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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순위는 무의미했다. 선두 대한항공과 꼴찌 OK저축은행이 풀세트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이며 인천계양체육관을 뜨겁게 달궜다.

결과적으로 선두 대한항공이 웃었다. 마지막 세트마저 12-12까지 팽팽히 맞서다, 가까스로 승전보를 울렸다. 다만 승패를 떠나 두 팀의 이날 승부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화려하고 시원한 공격을 주고받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까지 불사하며 대접전을 벌였다. 1위와 꼴찌가 빚어낸 아름다운 명승부였다.

▶출사표 : 박기원 감독 “새 외인? 집중분석할 것”

-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 “상대는 외국인선수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부상 때문에 준비가 덜 됐을 뿐이다. 구성을 보면 지금 순위(최하위)에 있을 팀은 아니다. 새 외국인선수는 유투브 등을 통해 영상을 봤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집중 분석에 들어갈 것이다.”

-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 “모하메드는 출전한다. 탄력이 좋고 팔이 길다. 다만 파워가 떨어지는데 서브나 2단 공격의 위력이 우려가 된다. (송)명근이의 복귀나 모하메드의 합류는 어려운 순간 숨통이 트이는 것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비의 안정이다.”

대한항공-OK저축은행 선발 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선발라인업 : OK저축은행, 모하메드 첫 출격

대한항공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가스파리니가 라이트 역할을 맡았고 김학민과 정지석이 레프트로 나섰다. 진성태 최석기가 센터로 포진했고 한선수가 세터 역할을 맡았다. 백광현 김동혁은 리베로로 대기했다.

OK저축은행은 새 외국인선수 모하메드가 라이트로 출격했다. 그는 지난 2일 선수단에 합류해 그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레프트는 송명근-송희채가 나섰고 김홍정 한상길이 센터라인에 포진했다. 이민규가 세터로 출전했고, 정성현 이강주가 리베로 역할을 맡았다.

▶1세트 : 서브득점만 3개, 대한항공의 기선 제압

대한항공이 첫 세트를 여유있게 잡아냈다. 세트 초반부터 내리 4점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한 뒤, 가스파리니와 김학민 정지석 등을 앞세워 12-5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이 과정에서 가스파리니와 정지석의 서브득점이 터져 나왔다.

OK저축은행은 모하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반격에 나섰다. 다만 공격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좀처럼 반격의 불씨를 지피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17-13으로 앞서던 세트 중반 가스파리니의 서브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결국 대한항공이 7점차로 여유있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 OK저축은행, 모하메드 앞세워 대반격

다만 이 흐름은 2세트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의 대반격이 펼쳐졌다. 1세트 공격성공률이 18.75%에 그쳤던 모하메드가 앞장섰다. 모하메드의 활약은 7-7로 맞서던 세트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후위공격과 2연속 오픈공격을 앞세워 내리 3점을 책임졌다.

이후에도 모하메드는 강력한 스파이크 공격을 앞세워 연신 대한항공 진영을 흔들었다. 한상길과 송명근이 힘을 보탰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뒤였다. 1세트와는 정반대로, 2세트는 OK저축은행이 8점차로 여유있게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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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트 : 29-29까지 맞선 듀스 끝낸 김형우의 2블로킹

한 세트씩 나눠가진 두 팀은 다시 흐름을 찾기 위한 공방전을 벌였다.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 7-7, 17-17, 24-24, 29-29 등 팽팽한 흐름이 세트 내내 이어졌다. 결국 듀스접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을 듀스였다.

팽팽했던 균형은 김형우의 블로킹 두 방에 의해 깨졌다. 김형우는 29-29로 맞서던 세트 막판 한상길의 속공을 가로막은데 이어, 송명근의 후위공격마저 블로킹해내며 길었던 세트를 마무리지었다. 31-29, 대한항공이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4세트 : 다시 시작된 OK의 반격, 승부는 5세트로

흐름을 가져온 대한항공이 4세트 초반부터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가스파리니의 서브득점 등을 앞세워 세트 초반 5-1까지 달아났다. 이후에도 대한항공은 리드를 굳게 지켜냈다. 경기 흐름이 완전히 대한항공 쪽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OK저축은행의 반격이 이어졌다. 이민규의 2연속 블로킹과 송명근의 후위공격 등으로 세트 중반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모하메드가 다시금 공격의 중심에 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세트 막판 송명근의 서브득점에 이어 모하메드의 후위공격이 성공, 경기는 결국 5세트로 넘어갔다.

▶5세트 : 5세트마저 12-12까지… 승자는 대한항공

마지막 세트 역시 치열하게 전개됐다. 세트 초반 OK저축은행이 기선을 제압하는 듯 보였지만, 대한항공의 역전이 이어졌다. 두 팀은 세트 중후반 12-12까지 맞서며 승리를 향한 대접전을 이어갔다.

승부는 경기 막판에야 갈렸다. 모하메드의 퀵오픈을 가스파리니가 가로막으면서 대한항공이 균형을 깼다. 이어 가스파리니가 상대의 빈공간을 향한 절묘한 공격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이후 송명근의 공격이 아웃되면서, 승부는 대한항공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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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3연승’ 대한항공 선두수성… OK 5연패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10승(3패·승점27)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지난달 OK저축은행전부터 시작된 연승기록은 3경기로 늘렸다. 2위 현대캐피탈(9승4패·승점25)과의 격차도 2점차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OK저축은행은 5연패의 늪에 빠진 채 최하위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즌 전적은 3승11패, 승점9.

▶‘첫 선’ 모하메드, 돋보인 존재감

OK저축은행이 애타게 찾던 해결사가 나타났다. 이날 첫 선을 보인 새 외국인선수 모하메드다. 그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마르코 보이치 대신 영입됐다. 지난 2일 팀에 합류해 호흡을 맞춘 뒤 이날 V-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첫 세트에서는 부침을 겪었다. 공격성공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2세트부터 확 달라졌다. 팀의 공격의 중심에 섰다. 강력한 스파이크 공격을 앞세워 연신 상대 진영을 흔들었다. 무려 72.73%에 달하는 공격성공률속에 9점을 책임졌다. 이후에도 모하메드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앞세워 승부처마다 OK저축은행의 공격을 책임졌다. 최근 OK저축은행의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존재감이었다.

결과적으로 팀의 연패탈출을 이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돋보인 존재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덕분에 OK저축은행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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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이겼다고 생각할 수 없는 시합이다. 내용이 없지 않나. 정신을 다시 차려야할 것 같다. 도망갈 때 도망가지 못하고, 따라가야 할 때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

-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 “모하메드의 활약은 첫 세트가 현실일 수도 있다. 파워면에서 조금 떨어진다. 높이가 좋으니까 세트 플레이 됐을 때 공격은 좋은데, 아직은 미지수다. 이제 와서 첫 경기를 했는데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호흡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이)민규의 토스도 조금 흔들렸던 경기다.”

▶경기정보

대한항공 3 (25-18, 17-25, 31-29, 21-25, 15-12) 2 OK저축은행

- 대한항공 : 가스파리니 30점(공격성공률50%) 김학민 20점(60%) 정지석 10점(40%)
- OK저축은행 : 모하메드 34점(공격성공률50.8%) 송명근 20점(54.5%)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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