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아직 예전만큼 머리가 빨리 빨리 안 돌아가요.”

김태술(34·서울 삼성)의 귀여운 푸념이었다.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김태술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예전’에는 더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푸념을 공개석상에서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김태술이 예전만큼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의 ‘빠른 농구’의 핵심인 김태술은 서서히 예전 모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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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5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114-91로 대승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삼성 세 명의 선수가 있었다. 26득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한 새로운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 17득점 4어시스트 11리바운드 맹활약한 라틀리프, 그리고 토종 가드의 자존심인 김태술(13득점 9어시스트 3스틸)이다.

솔직히 관심은 워낙 육중한 몸에 정교한 슛으로 반전매력을 선사한 크레익에게 많이 향했다. 하지만 이날 김태술 역시 큰 관심을 받았고 이는 예전의 명성이 아닌 현재의 실력으로 얻은 관심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다.

이날 김태술은 포인트 가드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1,2쿼터에서는 조용하나 했으나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결정적 쿼터였던 3쿼터에서 김태술은 홀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경기후 이상민 감독은 “지난 시즌 우리는 상대의 압박수비에 많이 당했다. 하지만 이제 김태술이 있기에 탈압박이 가능하다. 이게 우리팀이 작년보다 나아진 점이며 제가 추구하는 ‘빠른 농구’의 핵심은 결국 김태술”이라며 큰 믿음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 23일 울산 모비스와의 개막전이자 자신의 삼성 데뷔전에서 71%(5/7)의 야투 성공률을 보이며 10득점, 4어시스트로 합격점을 받은 김태술은 이날 경기에서는 더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중심이 됐다.

이날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김태술은 “첫 경기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해 기분 좋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예전의 좋은 모습때처럼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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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기 감을 익히면 된다”고 말한 김태술은 “개인 기록적인 부분에서 욕심을 내기보다 다른 선수들이 슛을 많이 하게 리딩과 어시스트에 집중해야할 것 같다”며 새로운팀 삼성에서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해 이미 역할을 정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예전’은 분명 신인왕을 받았던 2007~2008시즌에 안양 KGC시절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1~2012시즌일 것이다. 이후 김태술은 부상과 부진 등 여러 사연으로 인해 ‘먹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형’으로 부르기도 했던 이상민 감독이 있는 서울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자신에게 맞춰주는 팀컬러로 인해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불완전하다. 그가 말했듯 ‘머리가 빨리 빨리 돌아가던’ 그때의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김태술이 제대로 부활한다면 KBL전체 판도가 흔들린다. 그만큼 김태술의 재능과 실력은 엄청나다. 즐거운 푸념을 할 정도로 한층 여유로워진 김태술은 과연 새로운팀 삼성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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