스타 마케팅뿐이다.

FIFA가 제공하는 같은 영상으로 3사에서 중계되기에 결국 어떤 해설자의 해설을 듣느냐가 시청률을 결정하는 요소.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가장 약체로 예상됐던 KBS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예언가 같은 예측과 정확하고 할 말은 하는 해설 덕에 굉장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예측한 경기들의 결과가 대부분 들어맞으며 큰 화제를 모았고 또한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와 같은 말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기도 한다.

MBC의 안정환 해설위원은 쉽고 재밌는 해설이 특징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용어와 유쾌한 농담을 곁들인 해설은 안정환 특유의 유머감각과 결합돼 큰 시너지를 냈었다.

‘첫번째 골은 땡큐, 두 번째 골은 때땡큐’나 ‘가랑이 슛’, ‘다시 태어나면 메시로 태어나고 싶다’와 같은 동네축구에서나 쓸 만한 일상적인 말들을 해설에서 쓰며 ‘예능 해설’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로 MBC를 뽑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해설위원직을 맡는다면 어떤 해설을 보여줄까.

예단하긴 쉽지 않지만 일단 참신함에서는 단연 최고일 수밖에 없다. 물론 현역시절에는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딱딱한 얘기만 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은퇴 후 공식석상에 섰을 때 간간이 농담도 주고받고 재치 있다는 평가도 받아왔기에 의외의 재미를 줄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박지성의 SBS 월드컵 해설위원직이 확정된다면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시간대의 경기(스웨덴전 한국시간 6월 18일 밤 9시, 6월 24일 멕시코전 자정, 6월 27일 독일전 밤 11시)에서 전 월드컵 영웅들의 구라 전쟁까지 곁들여져 잠 못 드는 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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