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덴버 너겟츠에게 94-102 패배를 당하며 4연패 수렁에 빠지게 됐다.

전 시즌 MVP 러셀 웨스트브룩(29)에 여름 동안 폴 조지(27), 카멜로 앤써니(33)까지 가세시킨 오클라호마시티에 대한 시즌 전 기대는 상당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실망 그 자체다.

덴버 상대로 노장 앤써니가 28득점 활약을 했지만 결국 또 접전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AFPBBNews = News1
공격과 수비 중 현재까지 오클라호마시티를 발목 잡고 있는 것은 오히려 공격이다. 현재 4연패 동안 평균 93.3득점의 오클라호마시티는 100득점을 넘겨 본 적이 없다. 또한 수비 실적은 리그 정상권에 있지만 정작 중요한 때 뚫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어떤 문제가 일어났던 것일까. 몇 가지 숫자들을 통해 돌아보고자 한다.

▶시즌 MVP이자 장차 최고 연봉자의 부진

전 시즌 리그 개인 최고 득점인 31.6득점을 비롯해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까지 더하며 MVP에 선정됐던 웨스트브룩이 현재는 팀의 패배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11경기 평균 19.4득점 9.1리바운드 10.4어시스트로 언뜻 보기에 또 한 번의 시즌 트리플더블이 기대되는 숫자지만 내실에 있어 매우 좋지 못하다. 우선 10일 현재 야투율 41.3%는 커리어 중 1년차(39.8%)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결정적으로 자유투 적중률이 미스터리할 정도로 폭락했다. 전 시즌까지 커리어 평균 82.3%의 자유투 적중률을 기록했고 시즌별 편차도 크지 않았던 웨스트브룩이 현재 11경기 동안 56.9%를 기록 중이다. 10일 경기에서는 3번의 자유투 모두를 실패하기까지 했다.

자유투와 관련한 이야기로 웨스트브룩이 골밑에서 수비수와 근접해 던지는 레이업들이 곧잘 빗나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심판에게 수비자 파울이라 항의의 몸짓을 보이지만 결국 골밑 야투 실패라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현재 웨스트브룩의 제한구역 야투율(55.6%)은 리그 평균(62.4%)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제한 구역 외에도 코트 전 구역에서 웨스트브룩의 야투가 곧잘 빗나가고 있다. 자유투 라인과 3점 라인 사이의 정면 미드레인지 구역의 6회 시도 중 3개 성공을 제외하면 3점 라인 안의 구역 전체에서 리그 평균 대비 현격히 떨어져 있다.

시즌 직전 웨스트브룩은 오클라호마시티와 베테랑 연장 차원에서 2018~19시즌부터 발효되는 5년 2억500만 달러(약 2291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첫 시즌 3535만 달러(약 395억원)에서 시작해 마지막 시즌 4666만 달러(약 521억원)에 달하는 액수로 NBA 최고 연봉으로 전망된다. 이런 계약이 발효되기도 전에 현재 웨스트브룩이 보이고 있는 부진은 심히 안 좋은 신호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억울함을 안 좋은 플레이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AFPBBNews = News1
▶팀 전체로서도 자유투 부진

10일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의 자유투 적중률(71.6%)은 리그 28위에 그친다. 전 시즌도 26위(74.5%)에 그쳤지만 더욱 떨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낮은 자유투 적중률로 말미암아 오클라호마시티의 전체 슈팅 효율성은 타격을 입었다. 3점 야투율이 전 시즌 32.7%에서 34/2%로 소폭 상승했음에도 자유투가 더 큰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일반 야투율 계산법에서 3점 야투 성공을 1.5로 가중치를 두는 계산법인 이펙티브 필드골 퍼센티지(이하 eFG%)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전 시즌 50.0% 대비 50.5%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eFG% 계산법에 자유투 항목을 추가시킨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에서는 전 시즌 54.0%에서 53.2%로 하락하고 말았다. 승패에 있어 일반 야투율보다는 eFG%가, eFG%보다는 TS%가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다.

특히 연패가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오클라호마시티의 TS%(48.9%)는 해당 기간 중 단연 리그 최하위다. 이 기간 중 50% 미만의 TS%를 기록한 팀은 오클라호마시티뿐이다.

▶클러치 전패 팀

막판 접전에 이르렀을 때 올시즌 현재까지의 오클라호마시티는 세상 약한 팀이 된다. NBA닷컴에서는 경기 종료 5분 이내에 점수 차가 5점 이내로 좁혀든 상태를 클러치 상황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오클라호마시티는 이 클러치 상황에 접어들었던 6경기 모두 패했다. 이는 10일 현재 2승10패로 리그 30위의 댈러스 매버릭스와 동일한 클러치 전적이다.

4승7패의 오클라호마시티가 0승6패의 클러치 전적이라는 것은 패전들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클러치 상황에 접어들면 오클라호마시티는 공격도 안 되고 평소 되던 수비도 안 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6경기의 클러치 상황 총 23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1.4득점을 기록한 반면 100포제션 당 무려 162.1실점을 기록한 페이스를 보였다. 즉 어마어마한 실점 양상이란 뜻이다.

시즌 11경기 동안 오클라호마시티는 100포제션 당 97.6실점으로 이 부문에서 보스턴 셀틱스(95.6)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이렇게 보면 수비가 좋은 팀이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비교할 대상 없이 가장 망가진 수비를 보여줬다. 클러치 상황 때 오클라호마시티 다음으로 수비가 안 좋은 팀은 100포제션 당 126.2실점 페이스의 클리블랜드다.

▶심적 회복이 우선

웨스트브룩의 자유투 획득 문제를 비롯해 플레이그런트 파울 판정 등 그간 오클라호마시티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선수들에게 무리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몰린 상황에서는 결국 마음을 새로 다잡는 것 이외의 현실적 방안은 없다.

경력 초창기에도 웨스트브룩은 상황이 마음대로 안 풀릴 때 무리한 플레이를 연거푸 보이며 비판을 받곤 했다. 이런 성향을 이런 시기에 잘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마침 11일 오클라호마시티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팀과 만나게 됐다. 3연패 중의 LA 클리퍼스와 맞붙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경기를 치르는 반면 클리퍼스는 이틀을 쉰 다음 경기에 나서는 불리한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결국 5연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분전을 각오해야만 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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