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실내=이재호 기자] 부산 kt가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무려 12연패를 끊고 한달을 넘어 승리를 거둔 부산 kt에게 승리란 참으로 어려웠다.

김영환의 4쿼터 9초 남기고 극적인 동점 3점포 덕에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고 연장에만 6점을 넣은 허훈이 승리를 안긴 경기였다. 밥 먹기 싫다는 kt를 김영환이 입을 벌리게 했고 허훈이 씹어 삼키게 한 연패탈출 경기였다.

부산 kt는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KBL 정규경기 서울 삼성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감격적인 97-96 승리를 거뒀다.

KBL 제공
지난해 12월 10일 안양 KGC패배 이후 지난 7일 원주 DB전까지 무려 12연패를 기록 중이었던 부산 kt는 이날 승리로 12연패를 끊고 13경기만에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서울 삼성은 KBL 최고 선수인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지난달 5일 오리온전에서 왼 치골염 부상을 당한 후 4승 10패로 부진하던 상황에서 kt에게 패하며 다소 우울한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내게 됐다.

kt는 5승 28패로 최하위, 삼성은 14승 19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출사표 : “마음 같아선 져주고 싶지만 우리도 급해” vs “간단하게 하자고 주문”

-삼성 이상민 감독 : “kt가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2승1패로 좋아서 분명 자신감을 가지고 나오리라 생각한다. 저도 선수시절 9연패 정도해봤던 것 같은데 참 괴로웠다. 그런데 어쩌겠나. 져줄 수도 없다. 우리팀도 여유가 없다. 마음은 정말 밑에 깔아주고 싶지만 별 수가 없다. kt의 부진은 희한하다는 말밖에는 못하겠다. 높이 문제가 해결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일단 라틀리프 공백은 3라운드까지는 잘 메웠다고 본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와서 불만족스럽다. 선수들에게 ‘이대로는 쫓아가다 시즌 끝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kt 조동현 감독 : “삼성에 김태술, 김동욱 등이 베테랑 선수다 보니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더 압박하고 많이 뛰는 농구를 요구했다. 허훈, 양홍석에게는 체력적으로 부치는 상황을 ‘이겨내라’고 많이 주문한다. 프로에 적응하려면 이 고비를 넘겨야하는 시기다. 주전 선수들 보다 좋으니 쓰는 것이다. 두 선수는 야간에도 따로 훈련 하면서 더 운동하고 적응을 더 하려 노력한다. 이겨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현재 연패 분위기 속에 저는 선수들에게 운동할 때 빼고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선수들에게 팀훈련 2시간과 경기때만 내가 압박하겠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에게 간단하게 농구를 하자고 얘기했다. 삼성전도 선수들에게 기회가 나면 복잡하게 가지 말고 바로 슛하라고 했다. 그런게 필요한 시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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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1쿼터 잘했던 kt, 2쿼터 맥키네스 막히고 턴오버에 무너지다

12연패를 끊기 위해 kt선수단은 초반부터 맹공에 나섰다. 조동현 감독도 “선수들 의욕이 없다면 1쿼터부터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우린 잘하다가 막판 4쿼터 고비를 못넘기는게 대다수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했을 정도로 1쿼터는 잘할 것으로 내다봤다.

kt는 1쿼터 시작과 동시에 첫 3분과 실점없이 7-0으로 앞서가며 기분 좋은 시작을 했다. 김영환, 김명진이 쏘아올린 3점포 각 2개씩이 모두 들어가는 등 외곽의 힘으로 1쿼터는 27-19로 압도했다.

하지만 1쿼터까지는 11득점으로 잘하던 kt 외인 맥키네스가 2쿼터에 총 5번의 슈팅에서 1번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극심한 슛 부진으로 2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마침 kt는 2쿼터에만 선수들 총합 5턴오버가 나오면서 잘나가던 흐름이 툭툭 끊겼다.

이 틈을 타 삼성은 김동욱이 3점슛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라틀리프 대체 외국인 선수인 칼 홀은 5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했다. 2쿼터 kt의 어시스트는 허훈이 기록한 단 하나 뿐이었지만 삼성은 7개나 될 정도로 팀플레이가 잘 들어맞았다.

결국 삼성은 1쿼터 19-27 8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2쿼터 종료 후 43-36 7점차로 뒤집으며 전반전을 마쳤다. kt로서는 다시금 연패의 그림자가 드리운 2쿼터였다.

▶후반전 : 내쉬의 어이없는 실책 만회한 김영환의 9초 남기고 동점 3점포

kt가 포기하기엔 1쿼터의 호성적이 너무 아쉬웠다. 3쿼터의 공신은 그동안 조용하던 브라이언 내쉬였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내쉬는 야투 5개 중 4개를 성공시키며 10점을 홀로 올렸고 맥키네스는 리바운드 5개로 골밑에서 버텼다. 허훈도 쏠쏠한 어시스트 3개로 단숨에 7점차에서 4분 30초를 남기고 동점까지 만든 kt였다.

삼성은 3쿼터에 이관희가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며 분전했지만 김동욱, 김태술 등 믿었던 베테랑들이 아무 공격적 활약을 하지 못하며 5분도 뛰지 못하고 교체아웃 됐다. 그사이 3쿼터 종료 시점에 삼성과 kt는 62-61로 대접전으로 4쿼터를 맞았다.

결국 kt의 13연패 여부는 4쿼터 10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일단 4쿼터 시작 1분만에 박철호의 역점 3점포가 터지며 kt는 유리한 상황에서 4쿼터를 끌고 갔다. 하지만 이내 재역전을 당했고 특히 후반 4분 43초에 삼성 김동욱의 3점포가 터지며 단숨에 스코어는 68-73으로 kt는 5점차로 뒤지며 차이가 벌어졌다.

이대로 끝나나 했던 승부는 종료 3분 7초를 남기고 kt가 기어이 김영환의 자유투로 75-75 동점을 만들어내며 끝까지 승부의 향방은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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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에서 시소게임을 하던 접전 상황 2분 14초 남기고 대형사고가 터진다. kt의 내쉬가 공격 진행 도중 그야말로 어이없는 드리블 미스로 공을 뒤로 빠뜨린 것. 삼성 김태술은 너무나도 쉽게 레이업으로 추가득점을 만들며 시소게임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삼성이 4점차로 앞서간다.

이후 내쉬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3점슛까지 했지만 실패하며 kt는 패배가 확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9초를 남기고 ‘버저비터의 사나이’ 김영환이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뜨리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kt는 남은 9초에서 마지막 커밍스의 공격을 막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t로서는 기적같이 끌고간 연장전이었다.

▶연장전 : 내쉬+허훈이 끝까지 살아있던 kt, 감격의 12연패 끊다

시작과 동시에 14초만에 kt의 외인 내쉬는 깜짝 3점포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에서 가장 중요한 기선제압을 확실히 했다. 삼성은 당황하나 했지만 김동욱이 곧바로 동점을 만드는 3점포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이후 이관희가 자유투를 하나만 성공시킨 틈을 타 1점차의 점수차가 벌어졌고 이때를 틈타 내쉬와 허훈이 점수를 쌓아가며 계속해서 리드를 이어갔다.

이대로만 간다면 kt의 12연패를 끊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51초를 남기고 1점차의 차이를 만들었던 삼성의 이관희가 짜릿한 3점포를 터뜨리며 kt는 97-96 한점차까지 따라잡힌다.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리드 속에 kt는 연패를 끊기 위해 남은 51초를 버티고 버텼다. 최대한 공격 진영에서 시간을 다 쓰며 버틴 kt는 결국 마지막 삼성 이관희의 3점 시도가 불발로 돌아가며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허훈은 6점, 내쉬는 7점으로 연장전 팀 모든 점수를 해결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첫 승이며 13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 : “허훈, 배짱 있는 선수라 언젠가 해줄거라 믿었다”

-삼성 이상민 감독 : “마지막에 수비 실수가 하나가 연장까지 안 갈수 있었는데 아쉽다. 수비가 막판에 흔들려 내쉬와 허훈에게 준 점수가 컸다. 집중력 싸움에서 졌다. 아쉬운 전반기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성화 봉송, 올스타전 등으로 함께 발맞출 시간이 없어 걱정된다.”

-kt 조동현 감독 : “좋은 의지로 승리한 경기다.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해결사가 부족해서 내쉬를 믿었다. 김영환이 결국 팀의 중심이다. 오늘 경기 후 휴식을 주더라도 끝까지 써보려 했다. 연장전에 허훈의 활약은 배짱있는 선수라 생각했고 언젠가는 한번 그 배짱이 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날이 됐다. 이런 경기를 계기로 프로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으면 한다. 한달 넘어서 이겼는데 환히 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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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정보

부산 kt 97(27-19 9-24 25-19 23-22 )96 서울 삼성

-서울 삼성 : 커밍스 21득점 8리바운드, 이관희 21득점 4리바운드, 김동욱 21득점 6리바운드

-부산 kt : 내쉬 30득점 5리바운드, 김영환 18득점(3점슛 3개), 맥키네스 19득점 10리바운드 허훈 11득점 6어시스트(연장 6득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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