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김종민 기자] ‘키퍼 사익스’라는 이름만으로 설명되는 경기였다. 사익스의 화려한 덩크와 경기장을 지배한 쇼맨십은 1,2위 분수령이었던 중요한 서울 삼성전에서 대폭발하며 안양 KGC의 1위를 굳혔다.

KGC는 10일 오후 7시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82-7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기존에 삼성에 한 게임차 리드(삼성 31승16패, KGC 32승15패)였던 KGC는 삼성에게 패배를, 자신들에게 승리를 안기는 ‘2게임짜리 승리’를 해내며 승차를 2게임으로 벌리며 1위를 굳혔다.

승리의 주역은 KGC의 외국인 선수 사익스였다. 사익스는 3쿼터에만 11득점 3어시스트 2스틸을 해내는 등 덩크 3개를 포함 23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을 해내며 이날 팀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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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 “정말 중요한 경기… 오늘만 죽어라해야”

- 안양 KGC 김승기 감독 : “정말 중요한 경기다. 이 경기를 이기느냐 혹은 지냐에 따라 향후 경기에서 차이가 많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무리해선 안 된다. 속공을 당하지 않는 무리하지 않는 농구를 해야만 삼성을 잡을 수 있다. (사익스가 최근 활약도가 좋은 것에 대해) 득점을 해야 할 때, 흔들어 놓아야할 때 활용하는 선수다. 사익스도 그렇고 모두가 오늘만 죽어라 생각하고 해야 하는 중요한 경기다.”

-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 “KGC와 붙으면 파울 이슈가 많은데 절대 짜증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파울을 당하는 것은 잘하는 팀의 숙명이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안 된다. 그래서 지난 시즌부터 붙어서나오는 테크니컬 파울에 징계가 되면 감독인 제가 돈을 다 내주겠다고 했다. 문태영이 양희종에게 말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당해선 곤란하다. 화내는건 괜찮다. 표출해야하니까. 그래도 결정적일 때는 안했으면 한다. 영리하게 신경질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

▶전반전(1,2쿼터) : 실책에 바뀐 흐름, 결국 점수까지 이어졌다

KGC는 수비가 좋은 박재한을 선발로 내세우면서 상대의 실책을 노렸다. 전반 초반 실책에 골머리를 썩은 쪽은 KGC였다. 1쿼터 초반 사이먼이 라틀리프를 앞에 두고 페이드어웨이를 성공시키며 산뜻한 출발을 한 KGC는 이정현과 박재한의 연이은 실책에 주도권을 삼성에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꾼 건 KGC 에이스 오세근이었다. 스틸에 이은 레이업으로 추격을 시작한 오세근은 라틀리프와 김준일의 슛을 연이어 막아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사이먼 대신 코트를 밟은 김철욱이 연이어 미들슛을 성공시키면서 1쿼터를 동점으로 마무리했다.

2쿼터 중반에는 24-27로 끌려가던 삼성이 연이은 실책으로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크레익이 무리한 공격으로 3차례나 턴오버를 내줬다. KGC는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리드를 벌려 34-29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결국 전반전 10개의 실책을 범한 삼성은 7개의 턴오버를 내준 KGC에 5점차 뒤진 채 라커룸으로 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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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3,4쿼터) : ‘It’s 사익스 타임’ 폭주로 KGC 1위 굳힌 사익스

3쿼터는 사익스 타임이었다. 2쿼터까지도 이미 의욕 넘치고 화끈한 플레이로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사익스는 3쿼터 시작 2분 52초경 스스로 삼성 임동섭의 공을 스틸해낸 후 노마크 기회에서 슬램덩크를 해내며 안양을 뜨겁게 만들었다. 사익스는 득점 후 비행기 세리머니를 하며 덩크를 자축했고 이후 굉장히 기분이 업된 듯 수비나 공격에서 ‘열심히’를 넘어선 열의의 찬 모습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4분 23초가 지난 시점에서는 과감한 플레이로 멋진 슈팅에 이은 바스켓카운트까지 얻어냈다. 이때도 근육을 내보이는 세리머니로 뭇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사익스는 3쿼터에만 11득점 3어시스트 2스틸을 해내며 양 팀 통틀어 3쿼터 최다득점, 어시스트, 스틸을 해냈다.

이런 사익스의 활약으로 전반전까지 34-29로 5점차 앞서던 안양의 리드는 3쿼터 종료 후 63-50이라는 무려 13점차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3쿼터에 사익스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가 너무 컸던 삼성이다.

4쿼터 시작 때도 사익스는 스틸을 유도해낸 후 백덩크를 성공시키고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해내는 제스처로 안양 실내 체육관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후반 시작 1분도 안돼 69-50으로 무려 19점차까지 벌어지자 이미 안양 팬들은 KGC의 승리를 예감하며 기뻐했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4쿼터 중 19점차까지 벌어진 점수차를 뒤집기란 불가능했다. 한때 삼성은 7점차까지 맹추격했다. 하지만 사익스가 맹추격하던 삼성을 향해 결정적인 3점슛으로 저격한데 이어 또 다시 투핸드 덩크까지 해내며 삼성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은 경기 종반 4점차까지도 따라붙기도 했지만 그래도 19점차까지 앞서던 KGC는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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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에 쇼맨십까지 갖춘 사익스,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되다

사익스는 이미 시즌 종반으로 갈수록 펄펄 나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었다. 지난 4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3점슛 2개 포함해 30득점을, 8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25득점을 해내며 ‘퇴출 위기 선수’에서 ‘팀내 최고 선수’로 환골탈태했다.

이날 경기 역시 사익스는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도 화려하면서도 쇼맨십까지 갖춘 모습으로 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날 경기 유일했던 3번의 덩크가 모두 사익스로부터 나왔고 총 28분을 뛰고 23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을 해냈다. 이날 경기 팀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의 주인공은 모두 사익스였다.

사익스는 2번이나 퇴출 얘기가 나왔던 ‘미운오리새끼’였다. 작은 사이즈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사익스는 퇴출 위기를 넘긴 이후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KGC의 백조로 거듭났다. 실력에 쇼맨십을 갖추다보니 경기 후 모든 관중들이 ‘사익스’를 외치게 하기 충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vs "우승 경쟁 자신있다"

-안양 KGC 김승기 감독 : "전 선수가 코트에 나와서 무리하지 않고 제 몫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마지막에 디펜스가 무너져서 따라잡혔지만 결국 이겨냈다. 남은 경기들은 모비스부터 시작인데 내일 모비스를 잡으면 우승 경쟁의 상황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이어진 원정 3연전을 모두 다 잡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모비스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이 갈릴 거라 생각한다."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 "안양이 잘했다기보다 스스로 무너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전체가 중요한 경기라고 인식하다 보니 공을 너무 오래 끈 것 같다. 코트 위의 5명의 선수 모두 공격적으로 하려고 하다 보니까 스스로 무너진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할 것 같다."

-수훈선수 KGC 사익스 :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했다. 팀이 보여준 에너지가 넘쳤다. 벤치에 있던 선수, 팬들 모두가 뭉쳐서 이겨낸 경기다. 어떤 선수들은 이런 경기들에서 겁먹을 수 있지만 나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려 했다.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해주고 싶은 것은 물론 상대의 기운을 뺏기 위해 세리머니를 조금 크게 했다.

▶경기정보

안양 KGC인삼공사 82(18-18 16-11 29-21 19-23)73 서울 삼성

-안양 KGC : 사익스 23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 사이먼 22득점 6리바운드 6블록, 오세근 9득점 4리바운드 5스틸 3블록

-서울 삼성 : 라틀리프 27득점 12리바운드, 문태영 17득점 7리바운드, 크레익 9득점 13리바운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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