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적인 반쪽 선수로 시작

하드웨어는 좋으나 소프트웨어, 즉 BQ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센터 두 명이 각각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동부 대표는 워싱턴 위저즈의 자베일 맥기(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서부 대표는 LA 클리퍼스의 디안드레 조던이다. 이들은 소위 ‘서부의 조던, 동부의 맥기’로 불리며 많은 NBA 팬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였다.

데뷔 전 디안드레 조던의 모습. ⓒAFPBBNews = News1
2008년 드래프트 동기인 둘 중 기대치가 더 높았던 선수는 동부의 맥기였다. 맥기는 1라운드 18번으로 워싱턴에 지명됐다. 반면 해당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7번픽을 가지고 있었던 클리퍼스가 1라운드에 선택했던 선수는 에릭 고든(현 휴스턴 로케츠)이었고, 조던은 2라운드 35번 지명 선수였다.

하지만 그 이후 둘의 행보는 지명 순서와는 반대로 가게 된다. 동부의 맥기가 결국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된 사이 서부의 조던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단 조던도 입지를 굳히기 전까지 농구 인생이 순탄하지는 못했다. 루키 계약이 끝난 이후 클리퍼스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간 1000만 달러의 이상을 조던에게 안기자 블레이크 그리핀과의 친분 덕에 계약을 얻었다는 조롱을 들었다.

데뷔 초반 뿐 아니라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기 시작한 다음에도 조던은 특유의 운동능력을 통한 림 보호 능력 말고는 내세울 점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현재와 같은 보드 장악력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그리핀이 리바운드에서 더 공헌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던은 반쪽도 아닌 반의 반쪽 정도에 불과한 선수였다.

데뷔 초 디안드레 조던은 뛰어난 리바운더가 아니었다. ⓒAFPBBNews = News1
▶ 대형계약으로 가치를 인정받다

조던은 ‘공격에서는 받아먹기 밖에 못하는 선수’, ‘크리스 폴, 그리핀 같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선수’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지만 첫 연장계약이 끝난 후 맞이한 FA에서 이른바 ‘D통수’ 사건을 벌인 끝에 댈러스 매버릭스가 아닌 LA 클리퍼스와 4년간 약 880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클리퍼스의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서 조던의 에이전트가 성사시킨 구두 계약을 파기 시킬 정도로 조던의 가치가 더 이상 ‘서조던’ 시절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물론 이 사건 때문에 댈러스 팬들은 현재까지도 조던이나 폴 같은 선수들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치를 떤다.

이렇게 조던의 가치가 높아진 데에는 우선 보드 장악에 눈을 뜨게 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2012~13시즌 평균 7.2개의 리바운드를 잡던 조던은 2013~14시즌 단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는 동안 평균 13.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리바운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다음해는 무려 15.0개의 평균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리바운드왕에 올랐다. 첫 리바운드왕이 된 2013~14시즌 이후 조던은 수비와 리바운드, 모두를 책임져줄 수 있는 자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또한 ‘받아먹기’ 외엔 공격 옵션이 거의 전무하다는 평을 듣지만 그 ‘받아먹기’ 하나 만큼은 리그의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잘 수행해내는 선수가 됐다. 특히 2012~13시즌부터 4시즌 연속 필드골 성공률 1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도 28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1위에 올라있다. 특히 2014~15시즌부터 3시즌 동안 필드골 성공률이 무려 70%가 넘고 있다.

아무리 혼자 만들어내는 공격이 없어도 이 정도로 성공률이 높은 골밑 마무리를 1년도 아닌 9년 동안의 커리어 내내 보여주고 있기에 이제는 폴, 그리핀 등의 동료 덕에 필드골 성공률 1위를 하고 있다고 무작정 폄하하기도 힘든 위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엔 드마커스 커즌스를 제치고 올 NBA 퍼스트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커즌스는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공격이 안 풀릴 때 혼자 책임을 지는 소위 ‘에이스’의 역할을 한 선수다. 이 때문에 올 NBA 퍼스트팀 선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조던의 필드골 성공률, 리바운드, 블록, 그리고 수비에서의 공헌을 생각하면 그가 선정된 것 또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올 NBA 퍼스트팀, 올스타 선정까지 이뤄낸 조던. ⓒAFPBBNews = News1
이제는 꾸준하게 보여준 것이 너무나도 많다. 미국 국가대표로 올림픽까지 다녀온 선수다. 또한 폴과 그리핀과 함께 뛸 때나 이들이 부상으로 결장한 동안에나 조던이 보여준 모습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던의 시즌 최다 득점 경기는 폴과 함께 하지 않았던 1월20일 미네소타와의 홈 경기였다. 이제 조던은 옆에 누가 없더라도 충분한 가치를 뽐낼 수 있는 선수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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