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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이 아쉬움 속에 올시즌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오리온은 지난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84-91로 패했다.

홈에서의 1, 2차전을 패하고도 원정 3, 4차전을 내리 승리했던 오리온은 역대 단 한 번도 없었던 4강 리버스 스윕의 기적을 노려봤지만 결국 마지막 승부에서 아쉽게 고개를 숙이게 됐다. 지난 1997~98, 1998~99시즌의 현대(2연패), 2012~13, 2013~14, 2014~15시즌의 모비스(3연패)에 이어 역대 3번째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이라는 꿈도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오리온은 5차전 경기 종료 5분35초를 남기고 정재홍의 3점슛으로 1점 차 리드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승현의 퇴장과 문태종의 실책 등으로 분위기를 내줬고, 경기 종료 55초 전에는 김태술에게 뼈아픈 3점슛을 허용해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김동욱의 부재가 여러모로 뼈아팠다. 김동욱은 무릎 부상으로 4강 3차전에서야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처음으로 경기를 뛴 4차전에서도 단 2분14초만을 소화했을 뿐이다.

오리온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해줄 수 있는 김동욱이 4차전까지 사실상 전력 외로 취급된 상황에서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5차전에서는 김동욱이 약 24분 간 14점 7어시스트 3리바운드 1스틸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그의 존재감을 재확인했을 뿐 승리까지 가져오지는 못했다. 좀 더 빠른 복귀가 이뤄졌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 여지도 있었다는 점에서 오리온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영웅 중 하나였던 조 잭슨 대신 가세한 오데리언 바셋이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점, 문태종 역시 플레이오프 사나이의 역할을 해주지 못한 점도 정상 수성에 실패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 추일승 감독은 챔프전 우승 후 “폴 포츠가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부른 마지막 구절 ‘빈체로’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겼다. ‘승리할 것이다(I'll Win)’라는 뜻이다. 이 문구를 떠올리며 꼭 이기고 싶었다”는 우승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우승의 맛을 선수들이 봤기 때문에 그 맛을 못 잊지 않겠나. 계속해서 달려들 것이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 선수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며 매 시즌 챔피언에 도전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또 한 번의 ‘빈체로’를 올시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많은 팀들의 견제 속에서도 오리온은 변함없이 위력적인 농구를 해왔고, 마지막까지 기적을 써내기 위한 투혼을 선보이며 박수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오리온은 다음 시즌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승현은 상무, 장재석은 공익 근무를 앞두고 있어 토종 빅맨 전력이 크게 약해질 전망이며, 이로 인해 애런 헤인즈와 재계약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문태종의 경우 은퇴 수순을 밟을 수 있으며, 김동욱 역시 1981년생인 만큼 올시즌과 같은 활약이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실상 새로운 판을 짜야하는 상황이지만 이승현과 장재석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틀을 확실하게 다져놓는다면 밝은 미래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추일승 감독과 오리온의 ‘빈체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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