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 일정 중 가장 흥미진진해야 할 시간이 다소 무료하게 지나고 있다. 26일(이하 한국시각) 동부지구 결승 5차전과 6월2일 시작하는 파이널 1차전 사이에 6일 동안 경기 일정 없이 보내야 한다.

이러한 휴지기는 지금껏 NBA 팬들이 겪어온 플레이오프 구도와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현재의 휴지기 전까지도 NBA 플레이오프는 흥미 면에서 썩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너무나 일방적인 시리즈 승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 시즌을 흥미롭게 채웠던 흐름과도 대비되기에 현재의 무료함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몇 십 년 만에 나온 대기록들과 함께 각 지구의 순위 판도가 생각보다 흥미롭게 흘러간 시즌이었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의 기록 격돌이 플레이오프의 재미로 이어지진 못했다. ⓒAFPBBNews = News1
▶대기록의 향연이었던 시즌

1961~62시즌 오스카 로버트슨의 평균 30.8득점 11.4어시스트 12.5리바운드에 이어 NBA 역사상 2번째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이 55년 만에 나왔다. 현대 농구에서는 더욱 불가능하게만 여겨졌지만 러셀 웨스트브룩(29·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 31.6득점 10.4어시스트 10.7리바운드를 통해 달성했다.

여기에 제임스 하든(28·휴스턴 로켓츠)의 29.1득점 11.2어시스트 8.1리바운드도 경이로움을 더했다. 1972~73시즌 타이니 아치볼드의 평균 34.0득점 11.4어시스트 이후로 평균 29득점 10어시스트 이상은 웨스트브룩과 함께 44년 만의 일이다.

평균 26.4득점 8.7어시스트 8.6리바운드를 기록한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팔팔했던 20대 나이에도 하지 못한 기록을 달성했다. 앞의 2명과 함께 평균 26득점 8어시스트 8리바운드를 1988~89시즌 마이클 조던(32.5득점 8.0어시스트 8.0리바운드) 뒤로 28년 만에 넘긴 선수가 됐다.

시즌 평균 득점 리그 3위(28.9득점)였던 아이제이아 토마스(28·보스턴 셀틱스)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180cm 이하 신장의 NBA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시즌 득점이다.

▶안심할 수 없었던 정상권 구도의 시즌

전 시즌 73승 대업을 이뤘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작년 여름 케빈 듀란트(29)까지 가세하면서 NBA 균형이 크게 무너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동부지구의 왕으로 군림해오던 디펜딩 챔피언 클리블랜드도 시즌 중반까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3월에 골든스테이트가 케빈 듀란트의 부상 공백 동안 2연패와 3연패를 당하며 주춤하는 모습이 나왔다. 물론 그 뒤로 완연한 안정세를 회복하긴 했지만 잠깐 동안 리그 1위를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뺏기기도 하는 등 불안한 시기가 있었다.

클리블랜드는 심각할 정도의 수비 불안을 보여주며 1월,3월,4월 세 달에 걸쳐 각각 5할 아래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 탓에 지구 1위를 보스턴에 뺏기는 결과가 나왔다. 시즌 말에는 클리블랜드의 플레이오프 동부지구 제패에 대해 제법 의문부호가 크게 붙기도 했다.

▶두 팀의 탄탄대로 파이널 행

시즌 때는 한 차례 이상의 고비를 겪었던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지만 플레이오프는 거침이 없다. 현재까지 골든스테이트는 12승무패, 클리블랜드는 12승1패를 남겼다. 골든스테이트는 현재의 PO 대진 제도에서 역대 첫 번째 100% 승률로 파이널에 직행했다. 2000~01시즌 LA 레이커스도 100% 승률로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당시에는 1라운드가 5전3선승제라서 11승0패였다.

이렇게 양 팀이 동시에 별 고비 없이 파이널에 진출한 구도는 상당히 오랜 만의 일이다. 적어도 한쪽 지구 팀은 격전의 시리즈를 치른 그림이 줄곧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지구 8개 팀이 모두 참여하기 시작한 때가 1983~84시즌부터다. 그리고 그 시기부터 전 시즌까지 파이널에 진출한 두 팀 중 적어도 한 팀은 한 라운드에서 2패 이상을 겪었다.

파이널 진출 두 팀 모두가 전 라운드들에서 1패 이하의 시리즈를 거쳤던 마지막 사례는 1979~80시즌의 레이커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다. 하지만 결국 저 두 팀도 파이널에 진출하기까지 각각 8승2패와 10승2패를 남겼다.

올시즌 NBA 플레이오프의 흥행은 이제 오롯이 파이널 두 팀의 대결에 달려있다. ⓒAFPBBNews = News1
▶전력 차이에 더한 몇 가지 변수들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가 고비 없이 각 지구를 제패한 것은 탄탄한 전력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 흠잡기 힘든 완벽한 공수 조화를 선보였다.

골든스테이트는 경기 당 16.3점차, 클리블랜드는 13.6점차로 각각 상대방을 따돌렸다. 이 두 팀 외에 올시즌 PO에서 가장 높은 경기 당 점수 마진은 휴스턴 로켓츠의 1.2점차다. 이 사실만 봐도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공수 양 진영 지배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플레이오프 대결 구도를 기대한 쪽에서는 아쉬워할 구석들이 분명 있었다. 무엇보다 부상이 컸다. 서부지구 결승에서 골든스테이트가 상대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부상의 악운이 계속해 겹쳤다. 2라운드에서 주전 가드 토니 파커를 잃었고, 지구 결승 1차전에서 공수 영향력이 가장 큰 카와이 레너드를 잃었다. 게다가 벤치 요원 데이비드 리도 3차전에 부상으로 빠졌다.

클리블랜드의 지구 결승 상대였던 보스턴도 토마스의 부상이 미련을 남겼다. 2차전까지 부상을 달고 뛴 토마스는 기여보다는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부상들이 없더라도 시리즈 승부는 뒤집히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결과보다는 흥미 있는 경기 내용과 승부가 나왔을 가능성은 크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NBA 파이널에서는 부상이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파이널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에도 휴식이 길었고, 시리즈 중에도 경기 간 휴식이 많이 배치된 만큼 각자의 온전한 전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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