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제공
스포츠계에는 한 구단에서 시작과 끝을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수차례나 팀을 옮기며 저니맨의 삶을 걸은 선수들도 많다. 최근 출범 20주년을 맞은 KBL에서 그동안 트레이드와 FA 이적 등으로 팀을 옮긴 선수는 11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자랜드에서만 전신을 포함해 무려 148명이 팀을 떠나거나 가세했고, LG 역시 146명으로 선수 이동이 상당히 활발했던 팀이다. 반면 동부(83명)와 KGC인삼공사(87회)는 전력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간 편이다.

KBL 역대 트레이드 1호 주인공은 오성식이다. 오성식은 프로 원년인 1997시즌 SBS에서 평균 10.4점 2.0리바운드 2.8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하며 팀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첫 시즌이 종료된 1997년 6월20일 SBS는 오성식과 박수호를 LG로 보내고 현금 1억2000만원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최초의 현금 트레이드였다.

이후 선수 간의 1대1, 다수 대 다수, 지명권 교환 등의 트레이드는 물론 사인 앤 트레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각 구단의 전력 보강이 이뤄진 가운데 수많은 사례들을 모두 짚어볼 수는 없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트레이드와 뒷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우승과 리빌딩의 이해 관계

트레이드는 기존에 좋은 전력을 갖춰 곧바로 대권에 도전하려는 팀, 반대로 전력이 좋지 못해 리빌딩을 단행하려는 팀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7월에 진행된 모비스와 KCC의 트레이드다. 2003~04시즌 KCC는 외국인 선수 찰스 민렌드의 가세로 전년도 정규리그 9위에서 2위까지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앤트완 홀-김주성-리온 데릭스로 연결되는 TG삼보의 높이가 만만치 않았고, 결국 신선우 감독이 시즌 도중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모비스로부터 센터 R.F. 바셋을 받고 시즌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과 최승태를 교환하기로 한 것.

양동근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CC에 지명됐지만 전 시즌 R.F. 바셋 트레이드로 인해 모비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KBL 제공
결국 KCC는 정규시즌에서 TG삼보에 1경기 차로 뒤져 1위를 놓쳤지만 골밑 보강의 힘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어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모비스 역시 이듬해 1순위 지명권을 통해 신인 양동근을 품에 안으며 그를 중심으로 훗날 왕조 건설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는 KBL 역사에 남을 윈-윈(Win-WIn) 트레이드로 꼽히고 있다.

2009년 12월11일에는 KT&G(현 KGC인삼공사)와 kt가 외국인 선수 나이젤 딕슨, 도널드 리틀을 서로 맞바꿨다. 6년 전 KCC-모비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kt는 당시 우승을 노리는 중이었고, KT&G는 미래를 준비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kt는 육중한 체구를 바탕으로 골밑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딕슨을 원했고, KT&G는 리틀과 함께 받아온 1라운드 지명권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레이드의 무게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 kt는 정규리그에서 모비스와 40승14패를 나란히 기록했지만 상대전적에서 밀려 우승을 놓쳤으며, 플레이오프 4강에서도 딕슨 활용에 아쉬움을 남기며 KCC에 패해 결국 챔피언결정전조차 밟지 못했다. 하지만 KT&G는 1라운드 지명권으로 이정현을 지명했으며, 현재 이정현은 드래프트 당시 우려를 씻고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밖에 2012~13시즌 LG와 모비스의 트레이드도 수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당시 모비스는 커디스 위더스와 3년 내 1라운드 지명권을 LG에 내주고 로드 벤슨을 영입하며 골밑을 확실히 보강했다. 정규시즌에는 SK에게 1위를 내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최강의 팀에 등극했다.

그러나 우승을 거둔 바로 다음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모비스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외국인 트레이드에 대한 후속 조치로 LG가 1라운드 지명권 대신 신인으로서 첫 시즌을 보낸 김시래를 영입할 수 있다는 내막이 밝혀졌기 때문.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비스는 벤슨을 영입해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LG 역시 김시래 가세 후 바로 다음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면서 양 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4년 kt에서 오리온스로 트레이드 된 김도수는 금지 약물 양성 판정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L 제공
▶말 많고 탈 많았던 트레이드

앞서 소개한 트레이드들도 당시에는 여러 말들이 나왔지만 아래에 언급하는 트레이드들은 더욱 많은 논란 속에 탈이 많았던 사례들이다.

2013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를 단 이틀 남겨놓고 kt와 오리온스의 빅딜이 있었다. 김도수+장재석+임종일+리처드슨과 전태풍+김승원+김종범+랜스 골번을 주고받는 4대4 대형 트레이드가 추진된 것.

규모도 엄청났지만 당시 트레이드는 백지화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김도수가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뒤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타나 9경기 출전 정지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kt는 도핑 양성반응을 알고도 트레이드했다는 도의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이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추가로 오리온스에게 넘겼다.

당시의 트레이드로 인해 양 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많았다. 6라운드 마지막 대결 후 전창진 감독이 추일승 감독과의 악수를 거부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포착돼 오해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오리온스는 kt로부터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 전체 1순위를 지명할 확률을 12.5%에서 25%로 높였고, 결국 구단 창단 처음으로 1순위 지명권을 실제로 획득, 이승현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4대4 빅딜은 지난 시즌 오리온 우승의 나비효과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2006년에는 초유의 시간 차 트레이드가 있었다. 전자랜드와 LG는 황성인+조우현+정종선+정선규↔박지현+박규현+박훈근+임효성을 골자로 한 4대4 트레이드를 시간 차를 두고 진행했다.

먼저 LG가 4월30일 현금 3억원을 받고 조우현+정종선+정선규를 전자랜드에 넘겼으며, 6월1일 FA를 통해 KTF에 있던 조상현을 영입했다.

문제는 LG가 로스터를 대거 비워버리면서 실질적으로 KTF가 조상현에 대한 보상으로 지명할 수 있는 선수가 LG에 단 3명 뿐이었다는 점이다. KTF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임영훈을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LG는 6월13일 전자랜드와 황성인+3억원↔박지현+박규현+박훈근+임효성을 맞교환 했다. 말 그대로 알짜 자원들을 보상 선수로 내주지 않기 위한 계산이었다.

당시 트레이드는 룰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행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타 팀 감독들에게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 사건 이후 KBL은 5라운드부터 챔피언결정전 종료까지, 그리고 FA 협상 기간 동안에도 트레이드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최고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서장훈-현주엽 조합은 두 시즌을 채우지 못한 채 갈라섰다. KBL 제공
▶그 외의 다양한 트레이드

이 밖에도 특급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이슈를 낳았던 트레이드들이 많다.

서장훈과 현주엽은 프로 첫 해인 1998~99시즌 SK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리그를 호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잘 맞지 않았고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결국 다음 시즌 중반 SK에서는 서장훈에게 비중을 두고서 슈터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골드뱅크와 현주엽-조상현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SK가 트레이드의 승자가 됐고, 현주엽은 우승 없이 안타깝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서장훈은 이적과 관련해 이후에도 화제의 중심에 여러 번 섰다.

2007년 FA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삼성이 보상 선수로 이상민을 지명하면서 속을 앓아야 했으며, 2008년 12월에는 하승진과의 공존 문제에 또 한 번 부딪혀 KCC와 전자랜드 사이에서 서장훈+김태환↔강병현, 조우현, 정선규의 2대3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서장훈은 보다 많은 출전 시간이 필요했고, KCC로서는 최대 루키였던 하승진을 키워야 했던 상황이었기에 트레이드가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KCC는 트레이드를 추진한 그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서장훈도 KCC를 떠난 이후 우승은 없었지만 2010~11시즌 전자랜드의 구단 역대 최고 승률을 책임지며 영원한 클래스를 발휘했다.

김승현은 2011년 모 구단과의 현금 트레이드가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결국 삼성 소속이었던 김동욱과 맞트레이드가 됐다. 이로 인해 오리온스와 모 구단 간 사이에 금이 가는 일도 있었다.

또한 삼성은 이에 앞서 비시즌 동안 강혁을 전자랜드로 보내고 이병석+김태형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핵심 트레이드가 좋지 않은 결과로 작용하면서 몇 년 간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올시즌 삼성은 김태술 영입에 성공하면서 가드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 명가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지난 1월31일 서로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조성민과 김영환. KBL 제공
▶조성민-김영환 트레이드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KBL에서 일어난 역대 주요 트레이드에 대해 되돌아봤다.

그동안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로 작용한 구단들도 있었고, 암흑기를 초래한 선택으로 남은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 역시 트레이드를 계기로 도약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트레이드의 손익 계산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시즌에도 활발한 선수 이동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화제의 중심에 선 트레이드는 지난달 31일 kt와 LG가 단행한 조성민↔김영환+1라운드 지명권 교환이다. 특히 프로 데뷔 12년 만에 kt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이 둥지를 옮기게 되면서 다수의 부산 팬들이 분노를 표출한 상황.

시즌을 마쳐봐야 알겠지만 당장은 LG에게 유리한 트레이드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LG는 최근 김종규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이하게 됐지만 조성민의 가세 이후 상위팀들을 연달아 제압하며 6강 진출은 물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kt 역시 김영환이 팀의 밸런스를 잡아줄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다음 시즌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최고의 기대주 허훈을 뽑을 수 있다면 이번 트레이드가 충분한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의 정확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사실 각 구단이 스타 선수를 트레이드 할 때에는 더 좋은 성적,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해 시도를 하는 법이다. 결과가 나쁘면 욕을 먹고 결과가 좋으면 칭찬을 받는 것이 프로의 냉정한 현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해 타산, 비즈니스 관계가 서로 맞물릴 뿐 선수 개인이 미워서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구단은 없다는 점이다. 실제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를 잘 관리해야 하지만 떠난 선수들에게 1차적으로 미안함을 가지는 게 구단의 직원들이다.

나 역시 LG 감독 시절 백인선+이현준을 오리온스에서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적이 있다. 당시 백인선은 궂은 일을 비롯해 알짜 활약을 펼쳐줬고, 이현준 역시 수비와 3점슛으로 팀에 도움이 됐다. 두 선수가 합류하면서 6강 진출에도 유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떠나보낸 선수에 대해서는 감독으로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성사될 때면 구단 관계자와 함께 선수에게 저녁 식사를 먹이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줬다.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면 시즌이 끝난 이후라도 불러서 식사를 했다. 어떻게 하면 내 식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고민했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한 채 이별할 수 있도록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는 더욱 키우고자 했는데 이는 떠난 선수의 가치도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현재 10개구단 감독들도 트레이드를 할 때면 저마다 남 모를 속앓이를 한다. 팬들에게 토로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감독들 뿐 아니라 이번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조성민과 김영환 역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심경이 복잡했을 것이다. 12년 만에 프로에서 처음 이적하는 조성민은 물론 김영환 역시 kt에서 잘 해오다가 본의 아니게 심적 고통을 받은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트레이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조성민과 김영환 모두 프로의 책임감이 투철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복잡한 심경을 딛고 새 보금자리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

강을준 농구 칼럼니스트/전 창원 LG 감독, 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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