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주일간의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24일(이하 한국시각)부터 NBA 시즌 일정이 재개된다. 이제 본격적인 성적 대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즌 동안 가장 돋보인 활약을 한 선수인 MVP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 시즌의 MVP 스테픈 커리(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는 평년과 매우 다른 과정과 결과였다. 일찌감치 여론이 수렴됐고 만장일치 투표 결과라는 최초의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소속팀은 역대 최다승 기록에 도전할 페이스에 있었으며 개인 기록도 역대 최고의 개인 시즌을 놓고 과거 마이클 조던과의 비교 논의가 이뤄졌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반면 올시즌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아직 한 선수를 딱 집어 말할 수 없다. 다만 모든 팀이 시즌 일정의 3분의2 지점을 지난 때이기 때문에 후보가 압축된 시기이긴 하다. 그래서 이 압축된 후보 선수들을 놓고 근거와 약점을 통해 판도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NBA닷컴에서 주기적으로 MVP 경쟁 후보로 언급하는 5명의 선수는 다음과 같다. 제임스 하든(28·휴스턴 로켓츠), 러셀 웨스트브룩(29·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케빈 듀란트(29·골든스테이트),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카와이 레너드(26·샌안토니오 스퍼스).

동시 50득점 및 10어시스트 이상의 2경기를 통해 큰 인상을 남긴 하든. ⓒAFPBBNews = News1
▶제임스 하든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팀 성적과 개인 기록 양쪽의 균형이 가장 잘 잡혀 있기 때문이다. 소속팀 휴스턴은 40승18패(승률 69.0%)로 서부지구 3위이자 리그 4위에 올라 있고 개인기록은 NBA 역사에서 기억될 만한 상태다.

리그 개인 득점 순위에서 3위(29.2점)이자 어시스트 순위에서 1위(11.3개)는 전례가 없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어시스트가 가장 많은 선수가 득점도 최정상급으로 많이 올린다는 것 자체가 전통적 농구 상식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40득점 이상 경기 9회, 15어시스트 경기 9회를 남기면서 투표인단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든의 표를 빼앗는 이유라면 팀 성적에서 나올 수 있다. 10연승과 9연승을 통해 바짝 성적이 올라간 때도 있었지만 1월부터 2월초까지 13경기 동안 5승8패를 기록해 기우뚱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 후 다시 4연승으로 회복세를 타기도 했지만 침체기가 또 나온다면 위험할 수 있다.

▶러셀 웨스트브룩

후보들 중 개인 기록으로는 가장 돋보인다. 현재까지 시즌 평균 31.1득점 10.1어시스트 10.5리바운드는 현대 농구의 포인트 가드에게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과거 오스카 로버트슨이 1961~62시즌에 남긴 유일한 NBA 시즌 트리플더블(30.8득점 11.4어시스트 12.5리바운드)이 평균 44.3분을 뛰면서 세운 기록이라면 현재 웨스트브룩은 평균 34.6분을 뛰면서 시즌 트리플더블을 기록 중이다.

가장 역동적인 플레이로 고군분투하는 웨스트브룩도 큰 인상을 남기는 중이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 리그 전체에서 개인 기록이 득점 1위, 어시스트 3위, 리바운드 12위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 근거를 제시한다.

다만 시즌 트리플더블을 작성하지 못할 경우엔 대단한 기록이라도 분위기가 식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팀 성적 32승25패(승률 56.1%)가 리그 12위에 서부지구 7위인 점도 아쉬운 대목. 오로지 개인 기록으로 투표인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다.

▶케빈 듀란트

팀 성적이 후보들 중 가장 큰 우위다. 골든스테이트의 47승9패(승률83.9%)는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리그 1위의 성적이며 2위 팀과도 4경기차의 넉넉한 여유를 두고 있다. 그리고 전 시즌 만장일치 MVP 커리보다 개인 기록과 활약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사항은 수비에서 존재감이 확연히 커졌다는 점이다. 팀의 전략상 스몰 포워드가 아닌 파워 포워드로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수비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비에서 가장 인상이 강한 장면인 블록이 평균 1.7개로 리그 11위에 올라 있는 인상적인 숫자다.

듀란트가 나머지 후보들에 비해 밀리는 점은 팀에서의 활약 비중이다. 나머지 4명은 홀로 빛나는 장면들도 많았고 기록도 팀 내에서 큰 우위인 반면 골든스테이트에는 듀란트 말고도 빛나는 선수들이 많다.

▶르브론 제임스

5명의 후보들 중 유일한 동부지구 선수다. 39승16패(승률 70.9%)로 지구 1위이자 리그 3위의 팀 성적 근거를 갖고 있다. 또한 개인 기록 리그 7위의 득점(25.9점)과 5위의 어시스트(8.8개)로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제임스의 돋보이는 근거라면 부재중에 남긴 팀의 초라한 기록이다. 올시즌 제임스의 총 3번 결장 중 2번이 제임스를 제외한 주력 선수들이 거의 출동한 경기였음에도 각각 10점차와 16점차의 큰 패배를 당했다. 특히 득점이 93점과 90점에 묶이며 공격의 빈곤을 드러냈다. 결장 경기 외에도 제임스가 벤치에 있을 때 클리블랜드의 득점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제임스의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다.

제임스에게 걸림돌이라면 이미 많이 보유한 MVP 선정 횟수다. 4회에 걸쳐 시즌 MVP를 차지했던 이력과 함께 기록의 크기 자체가 선정됐던 시즌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카와이 레너드

레너드가 큰 인상을 남긴 점은 팀 농구로 유명한 샌안토니오 안에서 크나큰 비중을 차지한 활약이다. 전 시즌에 4회만 나왔던 30득점 이상 경기가 올시즌 현재까지 19회나 나왔다.

사실 레너드의 25.9점은 다섯 후보들 중 듀란트의 25.8점에 이어 2번째로 낮다. 그럼에도 레너드가 MVP 후보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최근 들어 돋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4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렸던 활약도 있었고 1월에도 6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렸다.

팀 성적이 43승13패(76.8%)로 리그 2위이자 서부지구 2위를 굳혀 놓은 상태에서 앞으로 또 투표인단의 마음을 움직일 큰 활약의 경기들이 필요하다.

▶나머지 25경기 안팎의 결과가 관건

결국 시즌 MVP는 어디까지나 투표인단의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렇게 확고한 후보가 없는 가운데 나머지 일정에서 누가 더 돋보이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재중 팀이 무너지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반증할 시기는 지났다. 팀의 성적도 중요해 막판에 남길 인상이 크게 작용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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