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없는 선수.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쿼터에서 제임스 하든(28·휴스턴 로켓츠)이 그랬다.

이 경기에서 휴스턴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상대로 3쿼터까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 최다 점수 차인 14점차까지 뒤지면서 3쿼터를 마친 휴스턴은 8연승에서 멈출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4쿼터는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됐다. 동료 크리스 폴의 분전으로 9점차까지 좁혀진 뒤 9분여 남은 무렵 교체해 들어온 하든은 이후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15득점을 올리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4쿼터에 40-19 압승을 거둔 휴스턴은 84-98로 시작한 4쿼터를 124-117로 마무리했다.

10일 4쿼터의 하든은 포틀랜드 홈 관중들에게 악마 그 자체였다. ⓒAFPBBNews = News1
이 경기에서 55.2% 야투율로 총 48득점을 올린 하든은 4쿼터에서 7회의 야투 시도 중 6개(85.6%)를 성공시켰고 2개의 자유투도 넣으며 15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그 15득점을 올린 과정은 왜 하든이 리그 선두인 평균 32.3득점을 올리고 있는지 충분히 보여줬다.

▶리그 최고의 득점 활약

리그 개인 득점 순위에서 11월15일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야니스 안테토쿤보(23·밀워키 벅스)의 득점이 살짝 식으며 11월16일부터 하든이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당시 평균 30.7득점이었던 하든이었으니 현재 더욱 상승한 셈이다. 폴의 복귀 일자를 기준으로 11월17일 전까지 평균 30.7득점이었던 하든은 이후 평균 34.9득점을 올리고 있다.

현재 하든의 32.3득점은 효율성 측면에서 역사적인 숫자다. 공격 가담 비중 대비 효율성 측면에 있어 최고에 있기 때문이다. 공격 가담 비중은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로 표현할 수 있다. 코트 위에 나온 시간 동안 야투 및 자유투 시도와 턴오버로 팀의 공격 기회 종료에 참여한 비중을 측정한 값이다.

NBA 통계사이트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이 USG%에서 하든은 현재 코트 위에서 휴스턴의 공격 기회 중 36.1%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출전시간 자격요건을 갖춘 역대 NBA 선수들 중 8번째로 높다. 인원으로는 전 시즌 역대 기록 41.7%를 남겼던 러셀 웨스트브룩의 2시즌을 포함해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 앨런 아이버슨, 드마커스 커즌스, 드웨인 웨이드가 한 시즌씩 현재 하든보다 높은 시즌 USG%를 기록했다.

한편 효율성은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로 표현할 수 있다. 야투율 계산에서 3점 야투는 1.5로 가중치를 둔 다음 자유투는 0.44만큼을 1회의 시도로 계산한 측정법이다. 여기에서 하든은 현재 63.4%의 TS%를 기록 중이다. 역대 USG% 35% 이상으로 공격 참여도가 높았던 21회의 개인 시즌들 중 60% 이상의 TS%를 기록한 경우는 올시즌 하든을 제외하고 아예 없다.

올시즌의 경우 하든이 출전시간 자격요건의 갖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USG%를 기록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하든은 25% 이상의 USG% 기록자들 중 4위의 TS%를 기록 중이다. 높은 공격 참여도를 고려하면 하든이 매우 효율적인 득점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던져도 들어가는 3점슛

전 시즌 61.3%의 TS%를 기록했던 하든이 효율성 상승을 거둔 데에는 3점슛의 적중률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 전 시즌 34.7%였던 3점 적중률이 현재 40.6%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커리어 전체 36.6%와 비교해 봐도 확연한 증가다.

이번 시즌 리그 평균 3점 야투율 36.3%에 비해서도 하든의 40.6%는 현격한 차이로 높다. 또한 하든의 3점 야투 시도 10.9회는 전체 야투 시도 21.4회의 50.9%나 차지한다.

이런 3점 슈팅 향상의 이유는 드리블 친 다음의 3점슛이 제법 잘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든의 3점슛은 패스 받은 후 바로 던지는 경우보다 홀로 드리블 치다 던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경기 당 2.2회가 패스 받은 직후 3점슛이라면 드리블 치다 던진 3점슛은 8.4회에 달한다. 그리고 이 드리블 친 직후의 3점슛 적중률이 40.9%다.

슈팅 적중률을 이렇게 패스 받은 직후와 드리블 직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뒤로 하든이 현재처럼 높은 드리블 직후 3점슛 적중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14~15시즌의 35.6%가 최고였다. 상대방이 3점 라인 밖에서 의식해 붙어 수비해도 곧잘 넣는 바람에 딱히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편이다.

수비수의 저항 앞에서 던지는 하든의 3점슛이 상대에게 은근 큰 피해를 주고 있다.ⓒAFPBBNews = News1
▶꽤 높은 확률의 골밑 마무리

10일 포틀랜드전 4쿼터에서 하든은 돌파 레이업 6회 중 5회를 성공시켰다. 당시 포틀랜드는 3점 라인 밖에 퍼진 휴스턴 슈터들을 의식했는지 담당 수비수를 제치고 들어온 후의 하든에게 도움 수비를 제대로 붙지 못했다. 그 1회의 레이업 실패도 하든이 다 뚫고 혼자 올린 레이업을 실패한 사례였다.

반면 3쿼터까지 하든의 골밑 마무리는 시원찮았다. 10회 시도 중 3회만 성공했다. 레이업을 올릴 때 수비수들의 방해가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시즌 전체로 봤을 때 하든의 제한 구역 적중률 65.3%는 제법 좋은 편이다. 리그 평균 63.0%보다도 높다.

리그 평균 63.0%는 빅맨들에 의해 높아진 경향이 있다. 장신 선수들이 이지 덩크 등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196cm 하든처럼 2m 이하 신장의 가드들은 레이업이 주경로이기에 60%를 넘기면 좋은 편이다. 제한 구역에서 경기 당 4회 이상 시도한 2m 이하 가드들 중 하든은 5위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규정 개정도 크게 저지 못하는 자유투 획득

이번 시즌에 들어오며 개정된 규정 중 이른바 하든룰(Harden-Rule)이라는 규정이 있다. 외곽 특히 3점 라인 밖에서 파울을 얻는 데에 도가 튼 하든을 고려해서 개정한 자유투 규정이기 때문이다.

3점 라인 밖에서 주로 스크린에 의해 정지된 수비자에게 일부러 신체 접촉을 일으켰을 때 슈팅 파울의 범위를 축소시키자는 취지다. 슛할 때 공격자의 손이 모아지기 전의 접촉은 슈팅 파울 대신 일반 파울을, 또는 공격자의 움직임이 클 때는 공격자 파울도 줄 수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은 하든의 주특기들이었기에 하든의 자유투 획득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물론 줄어들었다. 올시즌 현재 하든의 자유투 시도 9.3회는 전 시즌 리그 1위였던 10.9회보다 줄었다. 그럼에도 안테토쿤보(9.8회) 다음의 2위에 올라 있다.

하든은 돌파 과정에서도 파울을 얻어내지만 페인트 구역 바깥에서도 잘 얻어낸다. 꽤 교묘한 속임수를 이용하기에 수비자도 심판도 속기 일쑤다. 자유투 적중률 87.1%의 하든에게 자유투 획득은 효율성 제고에 큰 자산이다.

▶폴과 함께한 뒤 더욱 강해진 위력

현재까지 하든이 폴과 함께 코트 위에 있던 197분 동안 야투율이 50.0%다. 그리고 나머지 665분 동안에는 45.1%를 기록했다. 휴스턴이 폴과 하든이 서로 떨어져 플레이할 때 더욱 강력한 위력을 내긴 하지만 확실히 하든 개인 자체도 폴과 함께하는 덕을 본다 할 수 있다.

실제로 폴이 건네준 패스 후 하든의 야투 성공률 50.0%는 다른 동료들의 패스 때보다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수비의 집중도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현재 20승4패(승률 83.3%)의 리그 1위 휴스턴을 이끌고 있고 개인 위력도 동료의 합세 이후 증폭된 하든이 계속해서 압도적인 MVP 가능성을 유지할지 지켜볼 만하다. 점프슛 정확성이 더욱 늘며 상대하기 더 까다로워진 하든은 현재 최고의 NBA 공격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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