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아시아 축구 연맹(AFC)이 전북의 심판매수 건에 대해 용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용단의 타이밍은 분명 문제다. 늦어도 한참 늦은 타이밍에 애꿎은 피해자만 나왔기 때문이다.

AFC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 이하 ‘ECB’)는 18일 전북의 2017년 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여부에 대해 심의했다.

ECB는 AFC클럽대회 매뉴얼 제11조 8항(승부조작이 확인된 구단은 자동적으로 1년간 대회 참가가 금지)에 따라 전북의 2017년 ACL 출전자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AFC에 따르면 전북을 대신하여 제주가 3번 시드에, 울산이 4번 시드에 배정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곧바로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항소했다. 이제 CAS 판정에 따라 전북이 정말 ACL 출전이 가능할지, 안할지가 결정된다.

한 매체에 따르면 전북 측은 11조 8항이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데 자신들의 사건은 승부조작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판매수와 승부조작은 다르다는 것.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심판에 돈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이 됐고 이는 곧 승부조작과 진배없다.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얻기 위해 돈을 줬을 것이며 심판에 유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 곧 승부조작인 것이다. 전북의 주장은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전북이 항소를 할 정도로 떳떳한가’라는 주장도 하고 있을 정도다. 이 엄청난 잘못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이 없는 전북이 아닌가.

전북은 또한 이미 국내에서 리그에서 승점 9점 삭감과 벌금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AFC에서 또 다시 징계를 주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프로축구연맹이 얼마나 징계를 솜방망이로 했는지 AFC가 증명해준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에 연맹에서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했다면 AFC가 손댈 구석도 없었을 것이다. 연맹에서 ACL 출전 제한이나 강등 등의 납득할만한 징계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일 자체는 불필요하다. 연맹이 얼마나 전북의 심판매수건에 대해 무능하게, 혹은 봐주기로 대처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번 AFC의 징계다.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이 터진 후 항의하는 K리그 팬들.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AFC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바로 ‘타이밍’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시아 리그가 휴식기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다. 선수 영입이 이루어지며 2017시즌에 대한 구상이 반 이상은 갖춰지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AFC가 이 타이밍에 갑자기 전북의 ACL 출전 제한을 걸면서 ACL에 나갈 줄 알고 전북으로 이적했던 선수들(김진수, 이용, 이재성 등)만 피해를 보게 됐다. 과연 전북이 ACL에 나갈 수 없었다면 이 선수들이 선뜻 이적을 결심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에 미리 고지가 됐어야만 선수영입 때 선수들의 선택의 권리도 보장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분명 전북이 걸고넘어져도 AFC가 할 말이 없다.

전북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 전북의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3위 제주가 본선직행 티켓을, 4위 울산은 갑자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는다. 제주는 2월 7일로 예정됐던 플레이오프를 위해 다른 팀들보다 일찍 팀을 소집해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크리스마스도 가족, 연인, 친구와 보내지 못하고 이른 훈련(12월 19일 소집)으로 2월초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제주 관계자는 “다소 황당하게 됐다”며 "기존 일정을 바꿔 조성환 감독이 다시 선수들 컨디션을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2월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사라지고 어쩌면 괜한 휴식기도 먼저 써 허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울산은 난리가 났다. 울산은 급하게 2월 플레이오프 경기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울산은 3월 K리그 개막에 맞춰 정상적으로 지난해 12월말 소집해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모든 선수들의 몸 컨디션은 3월에 끌어올리는 것으로 예정됐지만 갑자기 2월 초 ACL 플레이오프 경기에 나가게 되면서 급하게 몸을 만들게 됐다. 이렇게 급하게 몸을 끌어올려야하면 기존의 훈련 스케줄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부상자도 나올 수 있다.

즉 AFC의 잘못된 타이밍에 전북은 물론 이거니와 가만히 있던 제주와 울산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분명 AFC의 징계는 의미가 있고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 타이밍에서는 결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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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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