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각)에 펼쳐진 NBA 어워즈를 끝으로 2016~17시즌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됐다. 하지만 NBA의 여름은 여전히 뜨겁다. 여러 선수들의 트레이드, 재계약, 자유계약이적, 제한적 FA 등에 대한 각 구단들과 선수들의 두뇌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주전 포인트가드인 즈루 홀리데이와 5년 1억2500만 달러(약 1449억 원)에 재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4일 현재 5년 2억100만 달러에 골든스테이트와 재계약한 스테픈 커리, 5년 1억7200만 달러에 LA 클리퍼스와 재계약한 블레이크 그리핀의 계약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번 여름 재계약으로 잭팟을 터트린 즈루 홀리데이. ⓒAFPBBNews = News1
홀리데이는 이번 계약으로 연 평균 2520만 달러를 5년간 보장받게 됐다. 이로 인해 뉴올리언스의 최고 연봉자는 앤써니 데이비스, 드마커스 커즌스가 아닌 홀리데이가 됐다. 뉴올리언스 팬들 입장에서는 팀의 주축 선수가 잔류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리그 탑 포인트가드라고는 보기 힘든 홀리데이를 이같은 금액에 잡았다는 것에 상당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건강 문제에서의 물음표

필라델피아 소속이던 2012~13시즌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한 홀리데이지만 뉴올리언스로 소속을 옮긴 2013~14시즌 이후엔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다리, 발가락 등의 부위에 부상이 잦았던 그는 2013~14시즌 34경기, 2014~15시즌 40경기, 2015~16시즌 65경기 출장에 그쳤고, 올시즌 역시 67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올시즌은 아내인 로렌 홀리데이의 뇌종양으로 인해 팀을 이탈했고, 실질적으로 부상에 의한 장기 결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건강 문제에서 물음표를 남긴 선수에게 9900만 달러로 책정된 내년 샐러리캡의 25%가 조금 넘는 금액을 안긴다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는 의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부상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다친 부위에 부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급에 미치지 못하는 1차 기록

이번 여름 모든 FA 계약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4일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2017~18시즌 연봉이 홀리데이의 2520만 달러보다 높은 포인트가드는 총 6명(마이크 콘리, 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 카일 라우리, 데미언 릴라드, 스테픈 커리) 뿐이다.

크리스 폴은 옵트인을 택하며 위의 명단에서 제외됐다. ⓒAFPBBNews = News1
이들 중 콘리, 릴라드를 제외한 4명은 2016~17시즌 올스타에 선정됐고, 경기당 평균 20득점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홀리데이는 어땠을까. 다음 시즌 슈팅 가드로 활약할 하든을 제외한 나머지 5명과 홀리데이의 올시즌 성적은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할러데이는 가장 적은 출전 시간을 책임진 선수였고, 득점 역시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물론 커즌스, 데이비스와 함께 뛴 것 때문에 득점이 적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커즌스는 올스타 휴식기 직후 합류한 선수다. 그나마 어시스트와 어시스트 대비 턴오버가 많지 않다는 것이 홀리데이의 안정적인 리딩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이들 중 소속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지 못한 선수는 즈루 홀리데이 한 명뿐이다. 또한 홀리데이는 경기 종료 5분 이내, 5점 이내의 득점 차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약한 선수였다. 이 역시 아래의 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홀리데이는 클러치 상황 때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는 역할마저도 온전히 해내지 못했다. 물론 클러치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홀리데이가 이러한 상황에서 시도한 평균 슈팅은 데이비스보다 많았고, 시즌 중간 합류한 커즌스가 이적 후 해당 상황에서 평균 1.0개의 슛 시도만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클러치 상황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2차 기록에서는 더욱 아쉬운 선수

1차 스탯만을 나열해 놓은 표만으로는 선수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이에 2차 스탯 중 선수 효율성 지수를 나타내는 PER, 누적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WS, 대체 선수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VORP의 3개 항목도 비교해봤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MVP 웨스트브룩의 놀라운 기록은 뒤로 하더라도 홀리데이와 나머지 선수들 간의 차이는 꽤 크다. 득점, 어시스트, 턴오버를 비교했던 위의 표에 비해 홀리데이와 다른 선수들이 보여주는 ‘급’의 차이가 훨씬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콘리와 릴라드가 올스타에 탈락된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올스타급의 PER을 보여줬고, 5명 모두 WS와 PER에서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홀리데이의 PER은 조엘 엠비드의 이번 시즌 출장시간인 786분 이상을 뛴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78위였다. 포인트가드 포지션 선수 중에서도 18위에 그쳤다. 17위는 엘프리드 페이튼, 19위가 데릭 로즈였다. 그나마 엠비드보다 10분 가량을 덜 뛴 JJ 바레아마저 포함시킨다면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갈 정도다.

3.8의 WS는 리그 117위, 포지션 21위였는데 포인트가드로 분류하기 조금 애매한 세스 커리를 제외해도 20위였다. 그나마 전체 52위, 포지션 15위였던 VORP가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인 2차 스탯이다. 포인트가드 풍년인 현재 리그에서 홀리데이는 기록을 깊게 들여다볼수록 리그 중간급 포인트가드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올리언스의 구단 수뇌부는 홀리데이에게 전체 샐러리의 25% 가까이를 주며 팀의 핵심으로 선택했다. 물론 앞서 홀리데이보다 높은 연봉을 받게 될 선수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던 콘리의 경우처럼 대형 계약 후 커리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리의 경우 이미 과거에도 9.9의 WS와 4.3의 PER을 기록하며 올 NBA 디펜시브팀에 선정된 2012~13시즌에도 2차 스탯에서 2016~17시즌과 비슷한 기록을 보여준 적이 있다. 반면 홀리데이의 경우 커리어 최고치가 PER은 19.7, WS는 5.7, VORP는 2.5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기록으로 볼 때 홀리데이의 계약 규모는 이해하기 힘든 액수다. 과연 뉴올리언스 수뇌부와 젠트리 감독은 그를 어떻게 활용해 투자 대비 효율을 챙길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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