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어느덧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4일(한국시간) 개막 직전까지 시범경기가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마지막까지 25인 로스터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다를 바 없다. 시범경기 종료 전까지 그 누구도 주전 혹은 25인 로스터 합류를 장담할 수 없다. 모두 같은 메이저리거지만 받는 금액이 천차만별이듯 팀내 입지 역시 천차만별이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접어든 한국인 메이저리그를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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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 언제나 맑음
걱정이 없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란 곳은 인정받기가 힘들지, 한 번 인정받으면 자신의 커리어를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무대”라고 확신하고 있다. 추신수는 이미 인정을 받은 선수기에 스프링캠프에서 안타 하나 치지 못하더라도 주전 2번타자 우익수가 확정이다.

지난 27일까지 3할3의 타율에 여유 있게 경기도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등의 뻐근함만 가시면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 시즌 추신수의 커리어 하이가 기대된다고 전망한다. 추신수 역시 여유 있는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팀내 예상 위치 : 주전 2번 우익수

▶박병호, 오승환 : 흐릴 줄 알았는데 더없이 화창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했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다. 박병호의 경우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힘이 통할 지 의문이었고, 미네소타행이 결정됐을 때는 주전 지명타자로 제대로 설지 걱정이었다.

오승환 역시 강점인 ‘돌직구’가 과연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통할 지 걱정이었고, 세인트루이스행이 결정됐을 때는 만만치 않은 불펜 경쟁자들로 인해 우려 섞인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두 선수는 완전히 우려를 씻어냈다. 흐릴 줄 알았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기분이다.

박병호의 파워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충분히 통했고(27일까지 15경기 3홈런 장타율 0.558), 폴 몰리터 감독은 “투수들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타자”라며 칭찬했다. 잘하면 5번, 못해도 6번 지명타자는 떼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한국과 일본 타자만 힘들어한 것이 아니었다. 특유의 묵직한 직구에 미국 타자들도 당황했고 오랜 마무리 경험을 통해 드러난 완급조절과 정신력은 노히트 행진이 깨진 것은 물론 첫 홈런까지 허용했던 18일 경기 후 바로 다음 등판(22일)에서 공 7개로 1이닝을 막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평범한 구원투수 정도로 여겼던 미국 언론도 현재 8회 셋업맨까지 예상하고 있다.
팀내 예상 위치 : 박병호 - 주전 5,6번 지명타자 오승환 - 승리조 불펜이나 8회 셋업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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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 왜 소나기는 나만 따라다닐까
김현수(27·볼티오어 오리올스)의 볼티모어행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워보였다. 예상보다 괜찮은 조건(2년 700만달러)으로 계약한 것은 물론 볼티모어 코너 외야진이 사실상 공석이었기에 김현수는 편안하게 시범경기는 물론 메이저리그 개막까지 맞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문제는 김현수 자신에게 있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시작과 동시에 23타수 무안타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물론 운도 나빴다. 그러나 결과만 보는 언론들은 무안타 행진에 주목했다. 다행히 무안타 행진이 중단되고 자신만의 타격으로 미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의 부진은 내가 판단 착오로 훈련을 잘못시킨 탓”이라며 김현수를 감쌌다.

신뢰를 많이 깎아먹었지만 그래도 주전 경쟁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현수 입장에서는 하필 타격 부진과 행운이 따르지 않았던 타구들을 떠올리며 ‘날씨는 화창한데 이상하게 소나기가 나만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팀내 예상 위치 : 주전 2번이나 7번, 9번 좌익수

▶이대호 : 흐리고 비오는 날씨에 내일도 짙은 안개
시작부터 흐렸다. 아니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스스로 햇빛 쨍쨍한 길(한국, 일본 복귀)을 놔두고 흐리고 비오는 길(미국 진출)을 택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는가 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과 달리 적지 않은 나이(만 34세)와 편견(뚱뚱한 1루수)으로 인해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굴욕을 감수하고 이대호는 미국으로 향했다.

이미 시애틀은 주전 1루수에 좌타자 애덤 린드를 확정한 상황. 그러나 우투수에게는 강하지만(통산 우투수상대 타율 0.293), 좌투수에게 약한(통산 좌투수상대 타율 0.213) 린드의 특성상 우타자 1루수를 둬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기위해 유망주 헤수스 몬테로와 이대호를 경쟁시키고 있다.

27일까지 몬테로가 2할3푼7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는 거에 반해 이대호는 더 적은 출전에도 약간 더 높은 타율(0.250)을 기록 중. 그러나 큰 차이는 아니다. 21일 득남을 한 이대호 입장에서는 득남의 기운을 받아 반전의 시간을 만들어내 몬테로와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25인 로스터에 들어가긴 힘들다. 25인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일본이나 한국 복귀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팀내 예상 위치 : 1루 우타 플래툰이나 FA선언

ⓒAFPBBNews = News1
▶류현진, 강정호 : 장마 끝에 해는 언제쯤 뜨려나
류현진(29·LA다저스)은 어깨 수술 이후 재활을 마치고 불펜 피칭을 했다가 쉬었다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본인은 지난 1월 출국 당시 “개막전 복귀에 자신있다”고 했지만 현재는 5월 그 이후의 복귀로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차라리 전반기(7월 중순) 안에만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무릎과 종아리 부상 후 한국에 귀국조차 하지 않는 혹독한 재활일정을 버텨냈고 끝내 19일 마이너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개막전 합류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4월 안에는 복귀하길 희망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돌아오는 것에 따라 공격력이 좋은 데이빗 프리즈를 3루수로 쓰고 강정호를 유격수로 쓸지, 혹은 수비력이 좋은 조디 머서를 유격수로 쓰고 강정호를 3루수로 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내 위치 : 류현진 - 부상 회복 후 3선발, 강정호 - 주전 4,5번 3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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