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순위표에서 토론토 랩터스의 위치는 매우 익숙하다. NBA 동부지구 2위 또는 3위의 위치는 늘 토론토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4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토론토는 3연승을 통해 26승10패(승률 72.2%)로 지구 2위에 올라 있다. 토론토는 지난 시즌을 51승31패(승률 62.2%)로 지구 3위에서 마감했다. 2015~15시즌은 56승26패(승률 68.3%)로 2위로 마감했다.

최근 토론토가 걸쳐 있던 지구 2,3위는 이렇게 낯익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 시즌 36경기 시점 성적은 24승12패(승률 66.7%) 지구 2위로 현재와 매우 닮아 있다.

팀의 쌍두마차 더마 드로잔(29)과 카일 라우리(32)가 여전히 몇 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득점력 양상도 숫자만 놓고 본다면 전 시즌과 비슷하다. 이렇게 본다면 토론토에 대해 신선함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토론토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럼 어떤 모습들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 달라진 점은 긍정적인 진보를 의미하는 것일까.

드로잔과 토론토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강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줄어든 쌍두마차의 덩치

2015~16시즌과 2016~17시즌의 토론토는 확연히 드로잔과 라우리의 팀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 선수 모두 평균 20득점 이상으로 팀의 득점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올시즌은 이런 구도가 달라졌다.

팀의 평균 득점은 올라온 가운데 올시즌은 드로잔-라우리 듀오의 득점 합 비중이 가장 작다. 그런데 이런 득점의 감소는 전 시즌의 중간에 예고돼 있었다. 2월의 트레이드로 들어온 서지 이바카(29)가 제법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바카가 토론토 소속으로 뛰기 시작한 2월25일부터 팀 내 득점 구도는 드로잔(27.3득점)-라우리(17.3득점)-이바카(14.2득점) 순이었다. 올시즌 현재도 13.8득점을 기록 중인 이바카이기 때문에 비슷해 보인다.

그럼에도 전 시즌 2월25일부터의 토론토는 평균 103.2득점을 기록했던 팀으로, 드로잔-라우리의 팀 내 득점 비중은 43.2%였다. 즉 올시즌 나머지 선수들 비중의 합이 올라간 것이 맞다.

▶더 많아진 패스와 어시스트

전 시즌까지의 토론토는 드로잔 및 라우리를 필두로 볼을 쥔 선수가 본인의 득점 기회 창출하는 경향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드리블 과정 중 동료 스크린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어도 패스의 도움으로 생성되는 기회가 적은 편이었다.

야투 성공 중 어시스트로 연결된 비중에서 전 시즌 토론토(47.2%)는 리그에서 가장 작았다. 어시스트로 연결된 야투 성공보다 어시스트로 연결되지 않은 야투 성공이 더 많았던 팀은 토론토와 피닉스 선즈 두 팀뿐이었다.

반면 올시즌 토론토는 이 부문에서 제법 변화를 보였다. 어시스트로 연결된 야투 성공 비중이 56.0%로 늘며 리그 22번째로 올랐다. 단순히 어시스트 숫자로 보면 변화가 더욱 크다. 전 시즌 평균 어시스트 순위에서 토론토는 리그 30위(18.5)였다. 반면 올시즌은 10위(22.9)다.

이는 경기 모습에서 확연히 보이는 변화다. 전 시즌 토론토는 경기 당 패스 횟수에서 리그 4번째(273.4회)로 적은 팀이었다. 1월 중순까지 기준(262.0회)으로 보면 가장 적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올시즌 현재는 290.7회로 늘어 패스 횟수 리그 20번째에 올랐다.

그리고 패스를 받은 선수가 야투를 성공할 시 어시스트로 인정될 잠재적 어시스트 패스 횟수에서 전 시즌 리그 30위(39.3회)에서 12위(45.5회)로 부쩍 상승했다. 즉 패스를 통한 팀플레이의 질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젊은 피 수혈의 성공

앞서 언급한 드로잔-라우리의 득점 비중 감소 그리고 패스를 통한 팀플레이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열쇠가 괜찮은 젊은 선수들의 증가다. 올시즌 토론토의 평균 출전시간 순위에서 드로잔(34.6분), 라우리(32.9분), 이바카(28.2분) 다음의 나머지 5명 중 4명이 26세 이하의 선수들이다.

21.2분의 OG 아누노비(21)는 신인, 20.9분의 딜론 라이트(26)는 3년차, 19.9분의 파스칼 시아캄(24)은 2년차, 18.6분의 노먼 파월(25)은 3년차로, 이렇게 경험도 적은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토론토의 전력에 있어 중요한 몫을 차지하며 기여하고 있다.

아누노비와 야콥 퍼들 등 1,2년차 선수들의 활약이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 ⓒAFPBBNews = News1
특히 2017년 NBA 드래프트 23순위로 뽑혔던 아누노비는 신인임에도 경기 당 3.1회의 3점슛 시도를 40.0%만큼 성공시키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학시절 무릎 부상으로 인해 예상보다 드래프트 순위가 폭락했지만 결국 부상 전 슈팅과 수비에 대한 기대치를 꽤 채우고 있다.

또한 2년차 선수들로 평균 17.8분의 프레드 밴블릿(24)과 17.7분의 야콥 퍼들(23)도 벤치에서 나오는 가드와 센터로서 부지런히 뛰며 수비와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올시즌 벤치의 득점 마진에서 가장 높은 팀이 토론토(3.2점차)다.

이번 시즌 토론토의 경기 당 득점 마진 7.8점차는 리그 3위이며, 선발 인원의 득점 마진 4.6점차는 리그 4위다. 즉 벤치 인원들의 공수 기여도가 큰 팀이라는 뜻이다. 물론 토론토의 정규 주전 5인 라우리-드로잔-아누노비-이바카-요나스 발란츄나스 조합이 좋은 모습이지만 벤치 인원이 섞였을 때도 경쟁력이 좋다는 의미다.

▶가장 날카로워진 드로잔

라우리는 30세를 훌쩍 넘긴 나이로 경력 중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면 드로잔은 이제 기량이 정점에 닿을 때다. 그리고 경기 모습으로나 기록으로나 정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경기 당 득점은 전 시즌의 27.3득점이 커리어 중 가장 높았지만 올시즌의 25.2득점은 가장 높은 슈팅 정확도와 득점 효율성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다만 득점 가담 비중이 약간 줄었을 뿐이다.

그리고 커리어 중 가장 빛난 경기들이 올시즌에 나오고 있다. 본인의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올시즌에 들어 두 번 갈아치웠다. 12월22일 필라델피아전에서 45득점 그리고 지난 2일 밀워키전에서 52득점을 올리며 경신했다.

현재 드로잔의 야투율 48.5%는 참여도가 적었던 신인 시즌의 48.8% 이후로 가장 높다. 그리고 2점 야투율(51.0%)과 3점 야투율(36.8%) 양 부문 모두 커리어에서 가장 높다. 전 시즌까지 커리어 평균 3점 시도가 1.4회에 그쳤던 드로잔은 올시즌 3.2회까지 늘렸음에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어시스트 쪽에서도 새로운 국면이다. 전 시즌까지 커리어 평균 2.8어시스트, 종전 최고가 2013~14시즌의 4어시스트였다면 올시즌 현재는 5어시스트다. 드로잔의 공격 마무리 활동 중 어시스트로 끝나는 비중이 현재 17.3%로 이전 시즌들과 확연히 차이나는 상승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토론토가 이렇게 정규 시즌 전반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낯설지가 않다. 전 시즌 이맘때도 토론토는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문제는 시즌 후반기와 플레이오프 때다.

특히 드로잔과 라우리에게서 부상이 교대로 일어나는 일이 큰 아쉬움을 줬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푹 꺼지는 공격력도 기대감을 갖기에 망설임을 주는 대목이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지난 시즌 100포제션 당 109.8득점을 기록했던 토론토는 플레이오프에서 101.3득점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줄곧 이어진 추세였다.

그렇다면 올시즌 내용상으로 달라진 토론토는 이전 시즌들과 달리 시즌 후반기와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일단 주변 선수들의 분전은 라우리와 드로잔의 몸 관리에 도움을 줄 공산이 크다.

관건은 드로잔이 계속해서 현재의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드로잔의 플레이오프 기록은 잔혹사라 부를 만큼 좋지 못했다. 많은 NBA 팬들은 플레이오프의 모습으로 그 선수에 대한 인상을 각인하곤 한다. 올시즌 비중이 전 시즌보다 줄었다 해도 결국 드로잔의 성과에 따라 토론토의 승패가 갈리는 경향이 높다. 드로잔이 슈퍼스타로 인정받을 기회를 살릴 수 있는지 중요한 이번 시즌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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