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NBA 오프시즌의 가장 흥미 있는 주제들 중 하나였던 ‘멜로 드라마’는 다소 뜻밖의 결론이 나왔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에네스 칸터(25)와 덕 맥더밋(25) 그리고 2018년 시카고 불스의 2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뉴욕 닉스로 보내면서 카멜로 앤써니(33)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던 앤써니는 한동안 휴스턴 로켓츠 외의 팀에는 이적하길 꺼려했지만 최근 선택지를 넓히며 오클라호마시티라는 행선지가 나왔다. 무엇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앤써니를 얻기 위해 내준 반대급부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칸터와 맥더밋은 아직 한창 때의 정규 활동 인원이지만 공수 활용 측면에서 결정적인 선수들은 아니었다.

앤써니를 괴롭혔던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수들이 이제 큰 우군이 됐다. ⓒAFPBBNews = News1
2008~09시즌부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라는 새 이름으로 시작한 이후로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이와 같은 큰 이름값의 영입은 없었다. 그동안 성장한 스타가 나간 경우는 있지만 올스타 경력의 선수가 들어오는 도시는 아니었다.

또한 오클라호마시티 한 팀의 차원을 넘어 각자 한 팀의 에이스들이었던 3명이 합류하는 일도 리그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이미 오클라호마시티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라는 대형 스타들의 결합을 이뤄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뤄진 웨스트브룩-조지-앤써니 조합은 어떤 양상을 만들어낼까. 그동안의 경력을 참고로 분석해봤다.

▶큰 지분을 가졌던 선수들끼리의 만남

2016~17시즌 평균 31.6득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던 웨스트브룩은 물론이고 조지(23.7득점)와 앤써니(22.4득점)도 각자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뉴욕의 득점 선두였다. 당연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 가담 지분을 가졌던 선수들이며 리그 전체에서 놓고 봐도 공격 마무리 가담 비율이 다들 높은 편이다.

이런 선수들이 합쳐질 경우 득점 활약에서의 서열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코트 위에 볼은 하나기 때문에 3명 각자의 기록은 자연스레 전보다 떨어지는 것이 수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경우엔 포인트 가드 웨스트브룩에게 슈퍼스타와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케빈 듀란트(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오클라호마시티 소속이었던 시절, 듀란트는 총 4시즌에 걸쳐 리그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공격 지분이 컸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4~15시즌을 제외하면 시즌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득점 선두였다. 이런 듀란트 옆에 있었어도 웨스트브룩의 공격 가담은 대단했다. 경기 당 야투 및 자유투 시도에서 2012~13시즌과 2015~16시즌은 두 선수가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이런 구도에서 웨스트브룩-듀란트 조합은 각자의 건강에 이상이 없을 경우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 두 명이 동시에 건강했고 동시에 정점에 올라 있던 2012~13시즌과 2015~16시즌에 양 선수가 코트 위에 함께 한 동안의 코트 위 마진은 팀의 전체 평균 마진보다 제법 높았다.

반대로 조지와 앤써니는 자신 외에 이번만큼 큰 스타 동료 옆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앤써니의 경우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와 뉴욕에서 같이 한 적이 있지만 스타더마이어가 부상으로 인해 한풀 꺾여 있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볼을 가장 많이 만지기도 하고 가장 오래 갖고 있기도 한 포인트 가드 웨스트브룩에게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웨스트브룩과 조지는 앤써니와 국가대표 팀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AFPBBNews = News1
▶앤써니의 나이

앤써니를 영입하기 위해 오클라호마시티가 내준 반대급부를 통해 앤써니의 현재 가치가 제법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가 나이일 것이다. 현재 33세면 같은 1984년생 중 르브론 제임스처럼 여전히 리그에 지배력을 발휘하는 선수도 있지만 저물어간 선수들이 훨씬 많다. 그간의 역사 동안 이 나이 무렵 선수들의 전례를 봐도 어두운 편이다.

앤써니의 경우 나이가 나타난 징후는 득점 외의 활동이다. 평균 5,9리바운드 2.9어시스트 0.8스틸 0.5블록은 각각 앤써니의 커리어 중 최하이거나 최하에 가깝다.

대신 득점은 30대 나이 이후로 20대 때보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3시즌 연속 비슷한 양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자유투 시도가 줄고 있다는 점은 역시 나이의 징후다.

또한 30대 무렵 이후로 미드레인지에서 슛하는 비중이 늘었다. 2012~13시즌까지는 야투 시도 중 제한 구역에서 약 30%, 미드레인지에서 약 40%를 차지했었다. 이에 비해 2013~14시즌 이후로는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거의 50%가량 차지하고 있다. 미드레인지 구역에서의 정확도가 최근 시즌들에 가장 좋긴 하지만 더 좋은 공격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긴 했다.

▶앤써니의 활용

앤써니는 한창 젊은 정점의 시기에도 득점 외의 활약에는 크게 기대 받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수비는 결정적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앤써니의 약점을 메우는 방법은 파워 포워드에서의 기용이다.

윙 포지션에 있을 때 민첩성과 빠르기에서 큰 불리함을 가진 반면 체격에서는 불리함에 빠지는 경우가 크게 없다. 때문에 수비 진영에서는 상대 파워 포워드를 주담당하는 편성이면 약점을 제법 가릴 수 있다. 또한 오클라호마시티에는 윙 포지션에 조지와 함께 수비 범위가 넓은 안드레 로버슨이 있어 앤써니가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미 앤써니는 2012~13, 2013~14시즌에 걸쳐 스몰 포워드보다 파워 포워드로 훨씬 많은 시간을 쓴 경험이 있으며 결과가 나쁘지 않다. 마침 2012~13시즌은 뉴욕이 54승28패(승률 65.9%)를 거두며 21세기 중 자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때다.

반면 공격 진영에서는 스몰 포워드로서의 활동을 주로 가져도 되지만 픽앤롤 상황을 많이 이용할 필요가 있다. 웨스트브룩이 픽앤롤에 있어 큰 활용폭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에 있던 듀란트와 서지 이바카와도 픽앤롤을 연계 플레이로 많이 사용했다.

▶외곽 슈터로서 조지와 앤써니

오클라호마시티는 3점 정확도에서 전 시즌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3점슛 활용이 부쩍 커진 최근 리그 경향에서 반갑지 않은 신호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조지의 가세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커리어 전체 37.0%의 3점 성공률에 전 시즌 39.3%를 기록했다.

여기에 앤써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커리어 전체 34.6% 성공률을 기록했고 전 시즌은 35.9%였다. 대신 득점의 짐을 나눠가질 동료들이 늘은 만큼 좋은 기회를 가려 던질 필요가 있다. 그간 패스 받은 직후 던질 때와 홀로 드리블 치다 던질 때의 3점 성공률에 제법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 시즌은 각각 41.8%와 25.5%의 현격한 차이가 났다.

중요할 때 앤써니의 점프슛이 해결사 역할을 해줄지가 큰 관전사항이다. ⓒAFPBBNews = News1
▶승부사로서의 활용

2016~17시즌 경기들 중 종료 10초 안에 접어든 상황에서 팀이 3점차 이내로 뒤지거나 비긴 상태일 경우 가장 많은 야투를 성공시킨 선수 2명이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에 있게 됐다.

우선 위의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이 18번 시도해 7개 야투를 성공시켰다. 그 다음 앤써니가 13번 시도해 5개 성공시켰다. 조지는 인디애나가 이런 상황에 당면한 적이 적어서 4번 시도에 단 1개 성공에 그쳤다.

성공률 측면에서는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대신 이런 해결사 역할에 있어 적극성은 높은 선수들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종료 5분 이내를 남겨 놓고 승부가 5점차 이내로 좁혀졌을 때로 범위를 넓히면 세 명 모두 높은 참여 수준을 보였다. 이 상황에서 야투 성공 개수로 웨스트브룩이 1위(82회), 조지가 7위(50회), 앤써니가 15위(39회)였다.

승부처에서 누가 나설지는 꽤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가 막판 접전 승부처를 많이 겪게 된다면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명운이 크게 걸린 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 팀 입장에서나 스타 3인방 각자 개인 입장에서나 이번 2017~18시즌은 큰 명운이 걸려 있다. 웨스트브룩, 조지, 앤써니 모두 이번 시즌까지만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후엔 플레이어 옵션 또는 조기 종결 옵션 등으로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지구 강호에 오르는 기회를 맞이했다. 크리스 폴의 영입을 통해 상승을 기도한 휴스턴 로켓츠와 함께 이번 시즌 가장 흥미 있는 구도의 주인공이 됐다. 전 시즌 웨스트브룩의 MVP 활약에도 미지근했던 공격력을 이번 시즌 끌어올린다면 유력한 우승후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도전장을 낼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오클라호마시티가 완전한 재건의 길로 들어서는 시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웨스트브룩의 거취가 가장 중요한 단서로 이번 시즌은 오클라호마시티와 웨스트브룩에게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와 앤써니에게도 중요한 시기다. 이들이 옮겼으면 하는 희망 행선지를 놓고 봤을 때 더 좋은 팀에서 뛰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신들이 얼마나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증명할 때다. 다만 드높은 서부지구의 경쟁률을 놓고 봤을 때 쉽지만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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