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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2일 개막한 2016~2017 KCC 프로농구가 어느덧 5라운드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팀당 10~11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구간별로 펼쳐지고 있다.

먼저 25일까지 KGC인삼공사(30승14패)와 삼성(29승14패), 오리온(29승15패)이 3강 체제를 굳히며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는 중이다. 또한 모비스(23승20패)와 동부(23승21패) 는 반 경기 차로 4위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전자랜드(21승23패)와 LG(19승24패), SK(17승27패)는 6강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최하위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KCC(14승30패)와 kt(13승30패)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팀도 혼돈의 순위 전쟁에서 평화로운 곳이 없다.

이번 [강을준의 영웅본색]에서는 구간 별 순위 싸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 팀들의 핵심 열쇠 및 보완점 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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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KGC인삼공사, 삼성, 오리온 모두 정규리그 우승에 목마른 팀들이다. KGC인삼공사는 2011~12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창단 후 아직까지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으며, 오리온은 2002~03시즌, 삼성은 2000~01시즌이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3개 팀 모두에게 당연히 1차적인 목표이며, 우승을 놓치더라도 2위에 오르는 것 역시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3위의 경우 플레이오프 4강 직행이 아닌 6위팀과의 6강을 펼쳐야 하는데 올시즌은 중위권 팀들도 만만치 않은 후반 저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선두권 싸움이 계속된다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체력 안배를 하기도 난감해진다.

설령 6강의 벽을 넘어서도 체력적인 열세 속에서 4강 일정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다. 3위만큼은 절대적으로 피할 필요가 있으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전까지는 100% 전력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KGC인삼공사는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과 오리온에게 상대전적에서 각각 1승4패, 2승3패로 열세에 놓여있다. 삼성과의 전적을 뒤집을 방법은 더 이상 없으며, 오리온에게도 6라운드에서 13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승률이 동률일 시 우승을 내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삼성과의 반 경기 차, 오리온과의 1경기 차가 현실적으로는 불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KGC인삼공사로서는 식스맨들이 좀 더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줄 필요가 있다. 이정현, 오세근, 데이비드 사이먼의 삼각 편대를 앞세워 가장 먼저 30승 고지를 밟기는 했지만 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결국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이들의 체력이 떨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이정현이 상대 수비에 막혔을 때 해답을 풀어줘야만 대권을 노릴 수 있다. 양희종 역시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는 있으나 공격력도 함께 살아나야 한다. 수비 농구도 승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만 공격이 뒷받침되고 수비가 됐을 때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강병현이 합류했을 때 단순한 전력상으로는 득이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실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코트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팀 분위기를 쫓아오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흐름이 끊길 수가 있다. 빠른 적응이 관건이다.

삼성은 조직력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현재도 상황이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남은 기간 동안 특히 수비 쪽에서 조직력을 좀 더 다져놔야 한다. 삼성은 올시즌 팀 순위 뿐 아니라 실책 역시 2위에 올라있으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가다가도 한순간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 역시 많았다.

또한 문태영이 어느덧 KBL리그에서 7시즌 째를 소화 중이지만 여전히 심판의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점도 아쉽다. 예상치 못한 순간 팀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정 컨트롤이 필요하며 경기 자체에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임동섭 역시 슛이 터질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기복을 줄여야 삼성이 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갖출 수 있다.

오리온은 25일 KGC인삼공사전 승리를 통해 선두권 싸움에 다시 한 번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오리온은 KGC인삼공사와 삼성에게 상대전적에서 모두 3승2패로 앞서 있기 때문에 6라운드에서 삼성에 23점, KGC인삼공사에 12점 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다면 승차가 같을 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입장이다.

최근 흐름 역시 오리온이 상위팀들 중에서는 가장 좋다. 이승현이 상당히 잘해주고 있으며 포워드 라인이 살아나고 있다. 애런 헤인즈가 부상 전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한 점은 있지만 몇 경기가 지나면 페이스가 충분히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외곽 및 공격력이 기본적으로 좋은 팀이기 때문에 수비와 리바운드 등이 보강 된다면 지난 시즌에는 이루지 못했던 통합 우승을 노리는 것도 결코 꿈은 아니다. 최근의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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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위의 필요성 ‘홈 어드밴티지’

현 상황에서 4위의 순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4, 5위 팀의 주인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4위 모비스는 3위 오리온과 5.5경기까지 벌어진 상황이며, 5위 동부도 6위 전자랜드에 2경기 차로 앞서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등 또는 추락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비스와 동부가 6강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모비스와 동부 역시 6강을 확신할 순 없으며, 최소한 4위를 노리려는 움직임이 양 팀에게 필요하다. 바로 홈 코트 어드밴티지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올시즌 안방에서 15승8패, 동부는 15승6패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단순히 승률로만 놓고 보면 상위 세 팀의 전체 승률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원정에서 모비스는 8승12패, 동부는 8승15패로 하위팀의 전체 승률 수준에 그쳐있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무대에서는 팬들의 응원 열기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전적에서 모비스에게 1승4패로 뒤져있는 동부 입장에서는 4위 자리가 더욱 절실하다.

모비스는 최근 11경기에서 8승3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6라운드에서 더욱 무서운 면모를 발휘할 가능성도 충분하며 플레이오프에서도 상위팀들을 바짝 긴장시킬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 팀이 바로 모비스다. 양동근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인 대목. 그러나 이종현이 부상으로 훈련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다소 걸리는 면이 있으며, 외국인 선수 조합을 단신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동부는 바짝 치고 나가야 했던 타이밍을 놓친 점이 다소 아쉽다. 2017년 이후로는 2연승조차 한 차례에 불과하며 5할 승률을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김주성을 비롯한 노장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기 때문에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껄끄러운 상대인 모비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3위까지 치고 올라가야 하지만 남은 일정상 쉬운 일이 아니며, 상위 세 팀과의 맞대결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점(삼성전 3승2패, KGC인삼공사·오리온전 2승3패)을 고려해 6위로 내려앉는 방법을 택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크다. 현재로서는 플레이오프 대진을 감안한 계산을 한 뒤 전력을 쏟을 때와 체력을 안배할 때의 강약 조절을 확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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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코스터, 6위 향방의 마지막 변수

불과 며칠 전까지 대혼전에 빠지는 듯 했던 6강의 향방은 전자랜드의 연승과 함께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하락세가 극심했던 전자랜드가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와 SK를 상대로 연승을 챙기며 반등했다는 점에서 세 팀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의 경우 전자랜드와의 승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고, 전자랜드 및 LG와의 상대전적에서도 모두 뒤지고 있기 때문에 25일 패배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유리함과 불리함의 입장이 선명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낙심하지 않는 팀에게 희망이 찾아오고, 방심하지 않는 팀에게 절망도 없는 법이다. 실제 전자랜드는 이번 연승 전까지 10경기 2승8패의 슬럼프에 빠져있었으며, 반대로 SK는 2월 초 4연승, LG는 4라운드 중후반 5승1패의 상승세 시기가 있었다. 5라운드에 세 팀 간 맞대결에서 활짝 웃은 팀이 전자랜드였지만 6라운드에서 그 주인공이 바뀐다면 아직 승부는 알 수 없다.

SK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자력으로 6강에 오를 수 있는 안정권을 약 28승 정도로 계산한다면 SK는 이미 자력 진출이 무산된 상황이나 다름없다. 매 경기 승리를 따낸다는 각오로 코트에 들어선 뒤 다른 팀들의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

LG 역시 조성민 트레이드 이후 분위기를 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김종규의 부상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종규의 복귀를 기다리는 일보다 현재 전력을 어떻게 극대화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지나간 버스를 바라보는 일은 현 상황에서 무의미하다.

큰 고비를 넘긴 전자랜드는 LG와 SK에게 승자승에서도 앞서 있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분위기가 루즈해질 경우 또 한 번 하위팀들에게 여지를 줄 수 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살아난 투지와 열정, 집중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제임스 켈리와 아이반 아스카를 놓고서 또 한 번 고민에 빠진 유도훈 감독의 최종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지 뼈아픈 결정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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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꼴찌, 그리고 밝은 미래의 준비

KCC와 kt는 현재로서 6강이 사실상 멀어졌다. 6강에 대한 희망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벌어진 승차와 남은 경기 수가 여러모로 아쉽다. 6라운드부터는 내년을 대비하는 운용 체제를 서서히 시험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KCC가 최근 4연패에 빠지는 동안 kt가 5라운드 4승3패로 흐름을 타면서 양 팀의 승차도 어느덧 반 경기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특히 지난 24일 LG전에서는 김영환의 믿기 힘든 역전 버저비터가 터지면서 kt의 사기가 크게 올라있는 상황.

6강 티켓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9위와 최하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KCC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려 있으며, kt 역시 한 때 2승18패로 1할 승률마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이후 5할 승률(12승12패)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만큼 그 결실을 맺고 싶은 마음이 크다.

KCC로서는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안드레 에밋의 가세 이후 오히려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이 위축된 경향이 있다. 미래를 바라봤을 때 에밋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출 필요는 있다. kt는 김영환의 가세로 밸런스가 잡혔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어왔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었고, 트레이드로 구심점에 변화가 생긴 만큼 다음 시즌을 대비해 끈끈함을 미리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양 팀 모두 최하위가 굳어지는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정규리그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장을 찾는 홈 팬들을 위해 프로의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구간 별 순위 싸움의 양상에 대해 살펴봤다. 5라운드 후반에 접어든 현재는 서로의 전력에 대해 이미 모든 파악이 끝난 시점이다. 이제 10개 구단이 저마다의 순위 싸움에서 미소를 짓기 위해서는 결국 추가적인 부상을 최대한 예방하고 조직력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등 상대보다 내부를 돌아보는 공통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 남은 52경기를 통해 모든 운명이 가려진다.

강을준 농구 칼럼니스트/전 창원 LG 감독, 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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