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오리온이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2차전에서는 보여줄 수 있을까.

오리온은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삼성과의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다.

이미 오리온은 지난 11일 1차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한 채 61-78로 완패를 당했다. 17점 차 열세만으로도 굴욕적이었지만 3쿼터를 마친 시점에는 단 36점 밖에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무려 25점 차까지 벌어져 있었다.

믿었던 3점슛(성공률 22.2%, 6/27)에서 처참한 결과가 나왔고, 2점슛마저 46.7% 성공률에 그쳐 확률 싸움에서 삼성(2점슛 성공률 64.3%)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제공권 싸움에서조차 리바운드 28-42로 패하는 등 삼성이 무려 15개의 실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한 쪽으로 전세가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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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으로서는 김동욱의 공백이 뼈아픈 경기였다. 김동욱은 3월초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예정보다 몸상태가 빠르게 올라오지 못했고, 결국 4강 1차전에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포지션은 포워드지만 김동욱의 진짜 가치는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올시즌 김동욱은 정규리그에서 4.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해 애런 헤인즈(4.6개)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녔던 천부적인 농구 센스에 오랜 경험까지 더해져 경기 리딩 및 투맨 게임 역시 가드 부럽지 않은 역량을 뽐냈다.

또한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균 10.0점 3점슛 성공률 41.2%의 순도 높은 공격을 통해 내외곽에서 힘을 실어주는 존재가 김동욱이다. 수비 역시 발은 느리지만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로테이션의 빈틈을 노리는 상대의 패스를 역으로 커트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왔다. 삼성이 1차전에서 1쿼터 막판 지역방어를 사용했을 때 오리온이 외곽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도 김동욱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김동욱은 올시즌 삼성과의 4차례 맞대결에서도 평균 17.3점(2점슛 성공률 57.1%, 3점슛 성공률 61.1%, 자유투 성공률 92.3%) 6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할 만큼 존재감이 컸다. 또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승현, 조 잭슨의 활약에 다소 가려져 있었을 뿐 평균 12.7점 3.8리바운드 2.8어시스트 1.2스틸로 우승의 숨은 주역이나 다름없었다.

1차전까지 김동욱은 팀 훈련에도 합류하지 못하는 등 4강 출전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1차전 스타팅으로 나섰던 전정규가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포워드진의 분전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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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리온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데리언 바셋 역시 1차전에서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셋은 18분15초의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10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실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부가 기운 4쿼터에 수비가 느슨해지면서 모든 득점을 쌓았을 뿐 전반까지는 8분15초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총 5번의 야투(3점슛 시도 2개)가 모두 림을 외면하며 삼성의 지역 방어 당시 공격을 풀어주지 못했다. 3쿼터에는 결국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13.2점 3.5리바운드 4.2어시스트 0.9스틸을 기록한 바셋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실책을 연달아 쏟아내는 등 전반적으로 기복이 큰 선수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 공헌도에서도 최하위권에 그쳤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평균 17.7점 4.3리바운드 7.0어시스트, 챔피언결정전 평균 23점 3.8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막판부터 돌풍을 일으킨 조 잭슨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잭슨과 달리 바셋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득점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삼성과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평소보다 좀 더 좋은 활약(평균 16.8점 5.7어시스트 2.3리바운드)을 펼쳤지만 4강 첫 경기에서는 실망만을 남겼다. 슈팅에 기복을 느낄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삼성 수비를 무너뜨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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