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그리고… 석현준입니다.”

지난 6월 27일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남자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던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그곳에서 마지막 18번째로 호명된 선수는 석현준(25·FC 포르투)이었다. 장내는 술렁였고 몇 개월 전까지만해도 와일드카드 후보로도 언급되지 않던 석현준은 올림픽행 막차에 와일드카드(올림픽에서는 23세 초과 선수 3명)로 간신히 올랐다.

석현준은 묘하게도 대표팀 명단 발표일에 소속팀 FC포르투가 있는 포르투갈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소속팀과 조율해 브라질에서 합류하는 계획을 폐기하고 미리 국내에 들어와 수원 삼성 2군팀과 훈련하며 올림픽 준비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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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언론노출을 자제하며 오로지 올림픽에만 매진한 석현준을 올림픽팀 출국(18일) 전에 만나 올림픽팀 최고참으로서의 각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명문팀 중 하나인 포르투에서의 생활과 부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올림픽 발탁 뒷이야기 “정말 감동이었죠”

석현준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도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아직 A대표팀도 뽑히지 않았던 지난해 7월 포르투갈 출국 직전 스포츠한국에 “올림픽은 나에게 너무나 간절한 무대”라며 올림픽 출전을 별렀고, 이후에도 꾸준히 이같은 열망을 반복했다.

석현준은 정말 올림픽대표팀의 멤버가 된 이후 “그때만해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올림픽은 너무나도 큰 대회고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대회잖아요. 그곳에서 제가 한국을 대표한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했어요. 그리고 아직 한국인으로서 메이저대회에 대표선수로 나간 적이 없는데 올림픽이 그 기회의 문이 될거라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기 전 석현준은 어떻게 올림픽대표팀 승선 소식을 알게됐을까.

“발표 직전 신태용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죠. 집에서 가족들이랑 있다가 받은 전화였는데 완전 신나고 멍했죠. ‘아 대박이다. 내가 어떻게 가게됐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벅찬 감동이 밀려왔죠. 사실 포르투 이적 후 부진해서 시즌 중에는 ‘올림픽은 힘들겠구나’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6월 유럽 원정(스페인-체코전)에서 활약(체코전 결승골)했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마음은 있었죠. 정말 뿌듯하고 감동적인 감독님의 연락이었죠.”

올림픽대표팀 최종명단 발표 현장의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고참’ 석현준 “제 외모 때문에 후배들이 못 다가오는건 아니겠죠?”

1991년생인 석현준은 어쩌다보니 23세 이하(1993년 1월 1일부터 출전가능)가 주축인 올림픽팀에서 가장 최고참이 됐다.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힌 장현수와는 동갑이지만 생일이 빠르고 손흥민은 한 살이 어리다. 올림픽팀 막내인 황희찬과는 5살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게 팀에서 최고참이었던 적은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없었어요. 저 역시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한 형일텐데 동생들이 그러지 말고 다가와 줬으면 좋겠어요. 제 외모나 문신을 보고 후배들이 쉽게 못 다가오진 않겠죠? 하하. 전 정말 무섭지 않고 순하면 아마 걔들보다 더 순할거예요. (손)흥민이처럼 하면 될 것 같아요. 흥민이가 A대표팀에서 별명이 ‘선배 악마’거든요. 선배들이라도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장난도 치면서 워낙 잘해서 그렇게 불려요. 엄청 선배들이랑 잘 어울리죠. 그렇게 다가와주면 좋겠어요.”

아직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이었기에 “실감이 안난다”고 말한 석현준은 “그나마 A대표팀에서 같이 뛰었던 권창훈이 친한데 그 친구는 조용히 자기할 거 잘하는 스타일이예요. 흥민이는 선배들한테도 잘하지만 후배들도 잘 이끌고요. 저는 그냥 그 중간에서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라며 아직 대면한적 없는 올림픽대표팀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을 설명했다.

▶“매 경기 골? 팀승리만 볼 것… 최강 2선 공격진 기대”

석현준은 대표팀 내에서 유일한 정통 스트라이커다. 신태용 감독이 기존에 수비수 2명을 뽑으려던 와일드카드 계획을 폐기하고 석현준을 선택한 이유도 ‘수비보다 공격, 실점보다 득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석현준이 해줘야하는 건 결국 득점이며 모두가 이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저도 매 경기 득점을 하고 싶죠. 스트라이커로서 누구보다 골 욕심이 강하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전 늘 그랬지만 이번 올림픽은 특히 ‘한국의 승리’만 보고 뛰려고 합니다. 모든 팀들이 그렇겠지만 모두 메달을 보고 올겁니다. 저희 역시 메달이 목표고 그중에서도 금메달이 목표죠.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공은 둥글고 축구는 모릅니다. ‘K리그 최강’ 전북도 ‘챌린지’ 부천한테지고(FA컵 8강), 아이슬란드, 웨일즈도 유로에서 선전했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믿어주시면 저희들도 스스로 더 믿음을 가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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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지만 앞에선 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석현준은 “모두가 알듯 제 밑에 설 2선 공격진은 올림픽대표팀 중에서도 역대급이라고 자부해요. 전 앞에서 2선 공격진이 더 쉽게 공격할 수 있게 앞에서 싸워주고 버텨주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물론 아직 2선 공격진과 발을 맞춰보진 않았지만 최대한 선수들의 움직임을 받아주는 스타일로 나설 계획입니다”라며 손흥민부터 문창진, 황희찬, 류승우, 이창민 등으로 이뤄진 2선 공격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국 선수들도 같은 사람이야… 피지도 방심하면 안돼”

아직 올림픽대표팀에는 외국선수 상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경력 전부를 외국에서만 생활한 석현준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입장. 조언을 부탁하자 “조언이라고 하기엔 거창하다”는 석현준은 그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물론 전 덩치가 크지만 처음엔 저도 외국선수들에 주눅 들었죠. 하지만 외국인도 사람이거든요. 걔네들도 불가능한 게 있어요. 물론 우리가 신체적으로 부족한건 있죠. 하지만 정신력은 신체를 이깁니다. 상대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면 결국 걔네도 힘들어하면서 실수를 하더라고요. 외국선수라고 겁먹지 않는게 중요해요. 늘 독일 같은팀을 상대하면 ‘피지컬이 약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자세를 낮게해서 들어가면 됩니다. 저 역시 저보다 피지컬이 부족해도 그런 정신무장을 한 선수와 상대해 지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석현준은 “공은 둥글고 축구는 모른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지어보면 C조 최약체로 손꼽히는 피지 역시 기회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석현준 역시 “절대 피지를 ‘1승 제물’로 생각하면 안되죠. 아마 매 경기가 힘들 겁니다. 쉽게 이길 상대는 절대 없습니다. 행여 피지를 이겼다고 해도 괜히 기세등등하면 안됩니다.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매일을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야만 합니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올림픽이 월드컵만큼이나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대회잖아요. 그정도 관심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저에겐 올림픽은 설렘 그 자체입니다.”

2015년 스포츠한국 당시의 석현준.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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