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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문경은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마침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DB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0-77로 승리했다.

이로써 SK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시리즈를 4승2패로 매듭짓는데 성공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모두 패하고도 우승을 거머쥔 사례가 역대 단 한 번, 확률로는 10%에 그쳤지만 이후 믿기 힘든 4연승을 질주하며 기적을 이뤄냈다.

특히 SK는 1999~2000시즌 이후 무려 1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한을 풀었다.

문경은 감독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우승이었다. 지난 2012~13시즌 감독 대행 꼬리표를 뗀 그는 곧바로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으며 ‘형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그 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것.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에게 4전 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다. 정규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3-2 드롭존을 비롯해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꽁꽁 묶이는 등 SK의 강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당시의 실패가 이번 첫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우승 후 문 감독은 “소감을 말할 것 없이 너무 기쁘다”고 운을 뗀 뒤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감격의 소감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어 “첫 챔피언결정전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모래알 조직력의 팀을 형님 리더십으로 해결해보고자 했다. 자신 있게 임했는데 시즌 초반 연승이 줄곧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했다. 개인의 능력들을 살려주면서 그에 맞게 패턴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모비스에게 우리가 잘 하는 것을 못하게 하니 대책이 없더라. 그래서 4연패를 당했다”고 아쉬웠던 과거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문 감독은 “그때 공부가 많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5년 뒤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4강부터 우리가 잘하는 것 뿐 아니라 못하는 것을 감춰주고 혹은 재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해온 것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올시즌에도 SK가 초반 2연패에 놓이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문 감독은 “사실 4연패 악몽도 있어서 부담이 됐다. 선수들에게 그런 감정이 읽히지 않을까 싶어 마음가짐, 표정관리를 하느라 힘들었다”며 미소를 지은 뒤 “3차전 홈에서 시리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쉽게 이겼다면 또 몰랐다. 하지만 어렵게 20점 차를 뒤집으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고 이번 시리즈 승부처에 대해 언급했다.

문 감독은 우승 후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아내를 꼽았다. 그는 “사실 아내가 경기장에 잘 안 온다. 선수 때도 연애를 했을 때 역전 골을 넣을 때 환호도 안 했던 이가 집사람이다”고 밝혀 웃음을 안긴 뒤 “하지만 4강에서 홈 경기 때 왔고, 경기를 다 이겼다. (김)선형이가 또 안 오시냐고 하더라. 원정은 특히 더 안 오는 편인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온 경기는 계속 이기더라. 오늘도 자동으로 왔는데 결국 무패를 했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특히 문 감독은 “2년 연속 성적이 안 좋아 고심도 하고 속도 썩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엄마로서 승부의 세계에 있는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며 다시 한 번 아내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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