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①] ‘축구선수’ 황희찬, 남달랐던 첫 걸음
[단독인터뷰②] 오스트리아 누비는 황희찬, 순풍에 돛 달다
[단독인터뷰③] 황희찬의 목표, EPL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단독인터뷰④] ‘국가대표’ 황희찬이 꿈꾸는 ‘AGAIN 2002'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꿈에 그리던 유럽이었는데, 처음에는 멍하고 어색했죠.”

2014년 12월, 만 18세의 나이로 그는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를 밟았다. 오스트리아 명문팀인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2019년까지 계약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어린 나이에 홀로 경험하는 유럽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견뎌냈다. 주위의 도움 속에 점점 현지에 적응해 갔다.

시작은 잘츠부르크가 아니었다. 현지 적응을 위해 리저브(2군)팀인 FC리퍼링 소속으로 뛰었다.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2부리그에 속한 팀이었다. 이후 2월 오스트리아 루스테나우와의 경기를 통해 자신의 프로 데뷔전이자 유럽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그 경기에서 그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적응 마친 황희찬, 오스트리아 2부리그 ‘정복’

“처음에는 수준차가 굉장히 컸어요. 피지컬도 그렇고, 많이 고전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 6개월은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경기력도 계속 좋지가 못했고, 그래서 많이 속상했죠.”

데뷔전 이후 그는 선발과 교체를 넘나들며 오스트리아 축구에 적응해갔다. 다만 초반에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고교레벨과 프로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데뷔골도 8경기 만에 나왔다. 스스로가 “힘들었다”고 돌아본 시기였다.

그래도 재능만큼은 팀내에서 꾸준히 인정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직후, 1군인 잘츠부르크에서 그를 호출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는 “리퍼링(2군)에서 나만 혼자 1군 훈련했다. 묘하면서도 굉장히 기뻤다”고 말했다.

그 훈련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2015~2016시즌이 됐다.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개막 2경기 만에 시즌 첫 골을 쏘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연일 골과 어시스트 소식을 전했다. 마침내 그는 18경기 11골 5도움의 맹활약 속에 1군으로 승격했다. 유럽 진출 1년 만이었다.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1군 승격 이후, 만만치 않았던 주전 경쟁

“2부리그와 1부리그의 차이도 굉장히 많이 나더라고요. 고생을 많이 했죠. 리그에 적응한다기보다는,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보니까 이 경쟁자들을 뚫고 나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팀내 경쟁이 첫 번째 과제였죠.”

잘츠부르크 승격 직후 또 다시 부침을 겪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시간이 많이 보장되지 않았다. 더구나 팀내에는 당시 리그 득점왕인 호나탄 소리아노(32·스페인)나 나비 케이타(22·기니) 등 뚜렷한 공격자원들이 있었다. 결국 황희찬은 13경기 1도움이라는 성적으로 1부리그 첫 시즌을 마쳐야 했다.

시즌이 바뀌었다. 황희찬은 그 사이 2016 리우 올림픽 무대를 다녀왔다. 소속팀에 복귀했을 때는 이미 시즌이 한창이었다. 소리아노가 건재했고 무나스 다부르(25·이스라엘) 프레드릭 굴브라드센(25·노르웨이) 등 새로운 공격수들이 합류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황희찬은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경쟁이 심했어요. 올림픽 다녀온 뒤에는 자리가 어느 정도 잡혀 있었죠. 한 번 기회를 받기는 했는데 그때 잘 하지 못해서 밀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리퍼링에서 이런 시기를 한 번 겪어서 그랬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잘 알았어요. 조급함은 조금만 가지고, 여유롭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죠.”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고비 넘긴 황희찬, 유럽대항전마저 ‘날다’

기다림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10월 중순 상 폴텐과의 경기에서 1부리그 첫 골을 멀티골로 팀의 5연속 무승의 늪 탈출을 이끌었다. 기세가 이어졌다. SV리드와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쏘아 올렸다. 이어 니스(프랑스)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에 교체로 출전했다. 그는 1분 새 2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UEFA 선정 조별리그 라운드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2020년까지)재계약을 하면서 부담감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더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리고 자신감도 생겼죠. 니스전이 가장 기억이 남아요. 유명한 선수들이 많은데, 그런 팀을 상대로 1골도 아니고 2골을 넣었잖아요. 경기 끝나고 난 뒤에도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렸어요. 친구들이 그렇게 많이 축하해준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동료들과 경쟁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강점을 ‘자신의 것’으로 배워갔다. 그는 “소리아노 등 경쟁선수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면서 “덕분에 단점들을 많이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후에도 그는 꾸준하게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12월에만 4경기에 출전해 1골2도움을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전반기를 컵대회 포함 18경기 7골 2도움으로 마쳤다. 이 가운데 6골 2도움이 10월 중순 이후 최근 11경기에 몰려 있다. 뚜렷한 상승세다. 두 달여의 리그 휴식기는 그래서 더 아쉽다.

황희찬은 지난달 귀국해 잠시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이 휴식기에도 그는 좀처럼 쉬는 법이 없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역시 황희찬은 헬스장에서 굵은 구슬땀을 흘린 직후였다.

“휴식기가 아쉽긴 하죠. 그래도 이 휴식기는 제가 더 커나갈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잘 준비해서,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야죠.”

- ‘[단독인터뷰③] 황희찬의 목표, EPL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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