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손 짚고 나가서 진로방해가 되면 손을 안 짚고 나갈 수 있게 해야겠죠? 이제부터 꿀잼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쉬워서, 더 잘하겠다는 다짐의 말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정말 최민정은 ‘손을 안 짚고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금메달을 땄다. 인코스로 실격을 당했으니 아웃코스만 파고들어 압도적 차이로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의 지난 말들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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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은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와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3바퀴를 남기기 전까지는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부터 거짓말 같은 가속도로 아웃코스에 모든 선수들을 넘어 1위에 올랐다. 심지어 1위에 오른뒤에도 속도는 줄지 않았고 2위와 압도적 차이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놀라운 레이스였다. 나흘전 500m 결승에서 인코스를 무리하게 파고들다 실격을 당했던 아픔은 없었다. 당시 최민정은 인코스로 파고 들다 손을 짚어 실격을 당했고 이에 대해 “이제 손을 안 짚고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때만해도 그저 더 잘하겠다는 다짐 정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손을 안 짚고 나아가려면 그저 가장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는데 결승에 올라올 정도면 모든 선수들이 속도전에서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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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민정은 정말 손을 안 짚고 금메달을 땄다. 압도적 가속도만으로 해낸 일이었다. 인코스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아웃코스만 공략했다. 아웃코스로 달렸는데도 인코스로 달리고 있는 선수들보다 훨씬 빨라 금세 추월했고 이후 그 차이는 더 벌어졌다. 그저 스피드에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최민정은 정말 자신의 말을 지키며 ‘꿀잼’ 경기를 만들어냈다. 최민정의 아웃코스 독주는 시원시원했고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청량제같은 경기였다.

나흘전 실격 당시에만 해도 그냥 열심히하겠다는 각오의 말인줄 알았던 최민정의 다짐은 진심이었고 진심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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