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운영위원회가 아담 실버 NBA 총재 주도의 발제 안건들에 대해 지난 9월28일(이하 현지시각) 찬성의 표결을 내놓았다. NBA 운영위원회는 30개 팀의 구단주 또는 경영자 1명씩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첫 번째 안건은 NBA 로터리 제도의 변경이다. 여기의 주요 골자는 리그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팀들이 드래프트 최상위 픽을 얻을 확률을 종전보다 줄이는 데에 있다.

이번 NBA 운영위원회 투표는 실버 총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AFPBBNews = News1
두 번째 안건은 부상이 없음에도 선수들을 휴식 차원에서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사례에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전국방송 경기에 관한 규정이다.

이 두 가지 안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NBA의 상품인 경기의 질을 보전하고자 함이다. 경기장 관중으로서든 시청자로서든 보고자 하는 NBA 경기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의도다.

그렇다면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이런 제도 변경의 이유가 나왔을까. 안건별로 과거의 내력을 돌아봤다.

▶노골적인 탱킹 자제

현재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앞날의 성적을 위해 애써 유능한 선수를 코트에 내보내지 않는 현상이 있다. 주로 시즌 말쯤 리그 성적이 굳혀질 때 순위 싸움과 관련 없는 팀들이 쓰는 전략이다. 베테랑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는 취지다. 이를 미래를 위한 비축 전략이라 하여 탱킹(tanking)이라 부른다.

하지만 더러는 아예 시즌 전체를 이와 같은 기조로 움직이는 팀들이 있다. 성적에 신경을 안 쓰기보다는 낮은 성적을 노리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성적이 낮을수록 드래프트의 높은 순위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노골적인 시즌 차원의 탱킹이 본격화된 것이 2013~14시즌부터였다. 2014년 드래프트의 질과 깊이가 높게 전망 받았었고 그런 유망주들을 높은 드래프트 순위로 잡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의 대표적인 사례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다.

2013~14시즌 필라델피아 선수단은 베테랑이 없는 어린 선수들 위주의 구성이었다. 스타 기량을 보인 선수도 없었다. 이를 통해 필라델피아는 19승63패(승률 23.2%)의 리그 29위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2015~16시즌은 10승72패(승률 12.2%)로 NBA 역사에서 3번째로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14시즌 필라델피아는 리그 최하위 성적이 아니긴 했지만 경기 당 점수 차에서 리그 최하위(-10.45)를 기록했다. 접전에 다다른 경기에서 몇 번 승리했을 뿐 대패를 많이 당했다는 뜻이다. NBA 역사에서 경기 당 점수 차가 가장 안 좋았던 순서로 필라델피아는 2013~14시즌에 역대 13번째, 2014~15시즌에 역대 42번째(-8.98), 2015~16시즌에 역대 16번째(-10.23)를 기록했다.

즉 3시즌 동안 내리 일반 시청자나 관중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경기들을 많이 보여줬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2014년 11월13일 댈러스전에서 역대 21번째로 큰 점수차가 나왔던 70-123 대패는 한동안의 세월 동안 NBA에서 나오지 않던 일이었다.

필라델피아의 유망주 조합에는 구단과 팬 양측에게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AFPBBNews = News1
이렇게 의도적으로 팀의 전력을 낮춰서 선수단을 짜는 전략에 어느 정도 저지를 하고자 NBA 사무국이 이번에 변경 제안을 내놓았다. 이번에 NBA 운영위원회가 투표로 통과시킨 변경 사항은 2019년 드래프트부터 적용된다.

가장 큰 변화는 1순위 당첨 확률의 크기다. 우선 최하위 성적 3개 팀이 드래프트 1순위에 당첨될 확률이 똑같아 진다. 종전에는 25.0%, 19.9%, 15.6% 순이었지만 2019년부터는 동일하게 14.0%가 된다. 리그 30위 팀의 드래프트 1순의 당첨 확률이 현격하게 감소된 셈이다.

반대로 리그 성적 18위부터 27위까지 팀들은 종전보다 드래프트 1순위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졌다. 다만 리그 성적 17위 팀은 종전과 동일한 0.5%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로터리 추첨에서 뽑는 순위가 종전 3순위까지에서 4순위까지로 늘었다. 이제 4순위까지 추첨으로 뽑은 후 그 뒤의 드래프트 순위는 성적이 안 좋은 순으로 배정한다. 때문에 최하위 성적 팀이 보장 받을 수 있는 드래프트 순위는 종전 4순위에서 5순위로 내려가게 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큰 변화다.

아래는 로터리 추첨에서 각 성적 순위의 팀들이 드래프트 1순위에 뽑히게 될 확률 변경을 정리한 표다. 리그 최하위 성적부터 순번이 매겨졌다.

▶관심도 높은 경기에 주요 선수들을 앉히지 말라

2012~13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11월29일 마이애미 히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주요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아예 마이애미 행 비행기에 태우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NBA 총재였던 데이비드 스턴은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에게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 벌금 조치를 내렸다.

저 일에는 두 가지 의견이 부딪힌다. 경기 일정에 비판 그리고 휴식 차원으로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 전략에 대한 비판이다.

우선 그 당시 경기는 샌안토니오 입장에서 고된 일정의 마무리 시점이었다. 6연속 동부지구 원정의 마지막이기도 했고 5일 4경기 일정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2일 연속 경기 시리즈를 하루 사이를 두고 배치한 5일 4경기 일정은 비판의 대상에 오르곤 했다.

반대로 당시 경기는 목요일 TNT 방송사를 통해 미 전역에 중계되는 경기였다. 마침 당시 강팀들의 맞대결로 주목도가 높기도 했다. 그리고 설령 중요도가 높지 않은 경기라도 그 경기를 보기 위해 시간 및 금전 비용을 감수한 관중을 위해서라도 휴식 차원의 결장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 역시 높다.

일단 NBA사무국은 이후 5일 4경기 일정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4~15시즌부터 줄기 시작해 이번 2017~18시즌에는 아예 모든 팀이 5일 4경기 일정을 치르지 않게 된다. 또한 2일 연속 경기 일정도 줄게 된다. 2016~17시즌 리그 30팀이 2일 연속 경기, 즉 0일 휴식 후 경기 일정을 평균 16.3회 가졌다. 이에 비해 2017~18시즌에는 평균 14.4회를 가진다.

2일 연속 경기 일정의 감소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던 중이다. 10년 전 2006~07시즌, 20년 전 1996,97시즌에는 각각 평균 20.3, 20.1회의 0일 휴식 후 경기가 배정됐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팀은 1일 휴식 후 경기보다 0일 휴식 후 경기의 승률이 낮다. 즉 2일 연속 경기의 감소는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안이 된다.

결국 NBA 사무국은 휴식 차원의 결장을 없애기 위해 그 원인을 수정하는 노력을 보였다. 이로써 전국 방송 경기 때 선수 휴식을 택하는 팀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정당성을 획득했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길 시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결론은 NBA 팬들에 대한 예우

NBA 30팀 모두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뛰어난 선수의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건이 안 되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인 전력 약화는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또한 기대하던 경기에 스타 선수가 별 사유 없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간판 매치라 여겨지는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해당 팀에 애정이 큰 팬이 아니고서는 흥미를 갖기 어렵기도 하다.

이에 각 팀의 수뇌부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찬성 28표, 반대 1표, 기권1표의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와 같은 안건이 통과돼 제도가 수정된다 하더라도 가시적으로 경기들의 질이 높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경기가 나올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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