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서부 컨퍼런스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이미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을 마친 상황에서 동부 컨퍼런스의 워싱턴 위저즈와 보스턴 셀틱스는 컨퍼런스 준결승의 마지막 경기만을 앞두고 있었다.

매 경기 접전은 아니었지만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떨어져나간 앞니, 켈리 우브레 주니어와 켈리 올리닉의 신경전 등이 더해지며 많은 NBA 팬들의 몰입감을 높여놓은 상황이었기에 승자가 누가 될지 매우 관심이 많이 가는 경기였다.

경기 내내 리드를 번갈아 가져가던 두 팀은 3쿼터 2분 12초를 남겨놓고 76-76 동점을 이뤘다. 이때까지는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할지 예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3쿼터 남은 2분 동안 보스턴이 9점을 추가한 반면 워싱턴은 브래들리 빌의 3점슛 하나가 득점의 전부였다.

3쿼터 마무리를 놓친 워싱턴은 4쿼터에 상대의 주 공격 옵션도 아닌 빅맨 올리닉에게 무려 15점을 헌납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15점을 바탕으로 올리닉은 본인 플레이오프 커리어 하이인 26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토마스, 알 호프드와 같은 핵심 선수가 아닌데다 양 팀 신경전의 중심에 있던 올리닉에게 당했기에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워싱턴의 에이스 존 월. ⓒAFPBBNews = News1
▶월의 아쉬웠던 슛 시도들

하지만 워싱턴에서도 소위 ‘미친’ 활약 보여준 올리닉에 나름 맞선 선수가 있었다. 바로 가드 빌이었다. 그는 7차전에서 기록한 38점 중 4쿼터에서도 12점을 넣는 등 나름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바로 빌의 백코트 파트너이자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존 월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월은 자신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어시스트 공급에서는 기록지 상으로 합격점을 받을 만한 모습이었다. 빌, 모리스, 고탓 등에게 양질의 패스를 기록하며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 어시스트로 인해 점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슛 셀렉션이었다.

사실 월은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1라운드에서는 가장 뜨거운 슛 감각을 보여줬던 선수였다. 하지만 2라운드에 들어와서는 그 감이 많이 죽었고, 40점 13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던 2차전 이후로는 거의 30%대의 필드골 성공률만을 보여줬다.

이렇게 슛 감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월이 4쿼터 약 4분여를 남긴 시점부터 갑자기 3점슛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경기 내내 제일 뜨거운 손이었던 빌에 대한 상대 수비 압박이 더 거세진 것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였지만 조금은 아쉬운 슛 셀렉션이었다. 결국 월이 시도한 총 3번의 3점슛은 모두 림을 외면했고 팀은 패배했다.

▶ 브랜든 제닝스의 사라진 존재감

월이 이번 2라운드 내내 슛 감이 좋지 않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월에게 자기 몫을 해내지 못했다고 마냥 비난하는 워싱턴 팬은 찾아오기 어렵다. 월은 휴식을 취할 때 빈 자리를 최소화 해줄 수 있는 백업 포인트가드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본인이 코트에 있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빈 자리를 최소화 해줄 수 있는 백업 포인트가드가 없었다는 이 대목에서 워싱턴의 또 다른 가드 브랜든 제닝스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즌을 뉴욕 닉스와의 1년 계약으로 시작했지만 제닝스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한 팀으로의 이적을 위해 스스로 방출을 요구한 뒤 워싱턴으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워싱턴의 백업 포인트가드 약점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듯 했다.

브랜든 제닝스(좌)와 존 월(우). ⓒAFPBBNews = News1
하지만 제닝스는 막상 워싱턴에 온 뒤 팀에 생각만큼 녹아들지 못하며 충분한 출전시간을 가져가는 데 실패했다.

뉴욕에서는 벤치에서 출격했지만 25분 가까운 출전시간을 보장받으며 때로는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워싱턴에 온 후엔 정규시즌 16분 정도의 출전시간을 보장 받는 것에 그쳤다. 최소 20분 정도를 출전하며 시즌 막판 월의 체력을 덜어줬어야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결국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부진했다. 13경기 동안 13.7분의 출전시간만을 보장 받는데 그쳤고, 특히 팀의 운명이 걸렸던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도합 14분 정도만을 뛰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2.8점 1.8어시스트는 그의 이름값과 기대치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었다.

1차 지표 뿐 아니라 바스켓볼 레퍼런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2차 지표를 살펴보면 선수 효율성 지표(PER)에서 6.8에 그쳤다. 또한 해당 선수가 100번의 공격 기회 당 공격에서 팀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는 지 나타내는 OBPM은 -3.4, 같은 고역 기회 당 수비에서의 기여 수치를 나타내는 DBPM은 -1.6,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VORP는 -0.1을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가 모두 안 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트레이 버크가 플레이오프 로테이션에서 사실상 제외된 가운데 결국 제닝스의 부진으로 인해 월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고 지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제닝스와 워싱턴 모두 더 높은 곳을 위해 서로의 손을 잡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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