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황당하다. 오죽하면 선수가 직접 나서 “사실무근이다”이라고 말할까. 더 재밌는건 국내에서는 이 황당한 소문이 스페인발 보도였다는 것이다. 영국 축구 얘기를 스페인에서 보도했는데 얼마나 신뢰가 갈까. 대체 언제까지 찌라시와 그 찌라시를 번역해 보는 이의 전쟁을 치러야하나.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영국과 스페인의 몇몇 언론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계속 잔류한다면 팀의 핵심 선수인 메수트 외질이 다음 시즌에는 이적을 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외질아. 너도 그 찌라시 봤니? ⓒAFPBBNews = News1
인상적인 것은 EPL이 열리는 영국이 아닌 EPL과 큰 관계가 없는 스페인 언론에서 이 같은 보도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굳이 자기나라의 리그가 아니라도 소식을 전하는 것은 축구가 국제적인 스포츠이기에 일상다반사가 됐다. 그러나 이같은 민감한 얘기를 굳이 다른 나라 언론이 보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과 스페인은 비행기로도 2시간 30분 이상이 걸린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상이 걸리는 곳은 대만. 즉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보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특파원의 유무 등으로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국 뉴스라면 영국 매체, 스페인 뉴스라면 스페인 매체에서 보도하는 것이 훨씬 신뢰가 갈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 ‘벵거 감독이 잔류한다면 외질은 떠나길 원한다’는 소식이 크게 알려졌을 때 그 기사의 출처가 스페인 언론이었던 것. 즉 영국 축구 뉴스를 스페인 언론이 보도했는데 한국에서 스페인발 기사를 번역해 축구 팬들에게 알려졌고 축구 팬들은 의심 없이 믿었다가 발등 찍힌 것이다.

이 소식이 사실이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질이 곧바로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밝히며 “벵거 감독은 내가 아스널에 온 가장 큰 이유”라며 보도와 정반대되는 말을 했다. 외질 역시 “기사를 오늘에서야 봤다”며 황당해 했다.

그 기사를 오늘에서야 봤다. 벵거 감독은 내가 아스날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다. - 외질 트위터
국내 언론의 해외 기사 배끼기의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단지 위와 같은 보도로 한정된 것이 아니다.

특히 세계 No.1 스포츠인 축구는 해외 축구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해외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기사 중에서도 공신력 있는 매체가 아닌 일명 ‘찌라시’나 ‘가십지’의 자극적인 소재나 황당한 뜬소문마저 한국에서는 공신력 있는 매체가 언급한 것처럼 보도된다는 점이다.

물론 네티즌들 스스로 매체를 구분 지으며 ‘비피셜(BBC+오피셜)’, ‘더선은 믿을게 못 된다’ 라는 등 그 차이를 두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국내에서 함께 보도까지 했으니 웬만하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보도들이 사실이었다면 리오넬 메시는 맨체스터 시티를 10번은 더 갔어야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미 복귀하고 심지어 바르셀로나까지 이적했어야 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현재까지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일 것이다.

물론 모든 보도가 맞을 순 없다. 사실이었더라도 구단 내부 사정 혹은 속사정으로 인해 결과론적으로 사실이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가 하지도 않은 인터뷰, 전혀 뜬금없는 이적설, 자극적인 가십성 보도는 분명 외국이 한국보다 더 심하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을 아무 의심 없이 번역해 보도하는 것도 분명 책임소지를 피할 수 없다. 물론 현실은 책임보다는 이익만 챙기는 시스템이기에 안타깝다.

ⓒAFPBBNews = News1
컴퓨터 용어 중 ‘GIGO’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것. 올바른 정보를 넣지 않으면 올바르지 않은 보도문화밖에 형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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