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판단 실수였을까. 루디 게이(31)의 자유 계약 시장 진출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게이는 선수 옵션을 선택하면 그대로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계약이 유지되고 1420만 달러(약 160억원)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월말 왼발 아킬레스 건 파열을 당했던 게이였기에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게이는 선수 옵션을 실행하지 않고 자유 계약 시장에 나왔다.

아킬레스 부상을 털고 게이가 재기할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결국 게이는 다음 시즌 원래 받을 수 있던 금액의 반가량에 그치는 840만 달러(약 94억원)로 샌안토니오와 계약을 했다. 그리고 2018~19시즌에는 선수 옵션이 붙은 880만 달러(약 99억원)가량이 약속됐다.

이에 대한 의문에 게이는 승리와 우승을 대답으로 내놓았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스포츠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게이는“이제는 이길 때가 됐다”라며 샌안토니오가 이 바람을 이룰 수 있는 완벽한 팀이라 말했다.

그리고 샌안토니오에서의 버킷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게이는 우승을 답했다. 그렇다면 우승이란 목표를 놓고 샌안토니오와 게이는 서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현재까지의 실적을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치명적 부상 후의 게이

아킬레스 건 파열은 농구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다. 복귀까지의 재활 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복귀 후의 기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012~13시즌 막바지에 아킬레스 건 파열을 당했던 브라이언트는 이후 상당한 고전을 겪으며 경력 황혼기를 보냈다. 또한 현역 선수 중 게이와 같은 나이의 웨슬리 매튜스(31·댈러스 매버릭스)도 동일한 부상 내력이 있다. 매튜스는 2014~15시즌 3월에 부상을 당했고 이후 최근 2시즌 동안 전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

그래도 희망적인 사례는 있다. 과거의 대스타 도미닉 윌킨스는 1992년 현재 게이보다 많은 나이의 32세에 아킬레스 부위를 다친 적이 있다. 부상당한 달도 게이와 동일한 1월이었던 윌킨스는 차기 시즌 개막에 맞춰 복귀를 했고 기록 면에서 전에 못지않은 위력을 남겼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윌킨스 같이 1990년대 아킬레스 부상 후 성공적인 복귀를 이룬 선수들은 몇 있었어도 최근 시즌들에서 같은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복귀 사례는 비교적 좋지 못하다.

▶독자적 득점 성향이 강한 게이

ESPN과의 인터뷰에서 게이는 부상 후 재활 과정에 대해 자신감 있게 좋다고 전했다. 만약 게이의 말대로 제법 온전하게 복귀를 한다면 샌안토니오에 도움이 되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선 득점 성향에 있어선 회의적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곧잘 슈팅을 시도하는 하는 경향 때문이다. 수비수와 대치하다 드리블 후 던지는 슈팅을 자주 구사하는데 특히 전 시즌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드리블 직후의 미드레인지 구역 야투율이 32.4%에 그쳤다.

샌안토니오는 유독 미드레인지 구역 활용도가 높은 팀이다. 전 시즌 경기 당 미드레인지 구역 야투시도가 리그에서 2번째(24.7회)로 많았다. 팀의 주득점원들인 카와이 레너드, 라마커스 알드리지, 토니 파커가 모두 미드레인지를 선호하는 이유가 크다. 여기에다 게이까지 효율성 높지 않은 슈팅으로 가세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게이가 받아 던지는 3점슛에서 능력이 있다는 점은 보완 사항이 될 수 있다. 또한 부상 복귀 후 완연한 회복세를 위해서도 3점 지원 역할이 더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적에서 동료가 된 레너드와 게이 조합은 새로운 국면을 제공할 수도 잇다. ⓒAFPBBNews = News1
▶수비에서의 해법 제공 가능성

게이는 주 포지션이 스몰 포워드지만 파워 포워드도 무리 없이 소화 가능한 203cm 신장을 갖췄다. 이를 통해 샌안토니오는 포워드 두 명의 자리에 레너드와 게이를 동시 출격시키는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

최근 리그는 픽앤롤을 완연히 주요 작전 경로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발생한 스위치를 통해 가드나 윙 포지션의 외곽 공격을 선호한다. 그래서 결국 최근 NBA 수비에서 중요한 관건은 스위치 당한 빅맨이 얼마나 외곽 수비를 해줄 수 있느냐다. 이런 점에서 샌안토니오는 알드리지를 파워 포워드로 기용했을 때 이따금씩 곤경을 당하곤 했다.

이럴 때 만약 게이가 부상에서 회복하여 온전한 기동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대응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 특히 게이의 수비 리바운드 가담은 포워드로서 좋은 편이기 때문에 유용한 결과를 볼 수 있다.

▶미지수가 많은 샌안토니오

게이에게 미지수가 많은 만큼 샌안토니오 팀에도 현재 미지수가 많다. 우선 가드진이 다가오는 시즌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16시즌 동안 주전 포인트 가드를 맡았던 파커가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빠지게 됐다. 이로 말미암아 패티 밀스 외에는 어리고 경험 적은 가드들이 볼을 다뤄야 한다. 40세의 마누 지노빌리는 은퇴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빅맨진에도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전에 소속됐던 파우 가솔과 데이비드 리는 자유 계약 신분으로 아직 어디와도 사인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진검 승부를 벌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서부지구 결승 1차전에서 샌안토니오는 골든스테이트에 앞서 있었지만 3쿼터에 레너드가 부상을 당한 후 순식간에 역전 당했다. 그리고 이후 경기들 모두 레너드의 공백 속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현재까지 샌안토니오의 가시적인 전력 보강은 게이 외에 없다. 따라서 다음 시즌 샌안토니오의 성적은 앞서 언급한 여러 미지수들이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가 관건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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