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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프로농구의 한 시즌 마지막 축제가 돼야할 챔피언결정전이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5차전부터는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 아닌 양 팀의 진정한 명승부를 볼 수 있을까.

DB와 SK는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2017~1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치른다.

현재 DB와 SK는 2승2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DB가 안방에서 1, 2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손쉽게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듯 했지만 SK가 3, 4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해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같은 내용만 놓고 보면 챔피언결정전이 제법 흥미롭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는 4쿼터 김주성이 최준용에게 공격자 파울을 얻어낸 장면이 논란을 낳았다. 당시 김주성이 노차지 세미서클을 두 발로 밟고 있었기 때문에 규정상 수비수 파울로 선언돼야 했지만 오심으로 최준용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DB 역시 경기 막판 김주성의 테크니컬 파울 역시 석연치 않았다.

2차전은 선수들까지 과도한 플라핑을 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경기 후 로드 벤슨이 “그냥 농구를 하라”며 SK를 향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한 2차전보다 빈도가 낮았을 뿐 여전히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컸다.

특히 4차전은 경기 종료 17.7초를 남기고 문제가 터졌다. 이상범 감독이 테리코 화이트의 트래블링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박범재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는 이유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것. 당초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어필이었고, 심판이 테크니컬 파울 선언을 곧장 취소하려는 갈팡질팡한 모습까지 보였다.

물론 판정을 떠나 승부 자체가 SK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DB의 추격 의지가 이 장면 이후 그대로 꺾였다. 경기 후 이상범 감독은 “스코어는 졌어도 농구는 이겼다”며 심판 판정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앞세운 명장면보다 심판들이 양 팀 선수단과 농구 팬들을 분노케 하는 장면들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정규리그조차도 오심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판정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크다.

2002~03시즌 동양(현 오리온)과 TG(현 DB)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는 24초 계시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계시기 오작동으로 15초가 멈춰버리면서 동양은 실질적으로 경기가 끝났어야 할 시점 이후 데이비드 잭슨에게 3점슛을 얻어맞았고, 결국 연장 승부 끝에 승리를 넘겨줘야 했다.

당시 동양은 KBL에 제소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재경기를 포기했다. 당시 정태호 단장이 6차전을 앞두고 흘린 눈물은 현재까지도 많은 농구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2012~13시즌 모비스와 SK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경기 막판 터치 아웃 여부를 놓고 심판의 오심이 나왔다. SK로서는 최후의 역전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고, 결국 사기가 크게 저하되면서 4연패로 모비스에 우승을 넘겨줘야 했다.

과거의 두 사건 모두 KBL에서도 오심을 인정한 사례들이다. 문제는 올시즌 챔피언결정전의 경우 지나칠 만큼 매 경기 문제의 여지가 있는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구 팬들은 이러한 모습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패배한 쪽도 기꺼이 박수를 칠 수 있고, 우승을 차지한 쪽도 찝찝한 뒤끝 없이 마음껏 그 기쁨을 만끽하길 바라고 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최소 2경기에서 최대 3경기가 전부다. 이미 찌들어버린 얼룩은 지울 수 없겠지만 더 이상의 얼룩을 묻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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