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실내=이재호 기자] 서울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늘 그렇듯 참 잘했다(30득점 10리바운드). 하지만 문제는 라틀리프 외에 다른 선수들이었다. 기대가 당연한 스타플레이어들이 극도로 부진했던 삼성은 라틀리프의 분전만으로 승리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삼성은 17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KBL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74-87로 패배했다.

양팀 모두 개막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스타트를 잘 끊었다. 삼성의 경우 개막전에서 천기범이 한달짜리 부상을 당해 이겨도 웃지 못했다. 반면 LG는 국민적 인기가 있는 스타 현주엽 감독의 데뷔승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날 경기 패배로 1승1패, LG는 현주엽 감독 데뷔 후 2연승이라는 이슈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KBL 제공
▶출사표 : “인사이드 파괴력 우리가 나아” vs “파월, 나아질 것”

삼성 이상민 감독 : “수비가 안된다 싶으면 과감하게 수비에서 변화할 것이다. 개막전만큼만 해준다면 좋겟다. 전문 슈터가 없어 걱정이지만 새 외인 마키스 커밍스가 훈련에서 보여준걸 다 보여주지 못해 기대가 크다. 현주엽 감독과는 ‘오늘 잘해’같은 얘기는 안했어도 덕담을 주고 받았다. 인사이드 파괴력이 우리가 더 낫다고 보기에 1차전은 외곽에서 풀었다면 이번 경기는 하던대로 인사이드로 승부를 보겠다.”

-LG 현주엽 감독 : “NBA출신인 조쉬 파월이 개막전에서는 감기몸살이 심했다고 한다. 연습경기 때보다 경기력이 안 나와 걱정이긴 하다. 지금은 감기몸살이 좋아지긴 해 개막전보다는 나아지길 기대한다. 외국인 빅맨이라면 15~20득점에 10리바운드는 해줘야한다는게 제 지론이다. 더 몸이 올라와야만 한다. 첫 경기 승리 후 축하문자 300통 넘게 받았다. 농구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새삼 느꼈다. 하하. 실제로 시즌을 시작하며 감독생활을 해보니 생각할 것도 많고 돌발생활도 많다. 코치진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된다.”

▶전반전 : LG 김종규가 지배한 1쿼터, 삼성 이관희가 지배한 2쿼터

1쿼터는 LG 김종규가 돋보였다. 개막전에서 KGC 오세근을 잘막은 삼성 김동욱이 맨투맨에 나섰지만 역시 김종규는 달랐다. 김종규는 1쿼터에만 7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LG 공격을 주도했다. 김종규가 살아나며 김시래, 김승호의 3점포도 함께 터지며 1쿼터는 25-16으로 압도하며 마친 LG였다.

삼성은 김태술이 간단한 2점포 3번이나 놓치며 아쉬움을 보였고 문태영도 1쿼터 8분 4득점으로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홈개막전에서 삼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쿼터들어 김종규를 2점으로 봉쇄함과 동시에 이호현, 커밍스 등이 살아났다. 늘 뛰어난 라틀리프는 리바운드 부담을 덜고 8득점으로 득점에만 집중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관희였다. 2쿼터 3분여를 남긴 시점에서 3점라인에서 골밑으로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김동욱의 득점에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 패스는 못 넣으면 미안할 정도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어시스트였다. 2분여를 남기고는 커밍스와 함께 이날 경기 최고의 명장면인 앨리웁을 합작해냈다. 이 앨리웁으로 40-36으로 삼성이 경기 처음으로 4점차 이상으로 앞서가자 홈팬들은 열광했다. 결국 삼성은 42-41 앞선채 전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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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라틀리프 혼자 하기엔 역부족… 현주엽, 데뷔 후 2연승

2쿼터 막판을 잘 보내며 기세를 이어가나 했던 삼성은 그러나 라틀리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극도로 부진하며 동력을 잃었다. 라틀리프는 3쿼터에도 8득점 5리바운드로 ‘라틀리프 다운’ 활약을 이어갔지만 7분을 뛴 김태술은 1득점 0어시스트, 이동엽, 김동욱, 문태영 등이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LG는 조나단 블락에게 마음껏 슛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고 블락은 9득점으로 보답했다. 물론 3점슛을 4개 중 1개만 넣으며 정확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LG는 블락뿐만 아니라 가드 정창영이 9득점 2어시스트로 김태술-이동엽을 압도했다. 김시래도 적시적소에 3점을 넣어줬다.

3쿼터 3점슛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가드진이 부진했던 삼성은 결국 1점차 리드였던 전반종료의 스코어가 61-67로 벌어지고 말았다.

4쿼터는 LG의 승리 굳히기였다. 시작과 동시에 다시 들어온 김종규가 맹활약하더니 중반에는 덩크까지 해내며 잠실실내체육관을 정적에 빠지게 했다. LG는 4쿼터 시작 4분만에 내리 10점을 넣으며 한때 점수차를 14점차까지 벌렸다. 승부에 완전히 쐐기가 박힌 순간이었다.

결국 현주엽 감독은 감독 데뷔 2경기에서 2연승을 이어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삼성은 홈 개막전을 10점차 이상의 대패를 당하며 준우승팀 체면을 구겼다.

▶김태술 2점, 문태영 7점… 라틀리프 30득점 의미 없어지는 기록들

라틀리프는 늘 그랬듯, 아니 평소보다 더 잘했다. 무려 30득점을 넣었고 10개의 리바운드를 해냈다. 현주엽 감독이 경기전 말한 외국인 빅맨의 조건인 ‘15득점 이상 10리바운드’를 뛰어넘는 활약이었고 왜 그가 귀화선수가 되어야하는지를 말해주는 모습이었다.

라틀리프가 상대한 센터는 NBA 출신의 파월. 그럼에도 라틀리프는 도리어 파월을 압도했다. 하지만 라틀리프만 잘한다고 해서 삼성이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료 선수들의 뒷받침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특히 믿었던 스타 선수인 김태술은 고작 2점, 문태영은 7점에 그쳤다. 김태술은 19분간 2득점 0어시스트, 문태영은 승부가 결정난 막판 터진 3점을 포함해도 4점이었다.

이관희는 12득점 4어시스트로 분전해줬지만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LG는 김시래가 3점슛 4개 포함 18득점, 김종규는 13득점, 파월은 18득점 12리바운드, 정창영도 14득점 등 득점포가 골고루 분포됐다.

삼성으로서는 라틀리프 의존증을 벗어야할 동료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함을 보인 패배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정지된 모습 많았다" vs "파월, 김시래 만족"

-삼성 이상민 감독 : “초반에 어렵게 시작한걸 따라잡았는데 3쿼터에서 못 따라잡은게 가장 아쉽다. 조금은 움직임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주문해야겠다. 정지된 모습이 많았다. 움직임 없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쫓아가고 할 때 수훈선수는 이관희였다. 커밍스의 경우 개막전보다는 나아졌다. 조금씩 나아질거라 믿는다. 미들슛이 안 터지는데 감을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금 일깨워야겠다. 다음 경기는 오늘 안 좋았던 것을 꼭 메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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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현주엽 감독 : “‘3쿼터만 버티면 되겠다’ 했는데 선수들이 3쿼터에 더 잘해줬다. 주전 선수들이 잘해줬다. 18득점 12리바운드를 해준 파월인데 기대하기는 매 경기 이정도해줄길 바란다. 개막전 실망했는지 파월 스스로 분발한 듯 하다. 선수들에게 못하는걸 주문하기보다 잘하는걸 더 잘하게 주문한다. 김시래가 몸이 상당히 잘 올라왔다. 재활을 열심히해서 운동한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자기 관리를 잘했다. 30분이상 뛸 수 있는 체력도 됐고 앞으로 김시래에게 많은걸 주문할까 한다.”

▶경기정보

창원 LG 87(25-17 16-25 26-19 20-13)74 서울 삼성

-서울 삼성 : 라틀리프 30득점 10리바운드, 이관희 12득점 4어시스트 5리바운드, 커밍스 12득점 5리바운드

-창원 LG : 파월 18득점 12리바운드, 김시래 18득점 7어시스트 6리바운드, 김종규 13득점 5리바운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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