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이하 한국시각) NBA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킨 소식이 나왔다. 카이리 어빙(25·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을 넣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을 시작으로 퍼진 이 뉴스는 숱한 트레이드 가능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머리가 복잡한 쪽은 클리블랜드다. 일단 트레이드 주도권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설령 이 소식이 감춰져 있었더라도 어빙은 클리블랜드에게 큰 존재였다.

어빙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소식으로 리그가 떠들썩하게 됐다. ⓒAFPBBNews = News1
2011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입단한 어빙은 현재 팀 내에서 르브론 제임스(33) 다음으로 성적 기여도가 높다. 따라서 클리블랜드가 최근 시즌들의 성적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기량을 보여줄 선수를 들여와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빙은 그동안 클리블랜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몇 가지 숫자들을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득점에 특화된 경기 운영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안에서 평균 득점으로 1위 제임스(26.4득점) 다음이 어빙(25.2득점)이었다. 그리고 평균 25.2득점은 어빙의 커리어 중 가장 높다.

포인트 가드 어빙에 대해 가장 먼저 연상되는 플레이 모습은 무엇보다 슈팅이다. 볼을 다루고 있을 때 가장 우선으로 도모하는 것이 득점이기 때문이다.

야투 및 자유투 시도 또는 턴오버를 통해 한 선수가 팀의 공격 기회 중 소비한 비중을 계산한 값을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라고 한다. NBA닷컴에 따르면 전 시즌 어빙은 USG% 리그 14위(30.2%)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제임스가 15위(29.7%)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제임스 없이 어빙만 코트에 있을 경우엔 이 USG%가 41.7%까지 뛰어오른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은 전 시즌 러셀 웨스트브룩의 40.8%보다도 높다.

반면 동료의 공격 기회 창출 역할에 있어선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평균 어시스트에서 제임스(8.7개)가 어빙(5.8개)보다 훌쩍 많았듯 클리블랜드의 공격 조립은 제임스가 우선이라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만약 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어빙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 역시 경기 조립보다는 득점에 초점을 맞추는 성향이 유리하다. 하지만 제임스가 쉴 때 어빙의 경기 조립 역할이 컸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주도적 경기 조립 능력은 갖춰야 한다. 지난 시즌 중 제임스는 팀에 플레이메이커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인터뷰로 토로한 바 있다.

어빙은 제임스와 함께 뛸 때 동료의 야투 성공 중 24.6%만큼 어시스트 해준 반면 제임스가 쉴 때는 45.3%만큼 어시스트해줬다.

▶수비에서는 적자

수비가 약하다는 평판대로 어빙의 수비 진영 기여도는 좋지 않다. ESPN이 공개하는 리얼 플러스-마이너스(이하 RPM)의 수비 부문에서 전 시즌 어빙은 포인트 가드 82명 중 71위에 그쳤다. 어빙이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하면 수비 진영에서 어빙은 리그 평균의 선수보다 100포제션 당 -2.3점만큼 손해를 낸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트레이드를 한다면 이 수비에서 어빙이 손해를 냈던 숫자를 메울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비력에 치중해 고려할 수는 없다. 포인트 가드가 수비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코트 위 다섯 포지션 중 가장 작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NBA 파이널처럼 또 다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재대결을 생각에 둔다면 스테픈 커리를 홀로 온전히 수비할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딱히 없기도 하다. 결국 누가 대신 오든 원래 자신들이 해왔던 대로 더블팀 위주로 수비할 가능성이 높다.

어빙의 부재는 클리블랜드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할 강력한 무기를 잃는다는 뜻이다. ⓒAFPBBNews = News1
▶큰 경기에서의 기여도

클리블랜드가 가장 메우기 힘든 어빙의 존재가 이 부분이다. 현재까지 어빙의 커리어 중 가장 명장면은 2015~16시즌 파이널 7차전에서 마지막 동점 상황을 깬 3점슛이었다. 다른 동료가 기회를 만들어준 것도 아닌 어빙 홀로 커리와 대치하다 던진 상황이었다. 그 상황 외에도 당시 파이널 시리즈에서 1승3패로 밀리던 클리블랜드가 역전을 이룬 큰 이유가 어빙의 활약이었다.

2016~17시즌 파이널에서도 시리즈는 패했지만 어빙의 존재는 컸다. 제임스와 함께 골든스테이트의 수비가 난관을 겪은 것이 어빙의 득점 경로였다. 평소 득점 기량이 높더라도 팀의 명운이 크게 달린 경기에서 빛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서 어빙은 특별한 면이 있다.

▶클리블랜드의 여전한 중심축은 제임스

트레이드 요구에 대해 어빙은 더 큰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더 큰 중심축이 되고자 했다. 사실 클리블랜드의 선수단은 제임스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춘 경향이 높다. 때문에 공격의 시작과 끝이 제임스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어빙 본인도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클리블랜드에서는 믿음직한 중심축이 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는 제임스가 결장한 8경기에서 전패했다. 이 중 3경기는 어빙이 출전했었다.

또한 시즌 전체로 봐도 제임스는 코트에 없고 어빙은 코트 위에 있을 때 클리블랜드는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어빙과 제임스가 동시에 코트 위에 있던 1954분 동안 클리블랜드는 7.8점차(이하 36분 당 기준)로 상대방을 앞섰다. 반면 제임스는 코트에 없고 어빙만 코트 위에 있던 570분 동안 클리블랜드는 -5.7점차의 적자를 냈다.

대신 어빙은 코트에 없고 제임스만 있던 840분 동안 클리블랜드는 2.6점차로 상대방을 앞섰다. 이번 트레이드 요청에는 어빙이 현재 누리고 있는 높은 팀 성적을 포기한다는 각오도 있겠지만 어빙 본인에게 다가올 난관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다.

그래도 결국 클리블랜드 입장에서 어빙은 놓치기 아까운 존재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에 성장 중의 스타다. 전성기 나이가 아직 먼 시점에서 현재보다 더 큰 위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다음 시즌을 맞이한다 해도 선수단 안에 생긴 감정의 골이 메워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향후 클리블랜드에게는 매우 큰 명운이 걸린 고심의 시간이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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