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별들의 축제’ 2017 KBO 올스타전에 나설 총 48명의 명단이 지난 7월5일 모두 발표됐다.

드림과 나눔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올스타전은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합산해 선정된 팀별 ‘베스트 12’를 비롯해 감독 추천 선수 12명씩이 각각 선정됐다.

올스타전은 오는 14,15일 이틀 동안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되며 올스타 콘서트, 홈런 레이스, 퍼펙트 히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야구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치열한 경합을 뚫고 올스타 무대를 처음 밟는 영광을 누린 선수는 총 15명. 새로운 별들이 쏟아진 가운데 원종현(NC), 김상수(넥센)는 2006년 데뷔 이후 무려 11년 만에 처음 올스타 초대장을 받는 감격을 누렸다.

반면 첫 출전은 아니지만 배영수(한화), 조동찬(삼성)은 각각 9년, 7년 만에 모처럼 축제에 합류해 의미를 더했다. 팬 투표 1위에 오른 최형우(KIA)와 선수단 최다 득표율 1위 이대호(롯데)의 자존심 대결 역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선수는 바로 이승엽(삼성)과 이정후(넥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둘 사이에 특별한 연결고리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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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소와 최고령

먼저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매듭에 두 선수가 함께 묶여 있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기염을 토했고, 이승엽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만큼 이번 올스타전이 프로 유니폼을 입고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축제다. 말 그대로 뜨는 별과 지는 별의 만남이다.

이정후는 올해 신인 중 유일하게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것을 넘어 2009년 안치홍(KIA)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고졸 신인 베스트에 선정됐다.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이정후의 나이는 18세10개월7일. 사상 최연소 베스트 출전이다.

반대로 이승엽은 개인통산 11번째 올스타 무대를 40세10개월27일의 나이에 밟게 된다. 종전 김용수(2000년, 당시 40세 2개월 21일)를 넘어 최고령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첫 올스타는 이정후보다 늦은 데뷔 3년 차(1997년)에 처음 경험했지만 불혹을 넘어서까지 실력과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첫 올스타전에 출전해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있는 감회 역시 남다르다.

▶이종범과 20년 전 올스타전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의 말이다. 이들이 KBO리그 역사에 얼마나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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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이종범은 이승엽과 이정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다.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종범과 이승엽은 야구 스타일이 전혀 달라 라이벌로 엮일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둘은 2년 간격으로 프로에 차례로 입단했고, 일본 프로야구 진출 및 복귀 시기가 다소 엇갈렸음에도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시대의 지배자로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정후가 세상의 빛을 보기 1년 전인 1997년에는 두 선수가 나란히 홈런 1, 2위(이승엽 32개, 이종범 30개)에 오르며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그 해 올스타전에서는 동·서군으로 갈라져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당시 3회 투런 홈런을 기록한 이종범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지만 이승엽도 7회 리드를 가져오는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 MVP를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유지현이 9회 재역전 결승타를 때려내 이종범, 이승엽 모두 빈 손으로 축제를 마쳐야 했다. 이후 이종범은 2003년 올스타전 MVP를 한 차례 수상했지만 이승엽은 지난 시즌까지 올스타전 MVP와는 줄곧 인연이 없었다.

어쨌든 이승엽이 2003시즌을 마친 뒤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두 전설적 스타의 올스타전 동반 출전은 1997, 2002, 2003년까지 단 3차례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정후의 등장으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20년 전 올스타전에 대한 추억까지 되살릴 수 있게 됐다.

1997년 첫 올스타에 선정됐던 이승엽. 스포츠코리아 제공
▶화끈했던 정규시즌 맞대결

이정후와 이승엽은 올시즌을 앞두고 신인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이정후는 일일 강사로 초청된 이승엽에게 한국과 일본 야구 리그의 차이점을 묻는 등 적극성을 드러냈다. 이승엽도 이정후 뿐 아니라 프로에 첫 발을 들인 수많은 루키들 앞에서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두 선수가 올스타전을 함께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미 신인왕을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고, 이승엽 역시 전성기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두 선수는 그동안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서로를 의식하듯 평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정후는 삼성과의 6경기에서 타율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드러냈고, 이승엽도 넥센전에는 홈런 1개와 2루타 3개를 포함해 타율 3할6푼8리(19타수 7안타) 5타점 4득점으로 장타력을 과시했다.

올스타전의 특성상 정규시즌과 같이 사활을 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드림과 나눔팀의 승패 여부를 떠나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만큼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이승엽을 삼촌처럼 여겼던 꼬마가 최고의 별들만 모이는 무대에서 어느덧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스타 경험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생애 첫 올스타전 MVP를 놓고 다툰다는 점만큼은 동일한 조건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 동반 출전하게 된 이정후와 이승엽이 벌써부터 별들의 축제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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