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후 2년 정도 꾸준히 바둑학원을 다니던 아이들은 이제 테니스장에 집결한다.

박태환 열풍 때는 수영, 김연아 열풍 때는 피겨 스케이팅을 배워 수영과 아이스 스케이트는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이제 바둑과 테니스로 문무를 겸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부모들이 열광하고 자녀들을 ‘제2의 정현’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이 들 정도로 호주오픈에서의 정현(22)은 대단했다. 가히 전국민적 신드롬이다.

정현이 상대한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 굳이 비유하자면 테니스계의 리오넬 메시(축구)며 클레이튼 커쇼(야구), 르브론 제임스(농구)라고 해도 한치의 빗나감이 없다. 그 정도로 대단한 선수를 꺾고 눈부신 성적을 거둔 정현은 이제 한국 스포츠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아이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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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의 중요성

수많은 대회가 있지만 테니스에는 중요한 4대 메이저 대회가 있다.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이 그것.

수많은 테니스 대회 중 가장 높은 중요성, 주목도, 상금이 부여되는 메이저 대회는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월드컵 결승이자 슈퍼볼이자 월드시리즈와 같은 중요성을 가진다.

무려 1905년부터 시작한 호주오픈은 한해 테니스 시작을 알리는 개학식과 같은 대회로 한해 어떤 선수가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이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는가에 따라 선수 경력이 좌지우지 된다.

바로 이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1회전부터 세계 34위의 미샤 즈베레프(독일)을 이기더니 2회전에서는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회전에서는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16강에서는 14위이자 전 세계 1위였던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이겼다. 8강에서는 97위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이긴 후 4강에서는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자(19회)인 로저 페더러와 맞붙었다.

▶‘테니스계의 메시이자 커쇼’ 조코비치-페더러의 위대함

조코비치-페더러와의 맞대결은 한국 테니스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조코비치,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 앤디 머레이와 더불어 세계 테니스 `빅4'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역사는 페더러, 현재는 조코비치’라고 언급되는데 마침 정현이 이 두 선수와 모두 맞붙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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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 1위(19회),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330승으로 테니스 역사상 최다승 1위이자 전년도 호주 오픈 디펜딩 챔피언. 혹자는 ‘페더러는 축구로 따지면 펠레이자 마라도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240승으로 330승의 페더러에 이은 테니스 역사상 최다승 2위이자 2010년 이후 그랜드슬램 대회 최다 우승자(11회, 2위 나달 10회)라는 것만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테니스계의 메시이자 커쇼인 이런 선수들을 상대한 정현이다.

▶김연아-이세돌 이어 정현 신드롬… 돈·시청률로 드러난다

이런 위대한 선수들과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맞서는 정현의 모습은 테니스라는 종목 자체에 생소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호주오픈 개막 직전만 해도 테니스 팬, 혹은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는 이들이 아니면 거의 모르던 정현은 이제 전국민이 아는 이름 두 글자가 됐다.

마치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피겨 금메달,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맞붙었을 때와 맞먹는 신드롬이다. 야구, 축구가 인기스포츠며 이외의 종목은 관심이 덜한 한국 스포츠계에서 김연아-이세돌급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란 기적에 가깝지만 정현은 전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신드롬의 증거는 돈과 관심도에서 드러난다. 정현과 2016년부터 공식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 라코스테 매장에는 정현이 경기 중 입은 옷에 대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정현이 입은 티셔츠는 반소매이기에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워낙 많은 문의에 재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라코스테는 그동안 모델로 조코비치를 내세웠지만 이제 정현으로 모델을 전면교체할 예정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현이 착용한 오클리 고글도 문의가 5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 온라인 쇼핑몰에는 테니스 비수기임에도 도리어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이 최대 357%까지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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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스포츠 스타가 나오는 광고가 모두 정현으로 교체되는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류현진과 함께 라면먹는 모습 보겠다’는 얘기도 네티즌들이 하기도 한다.

조코비치와 맞붙은 8강전을 중계한 JTBC 역시 ‘시청률 대박’을 맞았다. 5.020%의 시청률도 평일 낮 시간대에 이례적인 5%시청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4강 진출 확정 순간 시청률은 8%를 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정현 신드롬이자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던 테니스의 통쾌한 반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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