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간) 현재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들 중 평균 득점이 두 자리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 신인 자격을 가진 선수 중 무려 19.4점 7.3리바운드 2.4블록을 기록 중인 어마어마한 괴물이 있다. 바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중고 신인 센터 조엘 엠비드(23·213cm)다.

`USG%'는 한 선수가 코트에 있는 시간 동안 해당 팀의 공격점유율을 나타낸다. 즉,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해당 선수의 팀 내 공격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올시즌 현재까지 USG%의 리그 전체 1위는 무려 41.4%의 러셀 웨스트브룩, 2위는 37%의 드마커스 커즌스다. 4위는 34.2%의 더마 드로잔, 5위는 33.7%의 제임스 하든이다.

엠비드의 USG%는 36%로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인 드로잔, 하든보다 높은 3위에 올라있으며, PER(효율성 지수)에서도 23.3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엠비드의 팀 내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주는 지표다.

괴물같은 블록 능력을 보유한 엠비드.ⓒAFPBBNews = News1
▶ 엠비드의 미뤄지는 데뷔, 암흑기에 빠진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는 34승48패(리그 9위)의 성적표를 받았던 2012~13시즌이 끝나고 그 해 5월 샘 힌키 전 단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눈 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팀 운영을 시작했다.

앨런 아이버슨이 떠난 이후 팀 내 최고의 비중을 차지하던 안드레 이궈달라를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그 외에도 포인트가드 즈루 홀리데이를 신인 너렌스 노엘과 바꾸는 등 당장의 성적은 안중에도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

필라델피아 시절의 안드레 이궈달라. ⓒAFPBBNews = News1
그렇게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팔고 스윙맨 에반 터너, 포워드 테디어스 영, 그리고 장신 포인트가드 루키 마이크 카터-윌리엄스를 축으로 시즌을 치른 필라델피아는 결국 19승63패라는 성적을 남겼는데 이는 15승 67패의 밀워키 벅스 다음으로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지만 전체 1픽을 노리던 힌키 전 단장에게는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2014년 드래프트의 전체 1픽은 필라델피아보다 무려 14승을 많이 거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것이었기 때문. 클리블랜드는 앤드류 위긴스를 뽑아 케빈 러브를 데려오는 조각으로 활용했다.

드래프트의 첫 번째 순번을 놓친 필라델피아는 3순위로 센터 조엘 엠비드를 선발했다. 몸 상태에 대한 의문점만 없었다면 1픽 후보로도 거론되던 선수였기에 그럭저럭 만족스런 선택이라는 평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엠비드가 부상 없이 연착륙에만 성공한다면 이전 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엠비드는 오른발에 피로골절이 생겼고 시즌 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에 필라델피아는 그나마 팀의 주축선수들이던 에반 터너와 테디어스 영마저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물론 이전 시즌에 영입해 한 시즌을 통으로 쉰 너렌스 노엘이 복귀하긴 했지만 2013~14시즌 신인왕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마저 밀워키 벅스로 보내버리며 결국 또다시 18승64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이는 17승65패의 뉴욕 닉스, 16승66패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었다.

신인왕이었지만 한 시즌만에 팀을 떠나게 된 카터-윌리엄스. ⓒAFPBBNews = News1
팬들은 지쳐갔지만 한편으로는 이번만큼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에 찼다. 그러나 2015년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 지명 기회를 가지게 된 팀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였고 그들은 예상대로 칼-앤써니 타운스를 지명했다.

2년 연속 3순위 지명권을 가지게 된 필라델피아는 이미 너렌스 노엘, 조엘 엠비드라는 두명의 빅맨 유망주가 있던 상황이긴 했지만 당시 남은 선수들 중 최고로 평가되던 오카포를 지나칠 수는 없었기에 그를 지명했다.

팬들과 구단 수뇌부 모두 팀 성적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으나 노엘, 엠비드, 오카포라는 3명의 빅맨 유망주들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기대는 생겨났다. 하지만 엠비드는 또 다시 오른쪽 발에 수술을 하며 시즌 아웃이 됐고, 결국 필라델피아는 2015~16시즌 역시 아쉬움 속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2015년 12월7일까지 필라델피아는 1승20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아무리 현재를 버리고 미래를 본다는 운영노선이라고 해도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겼다. 결국 힌키 단장의 힘을 줄이는 방편으로 제리 콜란젤로 고문을 영입했고 남은기간 9승52패를 하며 결국 10승72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시즌이 끝난 후 제리 콜란젤로 고문의 아들인 브라이언 콜란젤로와의 공존을 거부한 힌키 전 단장이 떠나고 브라이언 콜란젤로가 새로운 단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2016년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는 마침내 그들이 원하던 드래프트 전체 1픽 지명 권리를 얻게 됐고, 그렇게 포워드 벤 시몬스를 1픽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이던 시몬스가 시즌 전 부상을 당하면서 필라델피아의 팬들과 수뇌부들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마침내 조엘 엠비드가 프리시즌에 모습을 나타냈으며, 그는 시즌 전 활약만으로 필라델피아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아직까지 엠비드에게 휴식은 필수다. ⓒAFPBBNews = News1
▶철저한 관리→미친 활약

엠비드는 NBA 데뷔전인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에서 약 22분여간 20점 7리바운드에 2블록을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10일 현재까지 20득점 이상은 총 14번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19일 브루클린 네츠전에서는 무려 33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엠비드는 득점과 리바운드로 6번의 더블-더블을 기록는데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횟수와 더블-더블 모두 이번 시즌 신인 자격 선수들 중에는 가장 많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엠비드가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이유는 그가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13cm인 이 신인 선수가 경기당 시도하는 3점슛은 무려 3개. NBA에서 뛰고 있는 213cm 이상 선수들 중 7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경기당 성공시키는 3점슛은 1.1개로 36.8%의 3점슛 성공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당 3개 이상 3점슛을 성공하는 선수들 중 엠비드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는 선수는 39.5%의 마크 가솔 뿐이며,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35% 미만이라는 점을 봤을 때 엠비드의 3점슛은 상당한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팀 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큰 키에도 준수한 3점슛 능력을 보유한 엠비드이지만 사실 제일 놀라운 기록은 블록 능력이다. 2.4개의 블록은 인디애나의 마일스 터너와 함께 공동 3위의 기록. 엠비드보다 많은 평균 블록을 기록 중인 선수는 루디 고베어, 앤써니 데이비스가 전부이다. 터너, 고베어, 데이비스는 모두 엠비드보다 출전시간이 긴 선수들이다.

엠비드는 이러한 기록들을 모두 철저한 관리 속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우선 엠비드는 팀의 35경기 중 총 25경기에만 출장했다. 이틀 연속 경기를 치러야하는 백투백 일정이 있을 경우 두 경기 중 한 경기에만 출장하고 다른 한 경기는 무조건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두 번의 시즌-아웃 부상을 당했던 엠비드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경기당 평균 약 25분만 출전하고 있으며, 올시즌 가장 오래 뛴 경기도 지난 4일 미네소타전에서의 29분 49초였다.

팀 내 다른 빅맨 유망주인 노엘, 오카포와 달리 엠비드는 이제 대체불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1월과 12월 모두 이달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엠비드의 향후 질주가 더욱 기대된다.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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