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1-56-50-55-42-43. 앞선 7시즌 동안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매 시즌 거둔 승수다.

멤피스는 이 7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 중 56승을 거뒀던 2012~13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결승까지 갔을 정도로 이른바 ‘서고동저’ 상황에서 결코 녹록치 않은 서부의 강자였다.

2017~18시즌의 출발도 좋았다. 첫 6경기에서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팀 중 하나인 휴스턴을 각각 90점, 89점으로 묶어 승리를 만들어냈고,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잡아내며 5승1패의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후 동부의 올랜도, 샬럿에게 안방에서 패하고 LA 레이커스에게도 일격을 당하며 조금 주춤하기는 했지만 첫 10경기 6승 4패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성적이었다.

특히 지난달 8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 원정에서 승리할 때만 해도 변함없는 서부의 강호로 이번 시즌을 잘 보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3일 휴식 후 만난 휴스턴과의 3번째 맞대결부터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제임스 하든 제어에 실패하며 이전 두 경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그 모습은 밀워키 원정에서도 이어졌고, 결국 시즌 두 번째 연패가 시작됐다.

밀워키전 이후에는 마크 가솔과 함께 팀의 중심인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가 이탈하는 악재가 찾아왔다. 사실 콘리가 처음 이탈할 때까지만 해도 멤피스가 조금 더 힘들어지겠다는 예상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보다 훨씬 심각했다. 멤피스는 콘리가 빠진 상황에서 6번을 연속으로 더 패배하며 8연패 수렁에 빠졌다. 특히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던 브루클린전에서도 두 자릿수 격차의 패배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피츠데일 감독은 점수가 벌어지자 마크 가솔을 4쿼터에 투입하지 않았고 결국 이는 가솔이 경기 후 불만을 토로하는 인터뷰의 도화선이 됐다. 피츠데일 감독은 결국 이 인터뷰가 세상에 알려진 얼마 후 바로 경질됐다.

마크 가솔의 인터뷰는 피츠데일 해고의 직격탄이었다. ⓒAFPBBNews = News1
이런 멤피스 몰락의 큰 원인은 앞서 언급한 콘리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제일 컸다고 볼 수 있다. 백코트 수비, 공격 조립, 흐름이 죽은 공의 처리 뿐 아니라 마리오 찰머스, 타이릭 에반스처럼 벤치에서 나와 줘야 할 선수들의 가치를 높여줄 콘리의 부상은 멤피스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멤피스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NBA 현미경]에서 다뤘던 댈러스 매버릭스와 마찬가지로 48분 동안 가져가는 포제션을 나타내는 페이스(PACE) 수치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렇지만 멤피스는 이도 저도 아니게 더 많은 포제션을 가져가려다 팀이 흔들린 댈러스와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멤피스는 2016~17시즌 93.62의 유타 재즈, 94.16의 댈러스 매버릭스에 이어 94.74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적은 수치의 페이스를 가져가며 느린 경기를 했지만 7승4패를 기록했던 첫 11경기에선 이 수치가 97.87로 이전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갔었다.

이는 베테랑 잭 랜돌프와 빈스 카터가 이적을 해 선수단이 조금 더 빨라진 영향이 있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코트 위에 있을 때 공격 점유율을 나타내는 USG%가 콘리, 가솔보다도 더 높았던 랜돌프의 이적은 조금 더 빠른 템포의 경기를 위한 팀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요소였다.

랜돌프와의 작별은 멤피스가 변화할 방향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행보였다. ⓒAFPBBNews = News1
그렇게 멤피스는 리그에서는 여전히 느린 템포의 팀이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빨라진 모습으로 초반 질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10연패 기간의 멤피스는 지난 시즌과 거의 비슷한 95.16의 페이스 수치를 보여줬다. 이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지난 시즌부터 멤피스와 같이 빠르지 않은 농구를 했었던 팀들이며 페이스 수치에서 바로 아래인 샌안토니오, 바로 위의 유타는 같은 기간 동안 6승을 적립하는 데 성공했지만 멤피스는 패배에 정신이 없었다. 느린 템포를 가져간 것은 똑같았지만 확률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유타는 멤피스의 10연패 기간 동안 리그 전체 3점슛 성공률 1위이자 필드골 성공률 4위에 올랐고, 샌안토니오 역시 필드골 성공률 9위로 확률 높은 공격을 자랑했다.

반면 멤피스는 필드골 성공률 26위, 3점슛 성공률 29위로 공격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도마저 떨어지는 공격을 보여줬다. 이렇게 공격이 안 풀리면 기존의 장점인 상대를 갉아먹는 수비라도 원활하게 돌아갈 필요가 있지만 10연패 기간 동안 멤피스의 평균 실점은 103.8점으로 리그 14위, 즉 리그에서 중간 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다.

10경기 동안 평균 97.7점을 넣으며 103.8점을 헌납했던 것이 결국 멤피스가 10연패의 성적표를 받을 수 없게 된 원인이었다. 결국 J.B. 비커스태프 감독대행 체제로 한동안 가게 됐는데 비커스태프 감독은 빠른 페이스의 대표주자인 휴스턴 로케츠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물론 현재 구성원을 생각하면 휴스턴이 했던 농구를 멤피스에서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멤피스 상황에서는 빠른 팀을 이끌어봤던 비커스태프의 경험도 어떤 식으로든 활용을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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