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norussianogames(No Russia, No Games)’

러시아 없인 올림픽도 없다?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염치없는 해시태그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에서 최악의 범죄라고 볼 수 있는 도핑 조작을 국가적으로 행했음에도 도리어 SNS를 통해 러시아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중이다.

러시아가 해야할 것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것을 주장하는게 아니라 잘못은 깨끗이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평창 올림픽을 위해 노력한 선수들을 위한 조금의 선처다. 염치를 모르면 부끄러운 스포츠 강대국 밖에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제공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5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불허하기로 했다.

동계올림픽 최강국인 러시아가 이런 중징계를 받은 것은 국가적으로 도핑 조작을 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WADA의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직전 5년간 러시아가 자국 선수들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고 폭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연루된 선수만 30개 종목, 1000명에 달했고 소변 샘플 바꿔치기, 혈액 샘플 빼돌리기 등의 치졸한 방식은 국가적으로 행해졌다.

IOC는 자체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고 러시아 스키선수 6명, 바이애슬론 선수 2명 등의 2014 소치 올림픽 메달 박탈과 올림픽 영구 퇴출 등의 개별 징계를 결정했고,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는 국가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반발이 심하다.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캠페인까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스포츠 스타와 방송인은 물론이며 시민들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norussianogames(No Russia, No Games)'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데 동참한 것.

여자프로테니스(WTA) 스타 선수 엘레나 베스니나는 자신의 SNS에 이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는 수년간 땀과 피, 눈물을 흘린 끝에 올림픽에서 경쟁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걸 가로막는 건 불공평하다. 이 글이 그들에게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러시아 대표 선수와 항상 함께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SNS에서 유행인 No Russia, No games. 연합뉴스 제공
▶도핑 조작은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

자국의 잘못을 자국에서는 모른척 혹은 옹호하는 일은 심경적으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는 도핑 조작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에 대한 무지를 증명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의 기본은 공정함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투여하는 것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의 기본을 위배하는 일이다.

이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인간간의 맞대결이 아닌 로봇을 내보내고 성별, 체급 등을 무시하고 경쟁해도 괜찮다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올림픽같이 4년, 아니 일생을 거쳐 단 한번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대회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 노력, 그리고 기존에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재능, 지능 등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금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99% 떳떳한 선수들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99% 선수들의 국가, 그들을 만들어준 코칭스태프, 동료·경쟁 선수들, 응원하는 국민들 모두를 능욕하게 된다.

그런데 러시아는 국가적으로 도핑 조작을 했고 이는 자신들의 올림픽 우승을 위해 타국가의 진정한 노력, 좋은 성적을 위한 투자 등을 단숨에 무시하고 짓밟는 중범죄이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한번 올림픽 참가가 금지되는 것이 경징계로 느껴질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른 러시아다.

▶부끄러운줄 알아야할 러시아

너무나도 큰 잘못을, 그것도 국가적으로 행한 것이 밝혀졌다면 가장 먼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SNS 해시태그나 러시아 내 유명인들의 ‘떳떳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몰염치와 다름없다. 마치 과거사에서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미화 혹은 애써 무시하는 일본의 몰염치와 다를 바 없다.

러시아 도핑 사실을 폭로한 캐나다 변호사 리처드 맥라렌. 연합뉴스 제공
러시아는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잘못됐다고 말하지 말고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그리고 그 잘못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4년을 열심히 노력한 ‘깨끗한’ 선수들이 있으니 그들에 한해 강력한 도핑 테스트를 올림픽 전 후에 실시하는 것을 약속해 올림픽 출전을 부탁해도 들어주기 힘든 것이 현상황이자 그들이 저지른 잘못이다.

물론 2018 평창 올림픽만 바라보고 순수하고 깨끗하게 평생을 바쳐 준비해온 러시아 대부분의 선수들은 매우 안타깝게 됐다. 이들 역시 선배들 혹은 동료들이 지난 올림픽과 이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같은 국적이라는 것만으로 짊어진 피해자다. 결국 러시아는 당장의 영광을 위한 부정행위로 결국 열심히 준비한 자국 선수들에게 마저 피해를 주게 됐다.

또한 러시아는 최고의 선수들간의 맞대결을 보고 싶어한 전세계 올림픽 팬들은 물론 흥행여부에도 촉각이 곤두서 있는 평창 조직위, 한국에게도 직접적 피해를 입혔다.

이런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러시아의 원죄는 결국 도핑 조작이다. 이것이 발각되고 잘못임을 인지한다면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일부 러시아인들도 멍청한 SNS 해시태그 캠페인은 그만두고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행여라도 가능할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선행되야한다.

염치를 알아야 도와줄 마음이라도 생긴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